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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Jan 13. 2018

'기레기' 탄생의 서막

[내가 꿈꾸는 언론사]1.속보와 비비피셜

쏟아지는 정보

2016년 말 기준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된 매체만 8천여개다. 그외에도 1인 미디어, 블로그, 소셜미디어를 합하면 그 숫자는 셀 수 없을 것이다.

이들이 엄청난 양의 정보를 매일매일 쏟아낸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기자를 기레기라고 폄하하는 것이 일상이 된 듯하다. 씁쓸한 현실이다.


왜 기자는

대중으로부터 비아냥의 존재가 되어버린 것일까?

언제부터 불신과 조롱의 대상이었을까?


지난 2011년

사건팀을 겪으며 처음  알게된 이가 있다. 그는 그 누구보다 부지런했으며 그 누구보다 냉철한 비판의식을 보유했다. 지금도 그렇다. 7년여 동안 날이 무뎌지지 않았다.


그는 장성주 기자(CBS)다. 그가 최근 언론사의 속보 시스템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언론은
'진실'을 보도해야 한다.
속보는 언론 기사의 필수 요소 가운데 하나다.

사건사고를 빠르게 독자들에게 알린다는 의미에서 중요하다. 지진과 같은 재난은 일정 기준에 따라 반드시 보도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이 있다. 이를 어길 경우 방송법상 제재를 받는다.

지진의 경우 규모 3.0 이상(바다 지진은 규모 3.5 이상), 모든 기상 경보 등은 발령 후 1시간 이내 보도해야 한다.

이밖에 언론은 화재, 사건사고 등이 발생하면 속보를 보도한다.

여기에 '인터넷'이라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언론은 스스로 속보 경쟁을 부추겼다.

'기레기' 탄생의 서막이다.

확인되지 않은 속보가 한 번 생산되면 무차별적으로 복제돼 포털사이트를 도배하게 된다. 물론 기자들은 정확한 팩트를 확인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한 번의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참사로 이어진다.

여기서 또 문제는 팩트 확인을 위해 해당 기관의 공보라인으로 전화가 몰린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화재를 속보로 취재할 때마다 느낀 점인데, 수십~수백개 언론사 기자들이 소방서 상황실로 동시다발적으로 전화를 건다.

 전화는 불통이다. 기자들은 속이 탄다. 회사에서는 빨리 확인하라고 독촉하지, 전화는 안 되지, 확인이 돼도 기사를 쓰고 나면 상황은 변해있지, 회사에서는 추가 상황을 확인해서 기사를 더 쓰라고 독촉하지, 전화는 또 불통이지...상황종료 전까지 무한 반복된다.

소방서 상황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전화는 울리지, 받으면 기자들이 물어보는 것은 똑같지, 똑같은 말 반복해야지, 화재 현장 상황은 시시각각 바뀌지, 이를 보고 또는 전파 해야지, 전화는 또 울리지...

화재 현장에 가도 상황은 비슷하다. 왜 서로 시간을 낭비하는지 항상 알수가 없었다.
※풀(pool)체계와 기자단은 별도로 다루고자 한다.

가장 시급하게 화재 현장 취재는 좀 달라졌으면 한다. 예를 들면 서울종합방재센터 홈페이지의 개선이다.

이 홈페이지에서는 화재 발생 시간과 장소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정보가 추가적으로 업데이트가 되지 않는다. 모든 화재를 업데이트 할 필요는 없겠지만, 대응 단계에 따른 기준을 마련하고 그 이상 규모의 화재일 경우 업데이트를 하면 소방서도 기자도 소모적인 낭비에서 크게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논점이 다소 흐려졌는데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면,

해외 축구팬들 사이에서 '비비피셜'내지 '비피셜'이라는 말이 있다. 영국 공영방송 BBC와 오피셜(official·공식보도)의 합성어다.

유럽 축구의 이적시장을 전후로 쏟아지는 유명 선수들의 '이적설' 가운데, BBC가 보도하는 이적설은 99.9% 오피셜로 이어진다. 결국 'BBC의 보도는 진실'이라는 의미다.

A라는 언론사가 B라는 선수의 이적설을 가장 먼저보도했더라도, 팬들은 BBC의 보도를 기다린다. 진실을 보도하기 때문이다.

결국 언론은 진실을 보도해야 하고, 적어도 진실에 다가가려고 노력해야 한다. 독자들에게 '진실을 보도한다'는 신뢰를 받기까지 오래 걸리더라도 기다려야 한다.

차라리 '속보'를 포기하더라도, 남들보다 조금 늦더라도 '진실'을 보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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