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광화문덕 Jul 21. 2018

#1. 아르헨티나 말벡

핀까엘 오리엔(FINCA EL ORIGEN) 빈티지 와인

와인 입문

10년 전 어느 가을이 떠오른다. 강남의 한 와인바였다. 아는 친구가 와인이 먹고 싶다고 해서 우연히 들어간 와인집. 그 때 얼큰하게 취했던 나이기에 과감하게 비싼 와인을 골랐다. 말벡이었는데 사실 정확한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지금 생각하면 내 삶의 큰 실수였다.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말이다.


내 삶의 첫 와인이었다. 말벡.....이란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단 하나다. 마시면서 여러가지 맛이 내 혀를 자극했다. 와인이 내 혀를 감싸면서 주는 오묘한 맛의 쾌감을 그날 처음 느꼈다. 말벡...


정말 묘했다. 5가지 이상의 맛을 느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날의 그 흥분을 잊을 수 없었다. 그 이후로...


물론 난 와인은 상대가 먹고 싶다고 할 때만 먹었다. 30대의 나이에는 소주와 맥주가 좋았다. 그래서 그동안 난 와인의 맛과 멋을 몰랐다.


그러다 최근 아르헨티나의 탱고에 빠졌다. 춤으로서의 탱고가 아닌 예술, 음악으로서의 탱고에 말이다. 탱고는 아르헨티나의 역사와 함께한다. 그러다 아르헨티나의 와인을 마시며 와인에 빠지게 됐다.


와인, 내 주말의 소확행

요즘 주말이면 하는 것이 두가지가 있다. 와인 관련 책을 보며 상식을 얻는다. 토요일 밤엔 나홀로 와인 한병을 마신다. 다 마시고 나면 물론 취한다. 하지만 토요일 밤엔 와인이 너무 마시고 싶다. 토요일 아침부터 와인에 관한 책을 읽고 있노라면 글로 익힌 와인을 너무도 맛보고 싶다는 욕망이 솟구친다.


내게 와인에 대한 환상을 줬던 것이 말벡이기에 난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에도 말벡을 마신다. 물론 이전에도 와인 가게에 가서도 시켰던 것은 말벡이었다. 말벡과 까베르네 쇼비농, 쉬라즈, 멜롯 등을 구별할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저 첫 경험이 말벡이었기에 말벡을 좇을 뿐이다.


아르헨티나 말벡

지난주부터 난 핀까엘 오리엔 말벡 빈티지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주에 2017 빈티지를 마셨는데 사실 내 지식의 부족으로 실패한 경험이었음을 고백한다.


와인 기초 서적을 보면 레드 와인은 14~18도 사이에 있을 때 마시기 가장 좋은 온도다. 난 지난주 금요일 밤에 퇴근해서 이마트에서 2017년 빈티지를 사왔고 하루동안 냉장고에 넣어놨다. 냉장고 온도는 당연히 차갑다...


토요일 밤에 난 마시고 싶은 욕구를 제어하지 못하고 결국 와인을 땄고, 기다리지 못하고 차가운 체로 마셨다.


2017년은 너무도 시큼했다. 아마 내가 너무 차갑게 마셔서 그런것이리라 생각한다. 물론 지난주에 2017년 빈티지를 마실 때에는 이걸 깨닫지 못했다. 오늘 2016년 빈티지를 마시면서.... 와인 관련 기초를 알게 되면서 지난주의 나의 과오를 인지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사서 맛봐야겠다.


지난주에 마신 핀까엘 오리진은 그래서 느낌을 쓸 수가 없다. 그게 너무 아쉽다. 무지했기에 와인의 맛을 기록할 수 없다는 게 너무도 속상하다.


디켄터를 사볼까도 고민했다. 이론으로 배웠던 디켄팅을 하게 된다면 과연 이 와인의 맛은 어떻게 바뀌게 될까라는 것이다.


레드 와인을 마시기에 가장 좋은 온도에서 마셨다면... 디켄팅을 통해서 성숙하게 만들었다면...


물론 책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5만원 이하의 저가 와인은 큰 차이가 없다고 말이다. 그래도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고 싶은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와인에 대해서 더 많이 알게 된다면 꼭 나중에 한번 제대로 먹어보고 싶은 와인이다.


핀까엘 오리엔 스페셜 리제르바 말벡 2016

와인 서처를 통해 살펴본 점수는 2017년 빈티지와 2016년 빈티지는 같다. 87점. 사실 난 이 점수의 가치를 아직까지는 잘 모른다. 그저 90점이 넘으면 좋은 거겠지라고 판단할 뿐이다. 물론 거듭 말하지만 와인 책에는 5만원 이하 와인은 다들 비슷하다고들 함에도 말이다.


오늘은 실수하지 않았다. 이마트에서 사온 뒤에 손으로 만져보고 살짝 서늘한 정도여서 그대로 오픈했다. 책에는 적혀있다. 와인에 손을 댔을 때 살짝 서늘한 정도가 14~18도 사이가 된다고 말이다.


코르크를 따고 냄새를 맡았는데 확실히 향은 2017보다 좋았다. 잔에 따르고 스월링을 했다. 아직 나의 내공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운 것 같다. 맛을 봤다. 천천히 입가에 와인을 묻히려고 애썼다. 주말에 혼자 와인을 음미할 때에 원칙이 있다. 되도록 안주를 먹지 않는다. 와인을 공부하는 만학도로서의 자세 아닐까해서다.


물론 지금은 약간 취했기에 나초와 함께 먹는다. 역시 자극이 강한 나초를 먹으니 와인의 맛을 잘 모르겠다. 그냥 알코올일 뿐이다...


2017의 맛을 제대로 못봤지만 지난주에 맛봤던 시큼했던 너무 영했던 와인의 맛보다는 나은 느낌이다. 온도 때문일 것이라고도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굳이 비교를 한다면 지난주에 마신 2017은 너무도 어린 맛이 강했다. 좋게 말하면 너무 신선했다.


하지만 이번에 마신 것은 묵직한 맛은 없지만 그래도 2017보다는 더 익었다는 느낌이다. 사실 '스페셜'이란 단어와 그림이 더해져 무언가 있어보이기에 이 와인이 가장 고급아닐까란 생각을 했다. 나처럼 와인을 잘 모르는 이에게 2017, 2016, 2015 빈티지를 주고 선택하라면 2016을 꼽지 않을까 싶다.


다음주에 마실 와인은 2015년 핀까엘 오리진이다. 과연 다음주에 만난 핀까엘 오리진은 어떤 맛일까 너무 궁금하다.


굳이 가격대를 비교하자면 2017년은 1만원 이하, 2016년은 1만원중반대 2015년은 2만원중반대다.


일단 말벡을 다 섭렵해보려고 한다. 저가부터 시작할 것이다. 5만원 이상의 와인은 경제적인 여력이 된다면 도전해보겠다......


흔히 얘기한다. 말벡이란 포도 품종은 아르헨티나가 유명하다고 말이다. 난 신사동 와인 가게에서 먹었던 4만5천원짜리 아르헨티나 말벡의 맛이 좋다. 가게에서 마시지 않고 사갈 경우 2만1천원이다. 이 와인은 여러가지 맛을 느낄 순없지만 와인이 혀에 닿는 순간 가볍지 않음에 감사한다.


와인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려고 애쓰지만 외울것이 너무 많다. 품종부터 시작해서 역사, 인물 등 방대하다. 차근차근 와인에 대한 나만의 기록을 해나가려고 한다.


이제 막 입문한 초짜이지만... 바람이 있다면 죽기전에는 신의 물방울 같은 대중들에게 유익한 책을 남기고 싶다.


다음에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 #프롤로그. 와인에 빠지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