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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Aug 21. 2018

#8. 나를 집착하게 만든 메종 와인

빌라 데 크뤼 보르도 by MAISON BOUEY

애송이

와인샵에서 4만원 정도에 구매한 와인이다. 제대로 마셔봐야겠다고 다짐하고 신 첫 와인이기도 하다. 당시 난 의욕만 강했다. 와인 책을 조금 읽고나서 자신감이 조금 붙었고 와인샵으로 돌진했다.


매장 입구에 들어설 땐 의기양양했으나 곧 얼굴이 화끈 거림을 느꼈다. 책에서 본 와인은 한 병도 없었으며 대신 알 지 못하는 글자들로 가득한 수백, 수천개의 와인이 날 비웃고 있는 것 같았다.


결국 난 샵 직원이 추천해준 것을 그대로 넙죽 들고 왔.


포스팅이 늦은 건 이 와인에 대한 정보에 접근하기가 그만큼 어려워서였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이렇게 정리해낼 수 있었다.


먼저 맛본 경험을 말해보자면....

특이 사항 없음

이 와인을 맛볼 당시에 느낀 점은 '특이 사항 없음'이었다. 그냥 '아 이게 보르도 와인이구나' 이정도였다고 할까.


오렌지색 라벨이 인상적이기도 하고 깔끔하게 'CRUS'와 'BORDEAUX'란 단어가 똭 적혀 있어서 '좋은 와인이겠구나'라는 막연한 기대를 했던 것 같다.


물론 이 와인을 다시 맛볼 생각은 없다. 현재까지는 그렇다. 그저 평이한 수준의 와인이라고 평하고 싶다.

 
빌라 데 크뤼
그것이 알고 싶다

빌라 데 크뤼란 와인에 대해서 이해하는데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프랑스 산지 보르도, 부르고뉴, 론 등 지방에 대한 지식만으로는 '빌라 데 크뤼' 와인에 대해 절대 절대로 이해할 수 없다.


다행히 수입사인 나라셀라에 웹사이트에서 '빌라 데 크뤼'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수입원인 최소 포도나무 수령이 20~25년 된 포도밭에서 포도를 수확하여 만든 와인으로 깊고 진한 붉은 색을 띠고 있습니다. 잘 익은 붉은 과실 아로마와 삼나무향이 잘 어우러져 있으며, 오크 풍미와도 좋은 밸런스를 이루고 있습니다.

복합적인 풍미를 자아내는 와인으로 기분 좋은 아로마가 오랜 여운을 선사합니다.


와이너리가 '빌라 데 크뤼'???

열심히 인터넷 백과사전을 검색했다. 해외 사이트도 열심히 검색해보았다. 하지만 쉽게 나오지 않았다. 특히 국내에서는 정보가 거의 전무했다.


그러다 실마리를 하나 찾았다. 역시 와인21닷컴에 생산자로 '빌라 데 크뤼'가 등록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또 하나의 덫에 걸렸다. '오뜨 꾸뛰르(Haut Couture)'의 함정에 걸린 것이다. 와인에도 '오뜨 꾸뛰르'가 있다는 말인데 예술 문화에 무지한 나는 '오뜨 꾸뛰르, 오트 쿠튀르'와 와인, 와이너리를 조합하여 정보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찾은 것은 '오뜨 꾸뛰르'는 고급 주문복 의상점이라는 뜻이고, 샤넬 등이 '오뜨꾸뛰르'를 추구하는 명품이라는 정도였다.

 

▼ '오뜨 꾸뛰르'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아래 링크 참조

찾아내야만 한다

기자였을 때 취재가 잘 안되면 집착하던 버릇이 있었는데 그 버릇이 다시 스믈스믈 내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절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단서를 찾아내야 한다는 오기가 발동했다.


샅샅이 뒤졌다. 그러다 하나의 힌트를 추가로 찾아냈다.

병 뒤에 적혀 있는 제조회사명 : 메종 부에이

나라셀라 페이지에 나와 있는 소유주 : Maison Bouey


그리고 나라셀라에 나와있는 부에이(Bouey) 가문에 대한 설명...

빌라 데 크뤼의 설립자인 Bouey 가문은 1821년 이래 보르도 메독 지방에서 시작된 가문의 유산을 현재까지 이어가고 있습니다. 1932년 샤또 레스뜨뤼엘을 포함한 2곳이 크뤼 부르주아로 승격되었으며, 보르도 와인에 있어서 가장 유명한 저서인 Feret Guide에 소개될만큼 그 명성을 더해나가고 있습니다.

2005년 Patrick Bouey는 보르도 여러 샤또들과 함께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훌륭한 품질을 지닌 Villa des Crus를 출시하였습니다. 레이블의 고급스러운 사자 엠블럼은 보르도의 상징이자 와인이 지닌 우아함과 고급스러움을 의미합니다.

▼ '빌라 데 크뤼 보르도' 상세 설명 참조

메종 부에이???

드디어 찾아냈다. 빌라 데 크뤼에 대한 정보가 그토록 없었는지 말이다.


빌라 데 크뤼는 뒷면에 보면 'MIS EN BOUTEILLE PAR MASION BOUEY'라고 적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말은 메종 부에이가 병입했다는 뜻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보자면 메종(MASION)은 네고시앙(Négociant)이 운영하는 와이너리를 말한다.


프랑스어 네고시앙(négociant)은 와인 중개인 또는 도매상이라는 뜻이다. 네고시앙은 포도, 와인, 머스트(발효 전 또는 발효 중의 포도액)를 사들여서 최종 제품에 자체 라벨을 붙인다.


과거 와인을 중개하던 개념에서 최근에는 네고시앙들도 고급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한다. 요즘 일류 네고시앙은 고품질 와인을 생산하고있으며 와인 제조와 포도 재배에까지 관여하고 있다고 한다.


메종과 네고시앙에 대한 검색을 해보면 부르고뉴의 사례를 들어 설명된 것이 대부분이다.

정리해보면

과거 부르고뉴에는 영세한 소규모 생산자들이 많아 독자적인 양조시설을 갖추지 못한 곳도 있었고, 자연스럽게 네고시앙(Négociant)들은 중간 유통 역할만을 맡는 것이 아니고, 잘게 쪼개진 포도밭들에서 포도를 사들여 직접 와인을 양조해 판매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중 자체 포도밭을 소유하면서 포도재배, 양조, 블렌딩, 병입, 판매까지 하는 대규모 네고시앙을 ‘메종(Maison)’이라고 불렀고, 현대에 들어와서는 이런 형태가 점점 늘었다고 한다. 실제로 부르고뉴 전체 와인생산량의 80% 가량을 이런 저런 형태의 네고시앙 회사들이 맡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프랑스 와인을 공부할 때 가장 먼저 습득하는 것이 바로 '샤또(보르도)'와 '도멘(부르고뉴)'이다. 이 두 단어는 자기 포도밭에서 직접 와인을 만들어 병입하고 자기 브랜드로 유통시키는 소규모 전문 생산자들이다. 이들이 만드는 와인은 고급 와인들이기도 하다.


와인을 이야기할 때 와인의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떼루아르(Terroir)를 꼽는다. 떼루아르는 포도밭의 토양, 위치, 지형적 조건, 기후 등을 말한다. 그래서 자기 포도밭에서 직접 와인을 만들어 병입하는 샤또, 도멘으로 불리는 라벨의 와인은 맛의 집중도가 높고 토양 고유의 맛이 잘 배어 있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네고시앙(Négociant)이나 조합에서 만든 와인은 각각의 양조방식에 따라 품질과 개성이 다르게 표현되는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빌라 데 크뤼
세 줄 정리

보르도 와인 등급에는 CRUS는 없다.

CRUS는 그냥 포도밭을 가리키는 단어이고 BORDEAUX는 보르도에서 생산한 포도로 만들었다는 의미다.

'빌라 데 크뤼'는 '메종 부에이'가 내건 브랜드 개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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