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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Aug 05. 2018

#3. 소개팅을 연상시키는 와인

샤또 라 피에리에 2016

오늘 만난 와인
샤또 라피에리에 2016

오늘도 이마트 와인 진열대를 서성인다. 와인이란 매력에 흠뻑 빠져서다.


'헛.... 이건...'


이름이 익숙하다. 샤또 라 피에리에. 까스띠용 꼬뜨 드 보르도(Castillon Côtes de Bordeaux)

'신의 물방울'을 읽으며 본 것 같은 느낌이다. 확인해봐야 하겠지만...


어쨌든 익숙한 것 같은 와인을 만나니 반갑다.


▼ 까스띠용(Castillon) 지방은 22번이다.

출처: 다음 백과
빈티지는 2016년


최근 빈티지지만 가격대만 보면 어차피 이놈은 맛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고민없이 주워담고 집으로 왔다.


와인 셀러 14도에 한시간 가량을 넣어둔 뒤... 조심스럽게 오픈했다.



오픈을 하니 과일 향이 향긋하다. 기대하게 되는 향기다.


빛깔도 곱다. 사실 아직 내공이 부족하다보니 색깔을 규정짓기는 부담스럽다. 그냥 지금 수준에서는 곱다는 표현이 더 적확할 것 같다.


한모금을 입에 넣고 음미하려고 했다.


배신과 딜레마

샤또 라피에르는 내게 두가지 충격을 주었다.


와인을 오픈하고 맡은 과일향에 설렜던 내 마음을 한 모금 시음이 모든 것을 빼앗아가버렸다. 너무 가볍다. 난 와인을 마실 때 여러가지 맛을 느끼는 것을 좋아한다. 개인적 취향일 수 있으며 나의 내공이 얕아서 오는 착각일 수 있으니 비난은 금지....(입니다;;;;)


또 하나는 와인을 삼킨 후에 느껴지는 메마름이다. 잇몸에 가뭄이 드는 것 같은 갈증이 입안을 꽉 메운다. 잇몸이 뻑뻑해져 다시 한모금을 마실 수밖에 없다. 끊임없이 마셔야 하는 딜레마를 내게 안겨주는 와인이다.


와인을 마신 뒤에 오는 목마름, 갈증이란 이런 것일까.


1시간 가량 인내를 하며 와인을 음미하려고 애썼다. 처음 오픈했을때와 1시간 후에 느껴지는 맛이 다를까해서다. 시간이 아직은 더 필요한 것일까...


내게 샤또 라피에리에는 소개팅이다

인내심을 가지고 2/3를 마셨지만 샤또 라피에리에는 처음 느꼈던 두가지 충격 이외 그 이상의 즐거움은 없었다.


그리고 난 이 와인을 이렇게 정의했다. 샤또 라피에리에는 '소개팅'이다.


젊은 시절, 외로움을 잊기 위해 소개팅을 갈망한다. 소개팅 제안이 들어오면 소개팅에 대한 설렘으로 밤잠을 설친다. 싱그러운 아침햇살을 맞으며 한껏 뽐내며 소개팅 날에 부푼 가슴을 안고 한껏 기대를 하고 소개팅 장소에 나선다. 모든 것이 아름답다. 상대에 대한 설렘과 기대감은 내 마음을 한 껏 끌어올린다.


하지만 소개팅이란 실패가 99%인 것. 외로운 남녀가 소개팅으로 만나 성공할 확률이 그만큼 낮다는 것이다. 그저 만나기 전까지의 설렘만으로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때가 많았다. 적어도 내 경험은 그렇다.


소개팅 이후 외로움은 더욱 커지고 또다른 만남을 갈망하게 된다. 나의 감성은 더더욱 연인을 갈구한다.


설렘이란 환상으로 가득했지만, 한 모금 마시는 순간 현실로 나를 데려온다. 실망감으로 가득한 내게 잇몸 가득히 강렬하게 전해지는 떫디 떫은 뒷맛, 나는 입술에 힘을 주어 강제로 입을 다물어야 한다.


샤또 라피에리에는 내게 그런 인상을 주었다.


알코올 13.5도
샤또 라피에리에

지금 난 샤또 라피에리에가 주는 메마름을 없애려 마시고 또 마신다. 마시면 마실수록 더욱 갈증이 나는 것을 알면서도 멈출 수 없다.


소개팅에 실패한 이가 씁쓸한 마음을 달래기에 좋은 와인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 샤또 라 피에리에 와인에 대한 상세 스펙은 아래 내용 참조

까스띠용 꼬뜨 드 보르도에 대한 좀더 자세한 와인 정보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한 설명은 아래...
까스띠용 꼬뜨 드 보르드
(Castillon Côtes de Bordeaux)

까스띠용 꼬뜨 드 보르도에 대해 이해를 하기 위해서는 꼬뜨 드 보르도 AOC(Appellation d'Origine Contrôlée) 규정인 원산지통제명칭에 대해서 이해를 해야 한다.


정리해보면 이렇다. 와인21닷컴 속 기사를 토대로 정리했다.


2007년 7월, 보르도 꼬뜨 와인 지역 통합에 대한 언급이 있다. 


보르도 지방의 와인 지역 명칭 중 △프르미에르 꼬뜨 드 블레(Premieres Côtes de Blaye) △프르미에르 꼬뜨 드 보르도(Premieres Côtes de Bordeaux) △꼬뜨 드 프랑(Côtes de Franc), △꼬뜨 드 까스띠용(Côtes de Castillon) 등 4개의 꼬뜨 지역 호칭이 ‘꼬뜨 드 보르도(Côtes de Bordeaux)’라는 이름으로 통합될 예정이다. 여기에는 그라브 드 베르(Graves de Vayres)와 보르도 쌩 푸아(Bodeaux St Foy) 와인 호칭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 국립 원산지호칭연구소(INAO)도  곧 ‘꼬뜨 드 보르도(Côtes de Bordeaux)’ 와인 호칭에 대해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


그 다음해인 2008년 10월. 프랑스 국립 원산지호칭연구소(INAO)가 ‘꼬뜨 드 보르도(Côtes de Bordeaux)’ 와인 호칭을 승인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2009년 봄부터 소비자들은 2008년 빈티지 ‘꼬뜨 드 보르도(Côtes de Bordeaux)’라는 새로운 와인 호칭(AOC)이 적힌 와인을 슈퍼마켓이나 할인점 등에서 사서 맛볼 수 있다고 전했다.


표기 방식은 ‘꼬뜨 드 보르도(Côtes de Bordeaux)’에 하위 지역 명칭을 추가하는 방식이다.뜨 에 하위 지역 명칭인 블레( ôtes de Bordeaux Blaye), 까스띠용(Côtes de Bordeaux Castillon), 프랑(Côtes de Bordeaux Francs), 까띠약(Côtes de Bordeaux  Cadillac)를 추가로 기입하는 방식이다.


꼬뜨 지역에는 1,600 여 명의 와인 생산자가 있으며, 연간 1억 2천만 병의 와인을 생산하여 보르도 전체 와인 생산의 10%를 담당하고 있다. 이 지역 와인의 전체 매출은 3억 6천만 유로에 이르며, 생산된 와인 중 14% 정도를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 출처 : 2007년 7월 15일자 와인21닷컴 기사

▼ 2008년 10월 31일자 와인21닷컴 기사

통합은 왜?

2008년 10월 보도된 기사 말미에 이런 문구가 있다.

꼬뜨 드 보르도 지역에 있는 와이너리인 샤또 물랭 드 클로뜨(Chateau Moulin de Clotte)의 필립 라노야(Philippe Lannoye) 씨는 이 같은 소식에 매우 반가워 했다. 

“이 새로운 와인 호칭은 와인 바이어와 소비자들에게 보다 분명하게 전달될 것입니다. 사람들은 꺄스띠용(Castillon)하면 당연히 루씨용(Roussillon) 지역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보르도에도 있어요. 일반 사람들은 보르도 하면 메독과 쌩떼밀리옹 밖에 모릅니다. 저는 이것이 보르도의 다른 지역에 참고가 될 좋은 선례가 되었으면 합니다.”


위의 내용으로 미루어 짐작해 볼 때 '꼬뜨 드 보르도' 브랜드 통합에 참여한 와이너리는 브랜드 통합을 통한 시너지를 기대했던 것 같다. 프랑스 보르도 안에서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부족했던 탓에 그들의 기대에는 소비자의 관심이 턱없이 부족했다고 느껴서 아닐까 한다.


구글 ‘꼬뜨 드 보르도(Côtes de Bordeaux) 협회' 링크에서 찾은 인포그래픽 하나만으로도 그들의 위상이 느껴진다.

출처 : 구글 지도 내 꼬뜨 드 보르도 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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