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긋함이 날아올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다. 코를 잔 입구에 가져가 킁킁거려본다. 여러 번 반복한다. 그러자 은은하면서도 달콤한 향이 느껴진다. 향이 강하지 않다. 복잡하지 않지만 은근한 매력적이 있다.
심상을 표현하자고 하면, 은은한 빛깔을 지닌 잔잔한 물결 같다고 할까.
맑은 은은한 자줏빛과 맛
짙지 않은 자주색, 은은향 향과 잘 어울리는 빛깔이다. 맛이 궁금해졌다. 맛도 향과 빛깔과 닮았을까?
한 모금...
맑고 투명한 맛. 맛 역시 복잡하지 않다. 은은한 달콤함이 입안에 퍼진다. 무엇하나 튀지 않는 맛이다.
목 넘김도 부드럽다. 부담스럽지 않다. 벌컥벌컥 마셔도 술술 넘어갈 그런 부드러움이다.
은은한 달달함이 참 좋다
3시간이 지나고...
한동안 수다가 이어지고 마지막 잔. 시간이 많이 지난 만큼 숙성되어 더욱 멋진 맛을 보여줄 것이라 생각하고 잔을 들이켰다.
하지만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숙성된 달콤함이 아닌 쓴 맛이 올라왔다. 이 와인은 너무 오래 두고 먹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텍스트북 까베르네 쇼비뇽은 까베르네 쇼비뇽 100%여서 오래 두고 먹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아니 까베르네 쇼비뇽은 그래야 하는 와인이라고 맹목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세상에 반드시란 없다. 와인이 나의 어설픈 지식에 경고를 주는 듯했다.
벌써 '당연한 것은 없다는 것을 잊었냐'라고 질책하는 것 같았다.
와이너리 조나단 페이(Jonathan Pey)
텍스트북 와인(Textbook Wine)은 150년 전통의 프랑스 부르고뉴 명가 '도멘 루이자도 (Domaine Louis Jadot)', 호주 국보로 지정된 와인 브랜드 '펜폴즈(Penfolds)', 프랑스 보르도 5대 샤또를 만드는 샤토 무통 로칠드사와 미국의 로버트 몬다비사의 합작품으로 미국 나파밸리의 1등급 와인 브랜드 '오퍼스 원(Opus one)',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공식으로 선정되었을 뿐 아니라, 미국 와인 애호가들에게 최고의 품질로 각광받는 '스텔링 빈야드(Sterling Vineyards)' 등에서 최상급 와인메이커로 일하면서 실력을 인정받은 조나단 페이(Jonathan Pey)가 가정을 꾸린 후 정착한 나파밸리에 만든 부티크 와이너리다.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가장 싼 것도 10만 원에 육박하지만, 와인 서처나 미국 사이트에서 판매가를 살펴보면 33달러 정도에 판매되고 있는 대중적인 와인이다. 30달러대의 가격에 비해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으로 와인 평론가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텍스트북은 '손으로 직접 가지를 치고 Hand-pruned, 손으로 직접 수확하고 Hand-picked, 손으로 직접 분류하는 Hand-sorted’ 것을 원칙으로 한정 수량만을 고집하는 유명한 부티크 와이너리다. 포도밭에서 이루어지는 공정은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될 뿐 아니라, 포도나무 재배 과정에서는 최대한 자연의 유기적인 상호작용을 촉진해 농축미 있는 포도를 얻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단다.
‘교과서’를 뜻하는 와이너리의 이름대로 조나단 페이는 가장 클래식하며 모범적인 와인을 만들고자 했다. 와이너리의 작은 규모 덕분에 와인메이커는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양조 과정 전체를 직접 통제하고 있다. 와인의 풍미나 균형감, 캐릭터를 결정짓는 가장 주요한 요소인 일조량을 높이기 위해 포도나무의 캐노피를 컨트롤하고, 농축미를 더욱 높이기 위해 혹독한 가지치기를 진행하면서 말이다.
와인 가운데 가장 우리에게 익숙한 것이 바로 까베르네 소비뇽이다. 와인병에 붙어있는 라벨을 통해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실제로 전 세계 와인 시장에서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와인의 주 재료이기도 하다.
까베르네 쇼비뇽의 고향은 프랑스 보르도 지방, 그중에서도 메독(Medoc)이다. 아래 좌측 지도에서는 Medoc, 우측 지도에서는 1번에서 8번으로 보이는 지역이다.
출처: 다음백과
원산지인 프랑스 보르도 지방(특히 메독 지역)에서는 까베르네 쇼비뇽 품종을 사용하여 최고급 와인들을 생산하고 있다. 메독 지역의 '샤또 마고(Château Margaux), 샤또 무똥 로췰드(Château Mouton-Rothschild), 샤또 라피뜨 로췰드(Château Lafite-Rothschild), 샤또 라뚜르(Château Latour) 등의 세계적인 명품 와인들이 까베르네 쇼비뇽을 주 품종으로 블랜딩한 와인들이다.
까베르네 쇼비뇽 품종은 더운 지역에서 잘 자라지만, 다양한 기후와 토양에 대한 적응력이 좋고, 질병이나 냉해에도 강해 세계 전역에서 광범위하게 재배된다. 까베르네 쇼비뇽은 현재 본 고장인 프랑스를 비롯해 미국, 남아프리카, 동유럽, 오스트레일리아 심지어는 중앙아시아까지 퍼져 널리 재배되고 있다.
특히, 1960년대 이후 캘리포니아, 칠레, 호주,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신세계 와인 생산국에서도 보편적으로 가장 많이 재배되고 있다.
까베르네 쇼비뇽은 레드 와인 품종 중에서 가장 묵직하고 진한 맛을 낸다. 이것은 포도가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는 탄닌(tannin) 성분 때문이다. 이를 남성적, 야성적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와인을 생산하는 양조장에서는 부드러운 맛의 다른 포도와 혼합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가리켜 브랜딩(blending)이라고 한다. 까베르네 소비뇽과의 브랜딩에는 쉬라즈(Shiraz), 메를로(Merlot) 등이 흔히 쓰인다.
타닌이 많은 까베르네 쇼비뇽은 오크통에서 오래 숙성할 수 있고, 병입한 후에도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까베르네 쇼비뇽 와인은 기본적으로 진한 까시스 향과 타닌의 묵직함, 후추, 민트향이 나며, 산도가 꽤 느껴진다고 한다. 오크통 숙성을 통해 바닐라, 초콜릿, 담배향 등도 곁들여진다고 평가한다.
Cabernet Sauvignon에 대한 8 가지 사실 (출처 : 와인 폴리)
1. 까베르네 쇼비뇽은 카베르네 프랑과 소비뇽 블랑의 자손이다?
Cabernet Sauvignon은 1600 년대에 Cabernet Franc와 Sauvignon Blanc을 교배했고, 그 이후로, 진화하면서 오늘날의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레드 품종 중에서 아주 무겁고 진한 맛을 내는 Cabernet Sauvignon(까베르네 쏘비뇽) 품종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레드 품종인 Cabernet Franc(까베르네 프랑)과 화이트 품종인 Sauvignon Blanc(쏘비뇽 블랑)의 교배로 만들어진 품종이라는 얘기다.
Carole Meredith 박사와 UC Davis의 연구 그룹은 DNA 종류를 사용하여 다양한 와인 품종의 모종을 확인한 최초의 사람이었는데, 1996 년에 이 관계를 발견했다.
참고로 이는 인위적인 것이 아니라, 17세기경 보르도 어느 지역에선가 두 품종 사이의 우연한 교차 수분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도 있다.
2. 미국의 카베르네 쇼비뇽 와인에는 25 %의 다른 포도를 포함한다?
미국에서는 "Cabernet Sauvignon"이라는 라벨이 붙은 와인에 다른 포도의 25 %를 혼합하는 것이 합법적이다.
미국, 칠레, 호주 등에 100% Cabernet Sauvignon 와인이 있는 반면, 에티켓(라벨)에 ‘Cabernet Sauvignon’이라고 표기되어 있어도 실제로는 75~85%(나라별로 기준이 다름)정도의 주품종으로 사용된 경우도 있다는 얘기다.
3.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은 얼마나 비쌀까?
2008 년 나파 밸리 (Napa Valley) 포도 재배자 피냐 (Piña)는 " Cabernet Sauvignon은 톤당 6,000 달러에 거래되고 있지만, 메를로(Merlot) 포도는 톤당 1,300 달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4. 까베르네 쇼비뇽을 축하하는 날이 있다?
Cabernet Day가 있다. 매년 8 월 말 노동절 이전인 목요일에 열린다. #CabernetDay는 다양성을 축하하기 위한 소셜 미디어 활동으로 2010 년에 시작됐다고 한다. 그 이후로 샌프란시스코에서 시드니까지 주요 도시에 그랜드 테이스팅이 포함되었다.
5. 까베르네 쇼비뇽의 녹색 피망 냄새가 난다?
Cabernet Sauvignon의 후추 향은 피라진 (pyrazines)이라고 불리는 유기 화합물 그룹으로 거슬러 올러간다. 피라진은 설 익은 Cabernet Sauvignon 포도에서 더 높다.
6. 까베르네 쇼비뇽은 수확량이 많다?
샤토 라투르 (Chateau Latour)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카베르네 쇼비뇽 (Cabernet Sauvignon) 생산국으로, 1 에이커 당 3.5 톤을 수확한다. 비교해 보면, 세계에서 가장 비싼 피노 누아는 DRC에서 1 에이커 당 1 톤 이상의 포도를 수확한다.
7. 사막에서 잘 자랄 수 있다?
1 년에 6-8 인치의 비가 내리는 동부 워싱턴 주 (Eastern Washington State)의 샴푸이 빈야드(Champoux Vineyards)에서 만든 Cabernet Sauvignon 와인은 100 점을 여러 점 받았다. 중국의 고비사막(Gobi Desert)에는 샤또 핸슨(Chateau Hanson)을 포함한 까베르네 쇼비뇽(Cabernet Sauvignon)이 자라고 있는 포도주 양조장이 몇 군데 있다.
8. 희귀 한 카베르네 소비뇽 오염은 무당벌레와 관련이 있다?
캐나다의 카베르네 쇼비뇽 (Cabernet Sauvignon)을 연구 한 연구원은 아시아 무당벌레에 감염된 포도원으로 만든 와인이 와인의 맛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무당벌레는 원래 북 아프리카에서 진딧물 개체수를 줄이기 위해 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