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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Sep 07. 2019

행복은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믿는 순간 행복은 찾아온다

와인 한 잔 할까

아내가 오랜만에 내게 와인 한 잔 하자며 제안했다. 너무도 반가운 제안에 나는 와인 셀러에 고이 모셔뒀던 고가의 와인을 꺼냈다. 바로 텍스트북 멜롯(메를로)이 바로 그것.


그리고 마침 태풍으로 인해 비가 쏟아지니 안주는 오징어양파듬뿍부추전으로 정했다. 아내가 알려준 레시피대로 튀김가루와 물을 1:1 비율로 정확히 맞추니 반죽은 끝났다. 그 안에 들어갈 오징어 손질, 양파, 부추를 적당히 자르고 이제 남은 것은 프라이팬에 기름을 적당히 두르고 잘 지지는 일만 남았다.


나름 내일의 요리왕을 꿈꾸는 내게 파전은 어렵지 않았다. 결국 파전은 식용유발 아니던가.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 놓고 와인을 세팅하고 아내와 함께 모처럼 오붓하게 마주 앉아 와인을 마셨다. 오징어양파듬뿍부추전을 6장을 구워냈는데, 아내와 난 금세 해치워버렸다.

오늘 준비한 와인은 미국 나파밸리에서도 손에 꼽는, 특히 우리나라에서 굉장히 잘 알려진 텍스트북으로 꺼냈다. 2015년 빈티지로 포도 품종은 부드러운 멜롯(메를로)다. 와인샵에서는 2016년도 빈티지가 9만 8천 원에 판매하며, 레스토랑에서는 훨씬 더 비싼 가격에 팔리는 와인이다. 내가 이번에 꺼낸 와인은 2015년 빈티지다.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내가 좋아하는 은은한 무드등도 켰다. 물론 아들은 옆에서 자기만의 플라스틱 와인잔에 매실차를 마시며 아내와 내게 연신 '짠'을 외다. 아들에게도 매실차에 오징어양파듬뿍부추전이 주어졌다. 아들도 "아빠 맛있어"를 연신 외치며 금방 그릇을 깨끗이 비워냈다.

사실 오늘 하고픈 이야기

1년여 동안 '광야'에 있었다. 내 마음속에는 누군가를 향한 분노로 가득했고 그를 미워하는 마음은 독이 되어 나를 곪아 터지게 만들었다. 늘 감사하며 살던 내 모습은 사라졌고,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무지개 빛을 잃어버린 온통 흑색이었다.


깊은 어둠 속에 홀로 버려진 느낌이랄까. 밤새 고독과 외로움 속에서 괴로워하며 눈을 감았지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머릿속에는 끊이지 않는 부정적인 생각, 누군가를 향한 미움들로 가득 차 비워내려 애를 쓸수록 더욱더 밀려오는 생각들로 매일 밤이 고통이었다.


그럴수록 난 '행복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집착하듯 말이다. 그리고 급기야 행복을 구걸하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말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불행해졌다. 행복에 집착하면 할수록 내게 찾아온 것은 불행이었다.


매일 기도하며 예전의 나를 찾기 위해 헤매고 돌아다녔고 1년여 만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겨우 겨우... 매일 기도했다. 세속적으로 살아오며 알고 지은 죄, 모르고 지은 죄를 하나님 앞에 울부짖으며 벌거숭이가 되어 하루하루 고통스러워 울부짖으며 보내다 이제 예전의 나로 돌아왔다.


1년 여만에 나를 다시 찾았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아직 100%로는 아니지만 예전의 긍정적이던 나를 찾아가는 중이다.

1년 여동안 '광야'에 나가 느낀 것은 '행복은 없다'다. 역설적이게도 행복이 없다고 확신하니 행복하게 됐다. 그 누구에게도 행복을 구걸하지 않게 됐고 그저 내게 주어진 환경, 내가 살아가는 매 순간마다 일어나는 일에 감사하게 됐다. 그리고 알게 됐다. '감사함=행복'이라는 것을 말이다.


내가 이렇게 가족과 함께 있을 수 있는 것, 아들의 얼굴을 보며 웃을 수 있는 것, 아내와 마주 볼 수 있는 것 그 모든 것이 감사할 일임을 깨닫게 된 순간. 그 모든 게 행복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행복은 내 안에 있다. 혹시 외롭고 고통스러운 하루하루를 보내며 타인으로부터 행복을 찾으려고 애쓰는 분이 있다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볼 것을 권한다. 타인은 절대 나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없다. 행복하다 느꼈다고 해도 그것은 순간일 뿐이다. 모든 사람은 떠난다. 영원한 것은 없다. 내 안에서 감사함을 찾고 그것이 행복이라는 깨달음을 얻으면 그걸로 족한 것이다.


행복은 내 안에서 찾아야 한다. 세속적 쾌락이 주는 행복은 순간적이며 그걸 쫓다 보면 몸과 마음이 병든다. 그 누구도 날 행복하게 해 줄 수 없다. 변치 않는 행복을 줄 수 있는 건 나다. 부디 지금 이 순간이 너무도 고통스럽고 불면증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분이 있다면... 자신을 더욱 사랑하고 그 안에서 감사함을 깨닫고 그게 행복이라는 것을 느꼈으면 한다.

텍스트북 멜롯
(TEXTBOOK MERLOT)

멜롯(메를로)의 특성이 그러하듯 매우 부드럽다. 향도 맛도. 신선한 과실 향에 묻어나는 달콤한 향이랄까. 하지만 아주 잘 익은 과실 향은 아니다. 한 여름 계곡에 갔을 때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 그리고 그 바람 속에 실린 산딸기의 향이랄까.


텍스트북 까베르네 쇼비뇽에서 느꼈듯이 텍스트북 멜롯에서도 은은함이 느껴진다. 텍스트북은 과하지 않은 것이 매력인 것 같다. 너무 강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밍밍하지도 않다.


한 모금 마시니 달콤함이 입안에 감돈다. 그렇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목 넘김에서 오는 알코올의 짜릿함이 있어서다. 높은 도수는 아니지만 결코 만만함이 아니다. 부드럽게 입안을 감싸며 나를 안심시켜주다가 나의 교만함, 안도감이 일쯤 내게 경고한다. 내게 늘 긴장하며 살라는 듯이 말이다.

와이너리
조나단 페이(Jonathan Pey)

텍스트북 와인(Textbook Wine)은 150년 전통의 프랑스 부르고뉴 명가 '도멘 루이자도 (Domaine Louis Jadot)', 호주 국보로 지정된 와인 브랜드 '펜폴즈(Penfolds)', 프랑스 보르도 5대 샤또를 만드는 샤토 무통 로칠드사와 미국의 로버트 몬다비사의 합작품으로 미국 나파밸리의 1등급 와인 브랜드 '오퍼스 원(Opus one)',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공식으로 선정되었을 뿐 아니라, 미국 와인 애호가들에게 최고의 품질로 각광받는 '스텔링 빈야드(Sterling Vineyards)' 등에서 최상급 와인메이커로 일하면서 실력을 인정받은 조나단 페이(Jonathan Pey)가 가정을 꾸린 후 정착한 나파밸리에 만든 부티크 와이너리다.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가장 싼 것도 10만 원에 육박하지만, 와인 서처나 미국 사이트에서 판매가를 살펴보면 33달러 정도에 판매되고 있는 대중적인 와인이다. 30달러대의 가격에 비해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으로 와인 평론가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텍스트북은 '손으로 직접 가지를 치고 Hand-pruned, 손으로 직접 수확하고 Hand-picked, 손으로 직접 분류하는 Hand-sorted’ 것을 원칙으로 한정 수량만을 고집하는 유명한 부티크 와이너리다. 포도밭에서 이루어지는 공정은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될 뿐 아니라, 포도나무 재배 과정에서는 최대한 자연의 유기적인 상호작용을 촉진해 농축미 있는 포도를 얻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단다.


‘교과서’를 뜻하는 와이너리의 이름대로 조나단 페이는 가장 클래식하며 모범적인 와인을 만들고자 했다. 와이너리의 작은 규모 덕분에 와인메이커는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양조 과정 전체를 직접 통제하고 있다. 와인의 풍미나 균형감, 캐릭터를 결정짓는 가장 주요한 요소인 일조량을 높이기 위해 포도나무의 캐노피를 컨트롤하고, 농축미를 더욱 높이기 위해 혹독한 가지치기를 진행하면서 말이다.


▼ 와이너리에 대한 상세 설명은 수입사 웹페이지 참조

메를로

원산지는 프랑스 보르도 지방의 쌩 떼밀리옹 지역으로, 잎이 크고 색이 진할 뿐 아니라, 포도알이 큰 편이다. 조생종(같은 종류의 농작물 중에서, 다른 품종보다 일찍 성숙하는 품종)이며 소출(논밭에서 생산되는 곡식의 양)이 많다.


형태적으로만 보면 까베르네 쇼비뇽(Cabernet Sauvignon)과 대비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메를로 품종은 오랜 기간 동안 보르도 지방에서 까베르네 쏘비뇽과 상호보완적 블렌딩 파트너였다고 한다. 까베르네 소비뇽이 남성적이라면 메를로는 여러모로 여성적이다. 까베르네의 야생적인 향 대신 메를로는 향에서 훨씬 과일 향과 같은 느낌이 나며 타닌 역시 매끄럽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터프한 까베르네 쇼비뇽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최적의 블렌딩 파트너로 인정받아 왔다.

석회 점토질이나 점토질 토양에서 잘 자라는 편이어서 메독 지역보다는 강 건너편(Right Bank)인 쌩 떼밀리옹이나 포므롤(Pomerol) 지역에서 더 많이 재배되며 메독과 그라브 지역에서는 까베르네 쇼비농의 보조 품종으로 활약하고 있다. 보르도 지방 전체적으로도 까베르네 쇼비뇽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양이 재배된다.


이탈리아에서는 토스카나와 시칠리아 지방에서, 스페인의 까딸루나 지방에서도 재배 면적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신세계의 경우 전역에서 생산한다.


유럽에서는 몇몇 지역을 제외하고는 80%이상을 메를로를 사용하는 곳은 드물다. 신세계 생산지역에서는 메를로만의 단일 품종도 생산하고 있다.


레이블에 ‘Bordeaux AOP(AOC)’라고 표시된 일반급 보르도 와인은 대부분 Merlot(메를로)를 주품종으로 까베르네 쇼비뇽과 까베르네 프랑을 블랜딩한 와인이다.


오크통에서 비교적 잘 숙성되며 병입 후에는 진화가 빠른 편이다. 까베르네에 비교한다면 대체로 중,단기 보관용으로 분류된다. 물론 세계 최정상급의 메를로 와인은 장기보관도 가능하다.


▼ 메를로 품종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내용 참조

텍스트북, 까베르네 쇼비뇽 나파 밸리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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