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피노 리제르바 두깔레 끼안티 클라시코 2014
자주빛 너머로 감도는 금빛
스월링을 할 수록 매력적인 빛깔이다. 마치 스모키 화장을 한 여성의 눈을 바라보다 깊게 빠져드는 느낌이랄까. 자주빛이 깊은 어둠과 맞닿아 있는 느낌이다. 물결치듯 움질일 때 보이는 노란 빛이 와인의 빛깔을 더욱 매혹적으로 만든다.
향은 익숙한 향이다
체리향이다. 예전에 산지오베제로 만들었던 끼안티 클라시코 때 맡았던 향과 비슷하다.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포도품종인 산지오베제가 들어간 끼안티 클라시코의 향을 이제 조금 알 것 같기도 하다.
강하지 않은 시큼함
한모금 넣으면 시큼한 향과 맛이 입안 가득 메워진다. 강하지 않다. 목마름은 없다. 벌컥벌컥 들이켜도. 다만 원샷하면 목구멍에서 쌰함이 느껴진다. 여운이랄까. 파스를 붙여놓은 것 같은 잔잔함이 목구멍에서 느껴진다.
이 시큼함을 보완해줄 음식이 너무도 간절하게 생각난다. 같이 먹어보지는 못했지만 걸죽한 파스타가 생각나게 하는 와인이다. 아라비아따처럼 매콤하고 국물이 있는 파스트는 어떨까 상상해본다. 지금 상상만으로는 걸죽한 까르보나라가 간절하다.
마리아주 실험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일단 준비했다. 슈퍼나 마트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서울우유 치즈', 그리고 살짝 튀긴 베이컨, 건포도, 땅콩, 호두, 아몬드.
궁금했다. 이 신맛과 어떤 맛이 어울릴지가 말이다. 얼마 전 와인 파티에 다녀왔는데 거기서 와인과 함께 준 안주가 건포도, 땅콩, 크래커 정도였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준비한 베이컨은 호화로운 서비스가 아닐까. ㅎㅎㅎ
서울우유 치즈
자 먼저 서울우유 치즈를 입에 넣었다. 그리고 와인을 한잔 마셨다. 마치 약을 입에 넣고 물을 마시며 삼키듯...
매끄러운 서울우유 치즈는 와인의 신맛과 완전히 따로 놓았다. 서로 전혀 어울릴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들은 정말 서로를 너무너무 관심이 없음을 확인했다.
순서가 틀린 것은 아닐까. 와인을 한 모금 입에 넣은 뒤에 신맛이 입안 가득 메울때 서울우유 치즈를 입안에 넣고 씹었다. 하지만 역시나 그들은 서로에게 호감이 없음을 확인했다.
이 둘은 전혀 맞지 않는다. 지금 내게 간절히 떠오르는 것은 최근 맛봤던 훈제 고기 맛이 나는 '스모키 치즈'다. 너무 그립다. 비싸서 못샀는데 마음이 바뀌었다. 마트가면 꼭 사놔야겠다. 다음 번 산지오베제 포도품종으로 만든 와인을 맛보기 위해서 말이다.
살짝 튀긴 베이컨
베이컨을 살짝 구워 함께 먹었다. 우선 베이컨을 조금 베어물고 와인을 입안으로 흘려넣었다. 그리고 씹었다. 베이커의 맛과 향이 와인의 맛과 향을 집어 삼켜버린다. 베이컨의 맛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이번엔 반대로 와인을 먼저 한모금 마신 뒤 산미가 입안 가득 올라왔을 때 베이컨을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베이컨의 고기 맛과 살짝 기름진 맛이 입안 가득 채워진다. 나쁘지 않다. 와인의 신맛을 베이컨의 고기맛과 기름진 맛이 잡아주는 느낌이다.
베이컨을 먼저 먹고 와인을 마셨을 때는 와인의 맛이 완전히 죽었지만, 순서를 바꾸니 나름 괜찮다. 베이컨의 여운이 끝나기 전에 다시 한 모금을 마셨다. 베이컨의 맛이 와인의 맛과 향을 지배하지 못했다. 베이컨의 여운을 이번에는 와인의 맛과 향이 몰아내버렸다. 이것도 나름 재미난 조합같다.
건포도
앞서 학습한 것을 토대로 한다면 일단 주인공인 와인을 한잔 마시고 건포도를 넣는 게 맞는 것 같아 그렇게 했다. 꽤 흥미로운 맛이다. 와인의 신맛이 입안을 감싸고 목구멍으러 흘러들어가자 건포도의 달콤함이 입안을 메운다. 산미가 주는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는데 그 뒤에 달콤함이 이어지니 오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뭔가 롤러코스트를 타는 느낌이랄까. 최고점으로 올라가기까지의 긴장감이 있는데, 막상 '뚝' 하고 떨어지고 난 뒤에는 짜릿한 즐거움이 온몸을 휘감기 때문이다. 시큼함 뒤에 오는 달콤함 너무 매력적이다.
혹시나 하여 반대로 해봤다. 건포도를 입안에 넣고 씹다가 와인을 한모금 마셨다. 이것도 나쁘지 않다. 건포도는 한두번 씹는다고 단맛이 바로 올라오지 않아서 같다. 건포도를 입안에 넣고 한두번 씹은뒤에 와인을 한모금 마시기 와인의 신맛이 입안 가득 퍼질 즈음, 건포도의 단맛이 분발한다. 신맛은 오래 가지 않지만, 씹는 활동이 이어질수록 건포도의 단맛은 더 짙어진다. 꽤 재미난 조합이다.
땅콩과 호두
땅콩은 잔잔한 고소함이 있어 그냥 아쉬운대로 그럭저럭이다. 호두는 별로다. 호두의 끝맛이 쓰기 때문에 신맛 뒤에 오는 쓴맛은 그닥 환영받지 못한다. 적어도 내게는 말이다.
사연있는 와인이 좋다
'루피노 리제르바 두깔레 끼안티 클라시코 2014'를 따면서 난 만세를 외쳤다. 난 스토리를 담고 있는 와인이 너무 좋아서다.
루피노는 와이너리 이름이고, 리제르바 두깔레는 바로 이 와인이 담고 있는 스토리다. 그리고 끼안티 클라시코란 명칭은 지역이 담고 있는 나름의 이야기이고 말이다.
그 중에서도 먼저 '리제르바 두깔레'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이 이름 속에 담긴 이야기를 말이다.
'리제르바 두깔레'
로사 시대에 이탈리아 아오스타(Aosta)란 공작이 있었다. 그는 완벽주의자였다. 아오스타 공작은 매년 로마로 성지순례를 떠났는데, 가끔씩 토스카나 지역을 여행하곤 했다고 한다.
그러다 1890년 피렌체(Firenze)에 있는 루피노의 와인셀러에 들러 여러 가지 와인을 맛보다 한 와인을 마음에 들어했다. 그리고 요청했다. 로마에서 자신이 돌아올 때까지 그 와인을 다른 곳에 팔지 말고 자신을 위해 제공(Riserva)해줄 것을 말이다.
이탈리아어로 두깔레는 공작(Duke·듀크)을 의미하며 리제르바는 예약(Reserve·리저브)을 의미한다.
이에 루피노에서 그 와인 통에 초크로 '리제르바 두깔레(Riserva Ducale)'라는 문구를 써 놓았다. '리제르바 두깔레(Riserva Ducale)는 우리말로 번역하면 '공작이 찜해놓음(예약 해 놓음)'의 뜻이다. '성지순례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루피노 와이너리를 찾은 공작은 이 와인을 자신의 궁정에 공급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가 효시가 되어 루피노에서는 '리제르바 두깔레'라는 라벨을 만들기 시작했으며, 지금 루피노의 리제르바 두깔레는 이탈리아 끼안티 지역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와인이 됐다고 전해진다.
라벨에 그려진 그림은 아오스타 공작이 성지순례를 마치고 돌아와 기쁜 마음으로 시음하는 장면이다. 아오스타 공작의 설렘과 기쁨이 전해지는 듯한 흐믓한 미소가 눈에 띈다.
좋은 해에만 생산하는
진정한 한정판
루피노 리제르나 두깔레 오로
특히 루피노 리제르바 두깔레의 상급 와인인 '루피노 리제르바 두깔레 오로'는 매년 생산하는 와인이 아닌 기후가 좋은 해에만 수확한 포도로 한정 생산하는 프리미엄 끼안티 클라시코 대표 와인이다.
금색 라벨은 처음 선택한 포도밭의 위치, 양호한 재배 기간, 최고 품질의 포도 등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와인 제조 방식의 완벽한 조화를 상징한다.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끼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 중 하나로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특히 2010 빈티지는 2014년 2월 처음으로 신설된 끼안티 지역의 최고 등급인 '그란 셀레지오네' 품질을 인정받았다.
와이너리 루피노
&
루피노 끼안띠
일라리오&레오폴도 루피노가 설립한 루피노는 1877년부터 138년간 토스카나, 움브리아, 프리울지 등지에서 가장 훌륭한 포도 재배 지역을 엄선해 프리미엄 이탈리아 와인을 생산하는 와이너리다. 루피노는 전세계 85개국에 와인을 수출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에게 프리미엄 와인메이커로서 인식되고 있다.
루피노 끼안티는 끼안티 최초의 DOCG 와인이다. DOCG는 이태리 와인 분류 중 최상급을 뜻한다. 루피노는 '끼안띠 지역 와인의 교과서'로 불리며 1984년 끼안띠 지역이 DOCG로 지정됐을 때 최초의 보증레이블 'AAA00000001'를 받으며 품질과 역사적 가치를 재확인했다. 루피노 끼안티는 세계적인 끼안티 와인의 인기를 주도했고 현재도 끼안티 클라시코 와인의 대명사로 전통적인 맛과 향을 간직하고 있다.
‘루피노’는 1877년부터 토스카나(Toscana), 움브리아(Umbria), 프리울리(Friuli) 등지에서 프리미엄 와인을 생산해 오고 있다. 1895년에 이미 프랑스 보르도에서 열린 와인 품평회에서 프랑스의 특급 와인을 제치고 당당히 금메달을 수상해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저력 있는 와이너리다. 130년이 넘도록 이어지는 이들의 인기는 상상불가. 미국의 금주령 시대(1920~1930년대)에는 ‘스트레스 완화제’라는 이름으로 약국에서 루피노 와인이 판매되기도 했다. 마치 루피노가 없는 삶은 지속할 수 없다는 듯이. 2014년, 임팩트(impact)지는 루피노를 '미국내 수입 와인' 1위로 선정했다. 루피노는 뉴요커들이 사랑하는 와인이기도 한데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The devil wears Prada)에서도 여실히 들어난다. 이 영화에서는 루피노 와인을 즐기는 장면이 여러 번 연출되어 미국인의 루피노 와인 사랑과 그들이 추구하는 삶의 방식을 표현했다.
이 와인은 오늘날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아오며 화려한 수상경력을 자랑한다. 2014년은 더욱 특별했다. 바로 루피노 리제르바 두깔레 오로가 새로운 등급을 받았던 것. 2014년 2월부터 끼안티 지역에 새롭게 생긴 ‘그란 셀레지오네(Gran Selezione)’ 등급이 바로 그것이다. 그란 셀레지오네 등급의 와인은 끼안티 지역 전체 생산량의 10%에 불과하며, 600여 개의 끼안티 지역 와인 생산자 중 오직 38개의 생산자만이 받았다.
▼ 다음은 나라셀라에서 소개한 루피노 와이너리 설명
이탈리아 와인 명가 루피노는 1877년 사촌 관계이던 일라리오 루피노 (Ilario Ruffino)와 레오폴드 루피노(Leopoldo Ruffino)가 플로렌스 근처에 위치한 폰타씨에베(Pontassieve)에 와이너리를 설립하며 시작됐다. 이들이 와이너리를 시작한 폰타씨에베 지역은 수 세기 전부터 고품질의 와인을 생산한 지역으로 알려졌지만, 일라리오와 레오폴드 이 두 사람은 아직 이 지역을 대표할만한 와인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포도 양조에 적합한 건조한 여름과 따뜻한 햇볕을 가진 이 땅에서 시작한 이들은 토스카나를 대표할 와인을 만들기 위해 “여기서 우리는 이상적인 와인을 만든다 (Here We make ideal Wine)”라는 신조 아래 많은 노력을 했다. 그리고 결국 이들이 만들어낸 루피노 끼안티는 1881년 밀란 와인 전시회에서 금메달을 받은것을 시작으로 1884년 니스 와인 전시회와 1885년 앤트워프 와인 전시회에서 상을 받으며 전 세계 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1890년 이들의 명성에 호기심을 가진 아오스타(Aosta) 공작은 루피노 와이너리를 방문했고, 이들의 와인 맛에 매료된 공작은 루피노를 왕실 공식 와인 공급업체로 지정했다. 후에 와이너리는 아오스타 공작이 와이너리를 적극적으로 후원해준 것에 대한 감사로 1927년 리제르바 두칼레(Riserva Ducale)를 만들었다.
미국에 처음으로 수출된 끼안티로 기록되기도 한 루피노는 그 동안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았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Villa di Montemasso의 포도원을 사며 지속해서 새로운 포도원을 사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토스카나 지역을 대표하는 Chianti Classico, Brunello di Montalcino, Vino Nobile di Montepulciano 3 지역에서 와인을 생산하는 토스카나를 대표하는 와이너리가 되었다. 그리고 이들은 끼안티를 대표하는 와이너리로써 끼안티 DOCG 첫 번째 와인으로 인정을 받았다. (보증번호#AAA00000001)
어느새 135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루피노는 토스카나 끼안티를 알리는 대표 와이너리가 되었으며, 생산하는 와인을 통해 끈임 없이 이탈리아의 역사와 가치를 전세계에 선보이고 있다.
▼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와인21닷컴 내용 참조
루피노가 생산하는 와인 시리즈
루피노 리제르바 두깔레 끼안티 클라시코 [Riserva Ducale Chianti Classico Riserva DOCG]
루피노 리제르바 두깔레 오로 끼안티 클라시코 [Riserva Ducale Oro Chianti Classico Riserva DOCG]
일 두깔레 토스카나 [IGT IL Ducale Toscana IGT] - 저가형
검은색 닭 스티커가 없다?
끼안티 클라시코의 인증 마크인 검은닭 스티커가 없어서 좀 의아했다.
이 스티커는 '끼안티 클라시코'의 정품 인증 마크라고 끼안티 클라시코 협회에 나와있기 때문이다.
이 인증 마크의 표식의 유래는 다음과 같다.
'끼안티'가 국제적 인기를 끌자 본래 끼안티가 아닌 지역까지 끼안티란 이름을 사용하여 제품을 내놓으며 소위 짝퉁 끼안티 와인이 생겨났다. 지정된 끼안티 지역의 포도를 사용하지 않았거나 관련없는 포도를 혼합하는 등 저질, 저급의 끼안티가 시장에 유통되면서 끼안티의 명성은 추락하게 된다.
* 끼안티(Chianti)라고 표기를 하려면 산지오베제를 75% 이상 사용해야 한다. 여기에 까나이올로와 청포도인 트레비아노 혹은 말바시아를 최대 10%까지 사용할 수 있다. 외래 품종으로는 까베르네 쇼비뇽, 멜롯, 까베르네 프랑, 시라를 일부 사용할 수 있다.
* 끼안티 클라시코(Chianti Classico)라고 표기하려면 산지오베제를 80%이상 사용해야 한다. 나머지는 20% 이내에서 까나이올로 혹은 외래 적포도품종만을 사용할 수 있다. 끼안티를 표기하는 기준에서는 청포도 품종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으나 끼안티 클라시코 와인에서는 2006년부터 청포도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7개월 이상 오크 숙성을 해야 하는 끼안티 클라시코 와인에 숙성능력이 약한 청포도가 혼합되면 품질이 저하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이에 1980년대에 끼안티 핵심 지역인 ‘끼안티 클라시코’ 지역 생산자들은 검은 수탉을 문장으로 사용하는 ‘끼안티 클라시코 생산자 조합(Chianti Classico Consorzium)’을 결성하고 와인의 품질과 가치를 높이려는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검은 수탉과 인증코드는 이러한 저급, 저질이 아닌 고급, 고품질의 끼안티 클라시코 와인을 보증하는 표식인 셈이다.
토스카나의 자부심
'끼안티 클라시코'
위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이탈리아 와인 중에서 '끼안띠 클라시코'라고 불리기 위해서는 이탈리아 토스카나(Tuscany)지역에서 생산되는 주요 품종인 산지오베제(sangiovese)를 주요 품종으로 해서 와인을 생산해야 한다. 사실 시기에 따라서 산지오베제 사용 비율은 다를 수 있지만, 현재 기준으로 산지오베제가 80% 이상 사용되어야 끼안띠 끌라시꼬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나머지 20%에 한해서 메를로/멀롯(Merlot)이나 까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을 섞을 수 있다.
루피노 리제르바 두깔레 끼안티 클라시코 2014는 산지오베제(Sangiovese) 80%, 멀롯(Merlot) + 카버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20%를 블렌딩했다.
키안티 지역은 오랜 역사만큼이나 유명한 와이너리가 많이 있다. 키안티의 대명사 격인 루피노, 자연 친화적으로 와인을 제조해 새 그림으로 유명한 카스텔라레,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반피, 신의 계곡이라 일컬어지는 디에볼레 등 수없이 많은 키안티 와인이 전 세계에서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하필 왜 검은 수탁읽까?
끼안티 클라시코의 마스코트인 검은 수탉의 이름은 바로 갈로 네로(Galo Nero)다. 이 검은 수탉의 이야기는 이탈리아의 오래전 영토싸움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탈리아는 원래 잘게 쪼개진 각각의 도시국가였다. 그렇다 보니 영토싸움은 불가피했다. 끼안티 클라시코도 예외는 아니었다.
위의 지도에서 보다시피 토스카나의 지방은 피렌체와 시에나란 도시가 맞닿아 있다. 과거에도 이 두 도시는 토스카나 지방의 주도권을 놓고 오랜 전쟁을 하고 있었다. 오랜 전쟁으로 피렌체와 시에나는 안정을 되찾기 위해 휴전이 필요했고 두 지역은 잠정적으로 국경을 정하여 휴전을 하기로 협의했다.
흥미롭게도 이때 국경을 정하는 방법이다. 닭의 울음소리가 난 뒤에 출발한 피렌체와 시에나의 두 기병이 만나는 지점을 국경으로 삼기로 한 것이다.
시에나 사람들은 자신들이 기르던 흰 수탉이 힘차게 울기를 바라면서 모이를 양껏 먹였고, 피렌체 사람들은 시각을 알려줄 검은 수탉에게 일부러 모이를 조금밖에 먹이지 않았다.
그 결과 새벽이 왔을 때 먼저 운 것은 밤새 배고픔에 깊은 잠을 못 잔 피렌체의 검은 수탉이었다. 피렌체 검은 수탁이 울음 소리를 들은 피렌체 기사들은 이른 새벽 출발했고 그 덕에 끼안티를 비롯한 넓은 영토를 가로질러 시에나 기사와 만날 수 있었다. 그때부터 피렌체에서는 드넓은 영토를 안겨준 검은 수탉을 피렌체 시의 상징으로 삼았다.
이 일화를 바탕으로 끼안티에서는 피렌체의 자긍심이자, 승리의 주역인 검은 수탉인 갈로 네로(Galo Nero)를 끼안티 클라시코 와인의 대표 상징으로 삼고 있다.
끼안티 클라시코
DOCG
이탈리아 와인에서 DOCG(Denominazione di Origine Controllata Grantita)는 프랑스의 AOC(appellation d'origine contrôlée)와 같다. 와인의 품질 유지와 향상을 위해 법으로 제정한 '원산지통제명칭'이다.
이탈리아 역시 와인법규를 가지고 있다. 생산통제법에 따라 관리되는 와인인 DOC등급 중에서 정부가 보증하는 와인이라는 표시로 DOCG라는 등급을 준다. DOCG에서 G(Garantita)는 이탈리아어로 보증이란 뜻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 D.O.C.G(Denominazione di Origine Controllata e Garantita): 생산통제법에 따라 관리·보장되고 이탈리아 정부에서 보증하는 와인이다. 주의해야 할 것은 맛과 향 같은 품질이 좋다는 것을 보증하는 것이 아니라 와인이 '끼안티 클라시코 지역'에서 재배한 포도만을 사용했고, 포도재배, 양조방법, 숙성에 관한 규칙을 준수했다는 것을 보증한다는 표식이다. 한마디로, 정부가 정한 품질인증 검사를 거쳐 병입된 와인이니 안심하고 드셔도 된다는 표시인 것이다.
- D.O.C(Denominazione di Origine Controllata): 이 역시도 생산통제법에 따라 관리되는 와인이다. D.O.C 원산지 통제표시 와인 품질을 결정하는 위원회의 주기적인 점검을 받아야 하는 등 많은 규제 속에서 생산된다. 다만 여기에 G가 붙지 않는 이유는 정부가 정한 와인 병입 절차나 품질 인증의 단계를 거치지 않았거나 심사위원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등의 이유 때문이다.
- I.G.T(Indicazione Geografica Tipica): 생산지를 표시한 와인에 이 표식이 붙는다. 이탈리아의 토속 품종을 기반으로 한 와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기존 D.O.C 법규에 회의적인 시각이 있었는데, 이탈리아 정부가 이에 대한 목소리를 고심 끝에 수용하게 되어 만들어진 등급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끼안티 클라시코 와인이 되려면 산지오베제를 80% 이상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이를 지키지 않고 까베르네 쇼비뇽이나 멀롯(메를로), 까베르네 프랑, 시라 등을 함께 블랜딩하거나 이들 외래품종으로 와인을 만들게 되면 I.G.T 등급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I.G.T 등급은 한 지방의 일상적인 서민 수준에서부터 국제적인 수준의 와인까지 다양한 레벨의 와인 품질을 보유하고 있지만, D.O.C.G나 D.O.C에 사용되는 지방이나 지역 이름은 사용할 수 없다.
- VdT(Vino da Tabla): 프랑스의 뱅드따블(Vin-de-Table)과 같이 저렴해서 부담없이 마실 수 있는 데일리 와인을 말한다.
▼ 다양한 나라의 원산지통제명칭에 대한 설명은 아래 참조
이탈리아 D.O.C.G 유명 생산자
여기까지 왔으니 이건 알아두고 가자. 이탈리아 정부가 보증하는 DOCG를 받은 이탈리아 유명 와이너리 리스트를 말이다.
- 안티노리(Antinori)
- 프레스코발디(Frescobaldi)
- 반피(Banfi)
- 폰토디(Fontodi)
- 루피노(Ruffino)
- 카스텔로 달볼라(Castello d’albola)
- 피치니(Piccini)
- 산 펠리체(San Felice)
- 비냐 마조(Vigna maggio)
- 펠시나(Felsina)
- 코르시니(Corsini)
- 바로네 리카솔리(Barone Ricasoli)
끼안티 와인 등급
이탈리아 정부의 와인 통제 명칭에 대해서 살펴봤으니, 끼안티 와인 등급에 대해서도 살펴봐야 한다.
'끼안티 클라시코 DOCG' 중에서 품질 등급은 3가지로 나뉜다. 최고 등급으로 '끼안티 클라시코 그란 셀레치오네(Gran Selezione)'가 자리하고 있고, 그 아래 등급으로 '끼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Riserva)', 일반 등급인 '끼안티 클라시코'다.
그란 셀레치오네란 최상위 등급은 2014년 2월에 끼안티 클라시코 생산자 협회(Chianti Classico Consorzio)에서 추가한 등급이다. 그란 셀레치오네(Gran Selezione)란 뜻은 영어로 번역하면 ‘Great Selection’. 즉, 최고의 포도를 선별해 만들었다는 의미다. 이 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와이너리가 직접 소유한 밭에서 수확한 포도로만 와인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기존 리제르바 등급이 최소 24개월 숙성을 해야 한다는 기준을 만족했어야 했는데, 그란 셀레치오네(Gran Selezione)는 리제르바보다 6개월 긴 30개월 숙성을 하도록 했다. 이 기준은 2010년 빈티지부터 적용됐다.
재배지역, 포도품종, 알코올농도, 숙성기간 등에 대한 일정한 조건을 지켜야 비로소 끼안티 클라시코에서도 리제르바 또는 그란 셀레치오네를 표기할 수 있다.
산지오베제(Sangiovese)
산지오베제(Sangiovese) 재배지역은 이탈리아 외에는 거의 희박하다는 것에 놀랐다.
와인 전문 사이트인 와인 폴리에 따르면, 전세계 약 708km², 평수로 따지면 2억1423만 평에서 산지오베제가 재배되고 있는데, 이중 약 90% 가량(726km², 1만8974만 평)이 이탈리아다. 그 외에 아르헨티나 멘도사(8km², 246만 평)와 미국 캘리포니아(8km², 244만 평), 루마니아, 호주, 칠레 등지에서 소량 재배되고 있다.
이 규모는 포도품종으로 거의 알려지지 않은 무르베드르(Mourvedre)의 전세계 재배 규모보다 작은 것이다. 무르베드르는 스페인, 프랑스 남부 론, 호주, 미국 등 전세계 768km²(2억3259만 평)에서 재배되고 있다.
▼ 무르베드르 포도품종에 대한 추가 정보는 아래 참조
산지오베제는 환경에 맞게 유전자를 변형할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브루넬로(Brunello)는 산지오베제 포도품종을 몬탈치노(Montalcino) 마을 화산재 토양과 건조하고 따뜻한 기후에 맞게 개량한 품종이다. 브루넬로는 산지오베제와 비교해 포도알이 작은 것이 특징이다.
산지오베제는 체리, 구워진 토마토, 오레가노 등의 향이 풍긴다고 한다. 빈티지가 오래될수록 이러한 향은 더욱 짙어진다고 한다.
▼ 산지오베제에 대한 추가 정보는 아래 참조
메를로
원산지는 프랑스 보르도 지방의 쌩 떼밀리옹 지역으로, 잎이 크고 색이 진할 뿐 아니라, 포도알이 큰 편이다. 조생종(같은 종류의 농작물 중에서, 다른 품종보다 일찍 성숙하는 품종)이며 소출(논밭에서 생산되는 곡식의 양)이 많다.
형태적으로만 보면 까베르네 쇼비뇽(Cabernet Sauvignon)과 대비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메를로 품종은 오랜 기간 동안 보르도 지방에서 까베르네 쏘비뇽과 상호보완적 블렌딩 파트너였다고 한다. 까베르네 소비뇽이 남성적이라면 메를로는 여러모로 여성적이다. 까베르네의 야생적인 향 대신 메를로는 향에서 훨씬 과일 향과 같은 느낌이 나며 타닌 역시 매끄럽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터프한 까베르네 쇼비뇽을 보완해 줄 수 있는 최적의 블렌딩 파트너로 인정받아 왔다.
석회 점토질이나 점토질 토양에서 잘 자라는 편이어서 메독 지역보다는 강 건너편(Right Bank)인 쌩 떼밀리옹이나 포므롤(Pomerol) 지역에서 더 많이 재배되며 메독과 그라브 지역에서는 까베르네 쇼비농의 보조 품종으로 활약하고 있다. 보르도 지방 전체적으로도 까베르네 쇼비뇽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양이 재배된다.
이탈리아에서는 토스카나와 시칠리아 지방에서, 스페인의 까딸루나 지방에서도 재배 면적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신세계의 경우 전역에서 생산한다.
유럽에서는 몇몇 지역을 제외하고는 80%이상을 메를로를 사용하는 곳은 드물다. 신세계 생산지역에서는 메를로만의 단일 품종도 생산하고 있다.
레이블에 ‘Bordeaux AOP(AOC)’라고 표시된 일반급 보르도 와인은 대부분 Merlot(메를로)를 주품종으로 까베르네 쇼비뇽과 까베르네 프랑을 블랜딩한 와인이다.
오크통에서 비교적 잘 숙성되며 병입 후에는 진화가 빠른 편이다. 까베르네에 비교한다면 대체로 중,단기 보관용으로 분류된다. 물론 세계 최정상급의 메를로 와인은 장기보관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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