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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Oct 12. 2018

#25. 조바심으로 가슴쓰린 기억

'그랑 크뤼 끌라쎄' 샤또 끌레르 밀롱 2013

너무 성급했음을 후회한다

오늘도 와인 가게에 왔다.  와인을 둘러보며 검색 삼배경에 빠진다. 와인서처를 살펴보며 와인 판매가와 비교해 본다. 주머니가 얇은 내게, 와인은 발품을 팔면서 맛봐야 제격인 취미생활이다.


마트 매대 최상단에 우뚝 서있는 와인이 눈에 띈다. 흥겨워보이는 남녀가 소시지(?)를 들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표시된 가격만 10만원 후반이다. 어떤 놈인지 궁금해졌다.


와인서처를 열고 라벨을 찍었다. 와인서처에 표시된 가격과 판매가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가격에 사도 덤터기 쓰는 건 아니었다.


점원분께 와인 좀 보게 해달라고 말씀드렸다. 손에 쥐자 자주색으로 적힌 'GRAND CRU CLASSE'가 광채를 내보이며 나의 눈을 멀게 만들었다

두둥!!!
지름신이 강림하셨습니다

다음 포털에 접속했다. '샤또 끌레르 밀롱'으로 검색했다. 그러자 나온 키워드... 바로 이놈이 프랑스 보르도의 5대 샤또로 불리는 무똥 로칠드의 5등급 와인이었다.


책에서 글로만 접하던 바로 그 '그랑크뤼 클라쎄'를 내 눈에서 보다니!!! 신기했다.


찾아보니 까베르네 쇼비뇽 70%에 메를로와 까베르네 프랑을 각각 20%, 10% 블랜딩했단다. 궁금해졌다. 도대체 그랑크뤼 클라쎄의 와인은 어떤맛일지.


질렀다. 어김없이. 할부가 쌓여간다. 당분간 카드사용을 금지해야겠다.

너무도 너무나도 굉장히 매우매우 어마어마하게 조바심이 나의 목을 졸라대기 시작했다. 조바심이 나를 집어삼켜버렸다. 모든 생각은 이 와인은 무슨 느낌일까로 귀결됐다.


그래서 그날 바로 열었다. 2013년 빈티지이니 병입한지 오래되지 않은 와인이었지만... 조바심이 이 와인을 셀러에 가만두지 못하게 했다.


와인 코르크 마개를 따니 향이 날라온다.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다. 맛은 다를 것이라 기대했다.


한모금

기대는 무참히 짓밟혔다. 달콤함은 전혀 없었으며 너무 시고 떫었다. 정말 별로였다. 시간을 두고 마셔봤다. 그러자 마지막 잔을 기울일 때쯤이 되어서야 조금 부드러워졌다...


그렇게 나의 5등급 와인 프랑스 보르도 뽀이약 마을의 '그랑 크뤼 클라쎄'의 경험은 실망가득한 채 사라지고 말았다.


오래 두고 마셨어야 할 와인이었는데... 마개를 따고 최소 1시간 이상은 열어두고 마셨어야 했는데... 그땐 너무도 무지했다.


혹시.... 아주 혹시.... 기회가 된다면... 그때에는 꼭 코르크 마개를 따고 2시간 가량 두었다가 맛볼 것이다. 혹시나 기회가 된다면............

샤또 끌레르 밀롱

샤또 끌레르 미롱(Chateau Clerc Milon)의 포도원은 특등급 와인 샤또 무똥 로칠드 및 라피뜨 로칠드와 인접해 있으며, 평균 수령 53년 이상된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를 오크통에 16~18개월간 숙성시켜 만드는 와인이다.


● 수입사 테이스팅 노트

짙은 루비퍼플 컬러를 띠며, 블랙베리, 시더, 리코리스, 타바코, 에스프레소의 좋은 아로마를 가지고 있다. 풀바디하며, 씹히는 듯한 탄닌이 느껴진다. 견고하고 파워풀하며 남성적인 스타일로 꽉 차며 집중된 느낌이다.
그랑크뤼 클라쎄

프랑스 와인, 특히 보르도 와인과 부르고뉴 와인의 라벨(레이블)에서는 ‘Grand Cru Classe(그랑 크뤼 클라세)’, ‘Grand Cru(그랑 크뤼)’ 등의 단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그랑 크뤼’는 품질이 좋은 단일 포도밭이나 마을을 의미한다.


보르도의 경우는 ‘그랑 크뤼’ 뒤에 반드시 클라세라는 말이 붙는데 이는 국가가 감독·관리는  AOC(appellation d'origine contrôlée : 원산지명칭통제) 와인 등급체계가 아닌 보르도 내의 메독이나 그라브, 소테른, 생테밀리옹 등과 같은 세부 지역들이 각기 자체적으로 정한 품질 등급이다.


흔히들 보르도의 특1등급 와인(PREMIERS CRUS Classe, 프르미에 크뤼 클라쎄)으로 알고 있는 5개의 유명한

샤토 와인들, 즉 ▲샤토 오브리옹(그라브 지방) ▲샤토 라피트 로쉴드(뽀이약 지방) ▲샤토 라투르(뽀이약 지방) ▲샤토 마고(마고 지방) ▲샤토 무똥 로쉴드(뽀이약 지방)사실 '메독' 지역 그랑 크뤼 클라세의 특1등급 와인이다.


현재 '프리미에 크뤼 클라쎄'를 제외한 특2등급부터 특5등급까지는 라벨에 '그랑크뤼 클라쎄'라고만 표기하고 있다. 


이들 '그랑크뤼 클라쎄'가 나온 사연은 이렇다.

나폴레옹 3세, 그리고
1855년 파리 세계박람회

1855년 프랑스 파리에서 세계 박람회가 열리게 된다. 세계 박람회는 산업혁명에 따른 상품전시회로, 각 나라가 자국의 상품을 진열해 교역을 증진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였다. 이에 앞선 1851년에는 영국 런던에서 세계 박람회가 진행됐는데, 이 때 영국은 박람회에 알코올 음료를 전시하지 못해게 했었다.


하지만 세계 최대 와인 생산 수출국인 프랑스에서는 와인이 곧 자신들의 자존심이었기 때문에 주요 전시품으로 채택하게 되었고, 수많은 와인 중에 어떤 와인을 전시할지 고민하게 된다.


이런 고민을 한방에 해결해 준 사람이 바로 당시 황제였던 나폴레옹 3세였다. 나폴레옹 3세는 보르도 와인 업자들을 불러, 메독 지방의 와인의 품질을 파악해 등급을 매겨 전시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그리고 메독 지방 와인업자들은 며칠만에 수백개의 샤또 와인을 평가해 총 61개의 샤또를 특급 와인 생산자로 지정했다. 이것이 바로 '그랑 크뤼 클라쎄'의 기원이다.


그리고 이를 다시 5개 등급으로 분류해서 메독 와인의 품질 서열을 나눴다. 아이러니하게도 1855년도에 만든 이 서열이 160년 이상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물론 예외가 있다

보르도의 일등급 와인(PREMIERS CRUS Classe, 프르미에 크뤼 클라세)으로 알고 있는 5대 샤또 중 '샤토 오브리옹'은 사실 메독 지방이 아닌 그라브 지방 와인이다. 당시 샤또 오브리옹이란 와인은 세계적으로 워낙 유명했다고 한다. 명색이 파리 세계박람회인데 외국인들에게 프랑스 와인하면 떠오르는 유명한 '샤또 오브리옹'을 뺄 수 없어 '샤또 오브리옹'을 넣었다고 한다. 


아마 이 순간의 실무자의 심정은 이런거 아니었을까 상상해본다.

'아무렴 어떠랴. 어차피 이번 행사의 목표는 성황리에 마무리하는 것이다. 메독 지방이 아니면 어떠랴.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인데!!! 지방이 다르다고해서 뺀다면 '샤또 오브리옹'을 보지 못해 아쉬워하는 이들이 생기면, 혹시 이들이 나폴레옹 3세님과 친분이라도 있다면... 헉.... 에라 모르겠다. 일단 넣고 보자'
의지의 1등급 와인
샤또 무똥 로칠드

사실 1855년 이후로 160년 이상 흘렀음에도 당시 와인 등급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했는데, 여기에도 하나의 예외가 있다.


바로 샤또 무똥 로칠드다. 샤또 무똥 로칠드는 원래 1855년 평가 당시 특2등급을 받았다. 세계 최고의 와인으로 자부하던 그들이었기에 충격은 더 컸을 것이다. 1922년에는 필리프 남작이 경영권을 물려받으며 품질 개선을 다짐하면서 무똥의 자존심을 슬로건으로 담았다.


'First I cannot be, second I do not choose to be, Mouton I am.'

(일등은 될 수 없고, 이등은 내가 선택하지 않기에 나는 무똥 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필리프는 모든 것을 품질 개선에 걸고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51년 간의 노력 끝에 1973년 프랑스 정부는 샤또 무똥 로칠드 등급에서 특1등급으로 승격시켰다. 이는 1855년 이후로 유일무이한 그랑크뤼 클라쎄 승격으로, 그래서'의지의 와인'으로도 불린다.


그러자 무똥의 슬로건도 바뀌었다.


'First I am, Second I was, Mouton does not change'

(무똥은 현재 일등이다. 이등이었던 시기는 지났다. 무똥은 변함이 없다)


현재 그랑크뤼 클라쎄는 오늘날 메독에서 생산되는 전체(1400여개) 와인의 4%(61개)에 해당한다.

'그랑크뤼 클라쎄'
맛을 보증하지는 않는다

기억해야 할 것은 그랑크뤼 클라세는 고급와인이라는 상징일 뿐, 와인의 맛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난 성급하게 마셔 '그랑크뤼 클라쎄'의 향과 맛을 제대로 끌어내지는 못했지만, 이날 함께 마셨던 저렴했던 와인이 더 좋았다.


사실 와인을 즐길 때 1~2시간 정도를 미리 열어두고 마시는 사람이 많지 않을 뿐더러, 우리의 술문화는 따서 바로 마시는 것이기도 하다. 

[오지랖 편]
보르도 메독 이외 
와인 등급 분류

같은 보르도라고 하더라도 메독만 그랑크뤼 클라세로 나뉘고, 다른 지방은 다른 분류법을 쓴다. 


◆ 뽀므롤(Pomerol) 지방

뽀므롤 지방에는 그랑크뤼 분류가 없지만, '샤또 페트뤼스(Château Petrus)'란 유명한 와인이 있다.


◆ 생떼밀리옹(Saint-Emilion) 지방

생떼밀리옹 지방에는 1955년에 등급이 최초로 지정되었고 약 10년마다(1996, 2006, 2012) 등급 조정이 이뤄져왔다. 특히 2006년에 수정 발표된 등급체계에 집단 소송이 걸렸고 프랑스 대법원은 2006년 생떼밀리옹 그랑크뤼 클라쎄 버전을 전면 취소했다. 이에 2012년 개정판이 나오게 된 것이다. 이 버전이 가장 최신 버전이다.


생떼밀리옹 와인 등급은 '프리미에 그랑크뤼 클라세(18곳)''그랑크뤼 클라세(85곳)'로 구분되고 있으며, 프리미에 클라쎄는 다시 '프리미에 그랑크뤼 클라세 샤또 A''프리미에 그랑크뤼 클라세 샤또 B'으로 나뉜다.


◆ 그라브(Graves) 지방

그라브 지방은 1855년 메독 와인과 함께 특1등급을 판정을 받은 샤또 오브리옹 말고는 '그랑 크뤼 클라쎄' 분류를 하지 않다가 1959년에 그랑 크뤼 클라세 등급을 12곳이 받았다.(인용: 케빈즈밸리의 와인바이블 2018)


◆ 소테른(Sauternes) 지방

세계 최고의 달콤한 화이트 와인 생산지로 꼽히는 소테른 지방에는 ▲특1급인 '프리미에 크뤼 쉬페리외르(Premier Cru Supérieur) 샤또 디켐(Château d'Yquem) ▲1급인 '프리미에 크뤼(Premier Cru)' 11곳 ▲ 2급인 '되지엠 크뤼(Deuxiemes Cru)'는 14곳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화이트 와인들만 포함된다.

생산자
바롱 필립 드 로칠
(Baron Philippe de Rothschild)

바롱 필립 드 로칠드사는 프랑스 와인 회사 중 수출 랭킹 7위, 보르도 와인 수출 1위에 랭크한 세계적인 명성을 지니고 있는 프랑스의 전설적인 와인 명가다.


세계 7개국에 지사를 두고 있으며 총 생산량의 80%를 세계 150개국에 수출하고 있을 정도다.


창립자인 필립 드 로칠드(Philippe de Rothschild) 남작은 와인의 역사를 바꾼 거장으로 불린다. 와인의 샤또 병입을 처음 도입했으며, 여러 와인을 혼합하는 기술을 개발하여 최초의 보르도 AOC 와인, 무똥 까데(Mouton Cadet)를 만들었다. 또한 당대의 저명한 예술가들에게 의뢰하여 라벨의 디자인 혁신을 시도했다.


프리미엄 와인으로는 보르도 그랑 크뤼 1등급 와인인 샤또 무똥 로칠드(Chateau Mouton-Rothschild)가 있다. 샤또 무똥 로칠드는 프랑스 보르도 5대 와인으로 손꼽히는 와인이기도 하다.


5등급 와인으로는 샤또 끌레르 밀롱(Chateau Clerc Milon)과 샤또 다르마이악(Chateau d'Armailhac)이 있으며, 합작 투자로 미국 최고급 와인 오퍼스 원(Opus One), 칠레 최고급 와인 알마비바(Almaviva)를 생산하고 있다.


브랜드 와인으로는 가장 많이 판매되는 프랑스 보르도 AOC 와인 '무똥 까데'를 비롯, 바롱 필립 컬렉션(Baron Philippe Collection), 랑그독 뱅 드 뻬이(Vin de Pays), 칠레에서도 에스쿠도 로호(Escudo Rojo) 등의  와인 시리즈 생산하고 있다.

출처 :와인 ok
출처 :와인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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