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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화문덕 Jan 30. 2019

마음 속 감기

어제 병원에 다녀왔다

살다보니 정말 별걸 다 겪는 것 같다. 누군가에게 속 이야기를 털어 놓는다는 것. 숨김없는 나를 온전히 드러낸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용기가 필요하다.


'말과 글이 다르고 글과 행동이 다른 이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나도 결국 말과 글, 그리고 행동이 다른 삶을 살았던 건 아닌가 반성해본다.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늘 내가 의식을 잃기만을 기다려왔던 나'가 있다. 그리고 '늘 정신을 차리고 살아가려는 나'도 있다. 어제 병원에 가서 제대로 상담을 받아보니 '정신을 차리고 살아가려는 나'가 감기에 걸렸단다. 그래서 요즘 내가 내가 아닌 이상한 행동을 많이 했다고 한다.


걱정할 필요 없어요.
감기는 금방 나을 수 있어요


'좀 더 빨리 가볼걸' 후회가 밀려온다. 하루하루가 너무도 힘들었는데... 그걸 감기걸린 나를 부여잡고 이겨보려고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정신력으로 이겨내보려고 해도 계속 반복됐던 이유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기도 하다.


그동안 스트레스가 참 많았나보다. 기자를 그만두고 나올 때 겪었던 경험들,  새로운 직장안에서 잘 해봐야겠다고 나 스스로를 너무 몰아붙이기만 했던 모습들... 지치고 외롭다고 느낄 때마다 누군가에게 의지하려고 했던 마음... 누군가를 통해 나의 결핍된 애정을 채우려고 했던 나의 착각들... 이 모든 것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사람들 속에서 있으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나의 이 마음의 불안함이 사라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나를 속이기 위한 하나의 명분 아니었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어제 알게 됐다.


어제 한 기사를 봤다. 자존감이 높은 이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열등한 사람은 사람과의 관계를 쫓는다는 내용이었다. 그러고 보니 난 나만의 시간이 아닌 늘 누군가 함께 해주기를 바랐던 것 같다.


마흔이라는 나이...

'참 생각이 많아지는 나이구나...'


오늘부터 홀로 있는 시간에 익숙해지는 훈련을 해보려고 한다. 지난 10년은 후회없이 보냈다고 생각한다. 현재를 행복하게 보내야 한다는 명제도 완벽하게 이해했다. 그리고 앞으로 마흔이라는 10년의 여정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도 고민해봐야겠다.


'기왕 사는 인생이니 알차고 보람되게,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으로 선택해야 하겠지'

하얀 색 통 속에 들어있는 하얗고 조그만 타원형 모양의 알약. 이 알약을 수시로 만지작 거리며 감기가 어서 낫길 기도한다.


결국 모든 것은 나 혼자서 감당해야 한다. 의지하면 의지할수록 더욱 더 공허함이 커지는 것이 바로 인생이다.


새벽 운동을 위해 5시10분에 일어나서일까 아니면 약 때문일까... 약간 졸리고 멍하지만...  나는 오늘도 하루를 시작하며 다짐해 본다.


'나는오늘도 행복할 것이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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