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정신이 든 나는 어느 환한 공간에서 옴짝달싹 못한 채 서있었다.
천천히 고개 들어 주위를 둘러본다.
갑자기 관자놀이가 찌릿해지며 숨이 턱 막힌다.
코와 입이 없는 미스터리한 존재들.
날 둘러싼 채 아래를 보며 쉴 새 없이 눈알을 굴리고 있다.
외계인?!
자는 동안 납치됐나? 이들은 날 어쩔 셈인가.
하지만 선택지가 없었다.
'살려주세요!'
힘껏 외쳐보지만 미동조차 않는 굳어버린 성대가 내 목을 지배하고 있었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 주... 컥컥"
갑자기 터진 기침에 주변이 술렁 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들은 일제히 매서운 눈빛으로 날 바라보기 시작했다.
'바이러스?!'
스치듯 순간 지구 침략 중 바이러스로 전멸됐다던 소설 우주전쟁이 떠올랐다.
좋아. 일단 해보자.
"콜록! 콜록!"
과연 에워싸던 수많은 외계인들은 점점 뒷걸음질 친다.
공간이 생기고 멀리 문이 열리는 게 보였다.
'빠져나가야 해!'
굳어버린 성대와 달리 내 다리는 용수철과도 같았지만 기대도 큰 만큼 실망도 큰 법.
문 너머 날 지켜보는 수많은 눈알들과 더 빨리 조우하는 시간일 뿐이었다.
"안돼... 안돼...! 안돼!!!"
외침과 함께 몸부림치며 깨어난 곳?
침대, 책상, 햇살, 짹짹.
'꿈? 가위!'
아직 식지 않은 땀이 등줄기로 내려간다.
현실을 인지한 순간, 끔찍한 악몽에 안도의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절레절레한다.
상쾌한 아침과 달리 출근길은 매우 힘들다.
특히 요즘 같은 코로나 시대엔 더욱 고역이기도 하고.
오늘도 사람들로 꽉 찬 비좁은 지하철에서 옴짝달싹 못한 채 몸을 맡겼다.
멍하니 눈을 감고 가던 중.
스치듯 불안한 기분이 들며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천천히 고개 들어 주위를 둘러본다.
관자놀이가 찌릿해지며 숨이 턱 막힌다.
코와 입을 마스크로 가린 사람들이 쉴 새 없이 스마트폰을 보며 눈알을 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