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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찌 Oct 17. 2020

아들, 사랑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도대체 아빠는 누군데?"


남자는 이 물음으로 엄마를 괴롭혔다.

사생아로 태어난 그는 아빠란 무책임하고 나쁜 것의 대명사였다.

자신의 모든 과오는 모두 그런 아빠를 선택한 엄마 탓이라며 자기 합리화를 했다.

아무 말 없이 뒷바라지하며 아들과 살던 엄마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던 날.


'아들, 사랑해...'


하지만 끝끝내 아빠가 누군지 입을 떼지 않았다.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남자는 그제야 가슴속, 엄청난 것이 밀려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있을 때 잘해드릴걸...'


감정에 솔직했던 남자는 그렇게 엄마 없는 텅 빈 어두운 집에서 술로 시간을 보냈다.


비가 오는 어느 늦은 밤.

남자는 오늘도 술을 사 들고 집에 가는 중이었다.

술은 순간을 잊고 행복하게 만드는 합법적인 마약이었다.

빨간 보행 등이지만 어둡고 비 오는 거리는 빠른 귀가를 불러일으킨다.

게다가 춥다면?


'에이씨 아무도 없는데 그냥 건너자'


빠앙-


퍽!


그런 생각은 보행자뿐만 아니라 운전자도 마찬가지였다.


***

남자는 눈을 떴다.


'뭐지? 꿈인가?'


화들짝 일어나서 다친 곳이 있나 몸을 살펴봐도 다행히 멀쩡했다.

그런데 몸은 괜찮은데 머리는 그게 아니었다.

오래된 건물은 새 건물로 보이고 자동차와 사람들은 옛것으로 보였다.


'헛것으로 보이다니... 머리를 다쳤나?'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던 남자의 고민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건물 옥상 난간 위의 어떤 여자가 눈에 들어왔었다.


'위.. 위험해!'


소리를 질러 이목을 끌기보단 조용히 설득하고자 본능적으로 뛰었다.

그리고 여자를 구하고 혼을 내었다.

"이렇게 가면 뒤에 슬퍼할 가족들 생각해봤어!"

 

"..."


여자는 슬픈 눈빛으로 입을 뗀다.


"전 혼자예요."


그 순간 남자는 여자를 와락 안는다.


.

.

.


"도대체 아빠는 누군데?"


여자의 아들은 이 물음으로 그녀를 괴롭힌다.

사생아로 태어난 아들은 아빠란 무책임하고 나쁜 것의 대명사이다.

여자는 그 물음에 항상 이렇게 답했다.


'아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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