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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찌 Aug 22. 2020

별이 되고팠던 모래

이상과 현실


옛날에 곱디곱고 금빛 백사장에 유난히 반짝이고 이쁜 모래가 있었다.

모래는 밟을 때마다 마디마디 사람들의 발가락을 부드럽게 만져주며, 함께 따스한 온기를 전해주는 그런 능력이 있었다.


'따뜻해'

'부드러워'

'좋아'


모래는 지금은 드넓은 백사장의 한 알이지만 언젠가 올라가서, 밤하늘을 반짝이는 아름다운 별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짜릿하면서도 너무 달콤했고, 계속 그 자리에 머물고 싶었다.

하지만 파도는 계속 때렸고, 모래는 너무 아프고 힘들어서 도망가고 또 도망갔다.

그러길 반복하던 어느 순간, 모래는 백사장에서 밀려나고 멀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모래는 애써 부정했다.


'어차피 난 별이 될 텐데 잘 됐다. 밤하늘은 날 받아줄 거야 왜냐하면 난 특별하거든.'


돌과 자갈 틈에서 되뇌고 또 되뇌었다.


그러길 수십 년

세상에 엄청난 폭풍이 닥치게 되었다.

모래는 그 소식을 듣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래 이제 기회가 왔다. 훨훨 날아 밤하늘에 도달하자.'


이윽고 폭풍을 타게 된 모래.

정신없이 올라가는 와중에 눈이 부셨다.


'아니 밤인데 왜 눈이 부시지?'


하늘을 본 모래는 깜짝 놀랐다.

자신보다 더 작고 이쁜 친구들이 엄청 많이 반짝이며 올라가는 것이었다.

자기가 살던 백사장밖에 몰랐던 모래는 그제야 세상엔 수많은 백사장과 상상 못 할 넓은 사막들이 있다는 걸 알았다.

폭풍은 약해졌고 무거워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해 떨어진 모래는 바다 한가운데로 떨어졌다.

하염없이 내려가는 바닷속은  매우 깊어 어둡고 무서웠다.

모래는 좀 더 작고 부드럽게 못 만듬을 후회도 했지만 이미 칠흑 같은 어둠에 도착한 뒤였다.

세상에 혼자가 된 모래는 하염없이 울었다.


"괜찮아?"


옆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모래는 깜짝 놀랐다.


"괜찮아? 나도 너랑 같아."

"나도" "나도"


여기저기 들리는 목소리에 모래는 정신을 차리고 천천히 둘러봤다.

바다 밑엔 백사장과 사막에 비교가 안될 만큼 빽빽하게 가라앉은 친구들이 모래를 보고 있었다.

모래는 그때 알았다.

하늘의 별을 볼 수 있었던 건 아래서부터 쌓여 디딜 수 있게 만든 이 친구들 덕분이란 걸.

별일 없이 특별이 될 줄 알았건만

별볼일 없는 별꼴이 되어 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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