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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찌 Oct 31. 2020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나무(1)

노력의 배신


동이 틀 무렵 새벽.


맑은 공기와 내음 진한 숲에서 어린나무들이 서로 꿈을 얘기하고 있었다.


"단단한 나무가 되어 사람들에게 집과 가구를 제공할 거야."

"맛있는 과일나무로 커서 동물과 사람들을 유혹할 거야."

"울창히 우거져 모두에게 맑은 공기를 제공할 거야."


각자 꿈들에 대해 얘기할 때 갑자기 조그마한 작은 나무가 나섰다.


"난 말이야.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나무가 될 거야!"

"하하하 뭐? 아무것도 내세울 것 없는 흔한 나무 주제에 가당 키나 하니."

"세상에서 가장 큰 나무가 되면 사랑받을지 알아?"

"세상에 얼마나 많은 나무들이 있는데 꿈 깨."


다른 나무들의 코웃음과 비아냥에도 작은 나무는 결심했다.


'세상에서 가장 크고 거대한 나무가 되는 거야.'


작은 나무는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서 물을 많이 마시고 햇볕도 열심히 받아 쑥쑥 자랐다.

뿌리가 썩지 않을 정도와 타지 않을 정도의 철저한 식단 조절과 꾸준한 자기 관리를 몇십 년.

어느새 작은 나무는 이 곳 이들 중 가장 커졌고 동물들도 구경하러 오기 시작했다.


"정말 대단해. 예전에 놀렸던 거 사과할게"

"이제 넌 작은 나무가 아니라 큰 나무야"


"와 내가 봤던 나무 중 제일 크다"

"아니야 세상 저 너머에 훨씬 큰 나무가 있대"


나무들의 칭찬과 동물들의 대화 속에 큰 나무는 더욱더 고무되어 노력했다.

그러길 몇백 년 이제 큰 나무는 홀로 우뚝 솟아 이곳 숲을 대표하기 이르렀고 소문은 드디어 사람들 귀에도 들어갔다.


'모든 이들이 날 보기 시작했어.'


큰 나무는 기쁘고 행복했지만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

.

.

윙 윙 위이잉-

이른 아침부터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도망가는 동물들로 정신없다.


'이게 무슨 소리야?'


큰 나무는 소리가 나는 쪽을 봤다.

멀리서 나무들이 하나 둘 쓰러지는 것이 보였다.

긴장했지만 자신은 다른 나무들과 달리 특별하기에 무사히 지나가리라 생각했다.

시간은 흐르고 드디어 벌목꾼들은 그 앞에 서게 되었다.


"이봐 이 나무는 어쩌지?"

"뭘 어쩌긴. 잘라내야지."

"이렇게 큰 나무를?"

"그만큼 돈이 되잖아."


윙 윙 윙-


'살려주세요 난 잘리고 싶지 않아요'

'난 세상에서 가장 큰 나무가 될 거란 말이에요!'


큰 나무는 간곡하게 외쳐보지만 벌목꾼들 귀에 들어 올리는 만무 했다.


윙 윙 위이잉 드르르륵

찌지지직 쿵! 


결국 몸뚱이가 잘려나간 큰 나무는 쓰러졌다.

슬펐다.

고작 이런 목재가 되려고 이렇게 수백 년간 고생하고 노력했나.

큰 나무는 목재가 되어 어두컴컴한 곳에 갇히게 되었다.

어두운 곳에서 자책과 후회를 하길 몇 날 며칠.

시끄러운 기계소리와 함께 정신을 잃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눈이 부셨다.

새하얗다.


'어찌 된 영문이지?'


천천히 주위를 둘러본다.

몸은 하얗게 표백되어 층층이 얇게 말려있었다.


'종이다!'


큰 나무는 다시 설레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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