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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찌 Oct 31. 2020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나무(2)

변하지 않는 것


종이는 얇고 가볍다.

비록 나무로써의 삶은 끝났지만 새로운 희망을 얻는다.


'세상에서 가장 특별해지려면 우선 유명해져야 해.'


종이는 우선 신문이 되어 사람들을 찾아갔다.

아침 새벽부터 여러 곳에 동시다발로 깔리며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많은 사람들은 신문을 통해 세상 소식을 접하고 관련 대화를 나누었다.

매일 아침의 신문은 특별했지만 저녁엔 항상 폐지가 된다는 사실이 달갑지 않았다.


'유명하다고 특별하진 않아.'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어느 집 작은 소녀의 손에 신문은 들려있었다.


"아빠! 신문"

"어이쿠 우리 딸 고맙습니다."


딸을 보며 행복해하는 아빠의 모습에서 종이는 깨달았다.


'그래. 소중함이야말로 특별한 거야.'


종이는 소녀에게 다가갔다.


"안녕? 난 너랑 친구가 되고 싶어."


종이는 스케치북이 되어 소녀 앞에 나타났다.


"여기에 맘대로 그려봐."


소녀는 스케치북에 매일 그림을 그리며 상상력을 키워 나갔다.

오늘은 동화책이 되어 이야기꾼이 되었고 내일은 색종이와 퍼즐이 되어 같이 놀았다.

종이는 소녀에게 꿈을 키우는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소녀는 학교를 가게 되었고, 이번엔 교과서와 공책이 되어 성숙할 수 있게 도왔다.


"종이야 난 작가가 될 거야!"

"그래? 나도 옆에서 응원할게"


소녀는 종이와 늘 함께했다.

원고지와 책으로 늘 곁에 있었고 틈틈이 메모장으로 스쳐가는 아이디어를 담았다.

하루의 마무리는 항상 다이어리로 소녀의 꿈을 응원했다.

.

.

.

소녀는 결국 작가가 되었다.

수많은 원고지와 메모장들이 첫 출간을 기뻐했다.

소녀는 처음으로 인쇄된 책을 끌어안고 울었다.


"종이야 고마워. 덕분에 내 꿈을 이룬 것 같아."


누군가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된 종이는 기뻤다.

날이 갈수록 소녀는 바빠졌고 시간이 부족하게 되었다.

어느 날이었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책상에 앉았지만 소녀는 더 이상 종이를 찾지 않았다.

대신 가방에서 노트북이 나왔다.


"종이야 그동안 고생 많았어. 이제 좀 쉬렴."


작성하고 수정하고 메모하고 관리하고 이 모든 게 엄청 쉽고 빨랐다.

이제 소녀의 삶의 대부분은 종이 대신 컴퓨터가 자리했다.

.

.

.

타타타탁

시간은 흐르고 오늘도 여전히 경쾌한 타자 소리와 함께 하루를 보낸다.


"어맛! 이를 어째."


실수로 커피를 키보드에 쏟은 모양이다.

급히 수건으로 키보드를 닦아 보지만 자판이 말을 듣지 않는다.

갑자기 손이 허전해진 소녀는 서랍을 열어 메모지를 찾아보지만 오랫동안 쓰지 않은 필기구만 있었다.

소녀는 급히 창고로 달려간다.

오랜 시간 닫혀 있던 창고 문은 열리고 먼지 쌓인 상자가 보인다.


"안녕 오랜만이야."


꿈과 시간을 간직한 종이가 추억이란 이름으로 반갑게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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