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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찌 Sep 26. 2020

홀로 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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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어지러운 머리를 붙잡고 시계를 본다.


'하아... 벌써 열한 시...'


짜증과 동시에 물컹하고 끈적이는 느낌이 머리를 찌른다.


'달콤한 게 끌리네'


여자는 초콜릿을 사려고 편의점에 들어가는 순간, 모자를 눌러쓴 어떤 한 남자와 부딪친다.


"어맛! 죄송합니..."


"..."


그러나 모자를 눌러쓴 남자는 아무런 대꾸 없이 가버린다.

여자는 배려 없는 행동에 화가 난다.


'뭐야... 저 사람!'


여자는 초콜릿을 계산하자마자 바로 뭉텅이로 씹어 먹는다.


와드 와득


딱딱한 초콜릿이 혀에 닿아 녹으면서 뇌를 자극하니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

오피스텔 현관에 도착할 때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사람이 타는 걸 본다.

초콜릿 탓일까? 용기가 생긴다.


"잠시만요!"


힐을 신고 있었단 사실을 잊은 채 달려보지만, 야속하게 문은 그냥 닫히고 만다.

분명 목소리를 들었을 텐데 참 배려 없다.


"어맛!"


설상가상으로 스탭도 엉켜 발목도 삐그덕한다. 


'짜증 나... 오늘 왜 이래...'


한숨과 함께 절뚝대는 발목을 문지르며 우편함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각종 쌓인 미납 고지서들이 빼곡히 보인다.

잦은 야근과 회식 그리고 좀 전과 지금의 배려 없는 인간관계.

여자는 사람들이 짜증 난다.


집으로 들어온 여자는 옷을 던진 채 화장만 지우고 침대에 누웠다.

불도 끄지 않은 채 폰으로 커뮤니티의 최신 글들을 읽는다.

그러던 중 방금 어느 한 사연의 글이 올라온다.

사고로 장애를 얻고 하던 일도 망해 사랑하는 여자와 이별했지만, 반드시 재기해서 그녀에게 돌아가겠다는 글이다.


공감을 누르고 댓글을 적는다.


'너무 슬프고 마음이 아프네요 응원합니다!'


여자는 타인의 사연에 위로를 얻는다.


***

남자는 배가 고팠다.

모자를 푹 눌러쓴 채 편의점으로 향한다.

끼니를 해결할 한 컵이면 된다.


"1000원입니다."


꼬깃꼬깃한 지폐를 던지듯 주고 황급히 나서는 순간.


"어맛! 죄송합니..."


달콤하고 익숙한 향이 뇌를 자극하는 동시에 심장을 때린다.

황급히 자리를 떠난 남자는 곧장 오피스텔로 간다.

우편함에서 몇 달째 밀린 고지서들을 확인한다.

덤덤하게 훑어보며 다시 현실을 자각한다.


또각또각


아파트 현관 너머 하이힐 소리가 들린다.


'설마 이쪽으로 오는 건 아니겠지?'


남자는 급하게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다.

예상과 달리 소리는 점점 커져온다.


또각또각 또각또각


'빨리빨리...'


남자는 불안한 눈빛으로 연신 내려오는 엘리베이터 숫자를 바라본다


땡.


'왔다!'


딱 딱 딱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하이힐 소리가 급해진다.

남자는 안으로 급히 들어간 후 닫힘 버튼을 연신 누른다.


"잠시만요!"


외마디 소리와 함께 문은 닫히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남자는 사람들이 불편했다.


자기를 바라보는 시선과 관심이 싫었고 외출할 땐 항상 모자를 눌러쓴다.

책상에 앉아 컵라면을 먹는다.

좀 전에 달콤하고 설레는 향이 자꾸 생각난다.

남자는 곧바로 컴퓨터로 글을 쓰기 시작한다.

사고로 장애를 얻고 하던 일도 망해 사랑하는 여자와 이별했지만, 반드시 재기해서 그녀에게 돌아가겠다는 글이다.

공감이 올라가고 댓글이 달린다.


'너무 슬프고 마음이 아프네요 응원합니다!'


남자는 타인의 반응에 위로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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