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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찌 Aug 15. 2020

빨간 실

운명의 인연


두근두근


그 사람을 본 후 내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이내 그 사람과의 이어진 실을 확인하고자 부지런해진다.

그리고 흥신소 직원으로 빙의해 여기저기 훑고 다니며 어디 살고 뭘 하는지 추리한다.

이윽고 하나 둘 공통점을 찾을 때마다 확신을 한다.


'우리 둘 사이는 빨간 실로 연결된 것이 분명해.'


그런 판단과 확신 후 나는 신이 나서 힘껏 당긴다.

하루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나며 계절이 바뀐다.

그러나 금방 나타날 것 같던 그 사람은 도무지 가까워지지 않는다.

불안한 마음과 기약 없는 당김에 다리에 힘이 풀린다.


'나 혼자만 당기나?...'


그렇게 생각이 든 나는 주저앉아 실을 확인한다.


'분명 빨간 실인데...'


갑자기 천둥번개가 치며 폭우가 쏟아진다.

억수같이 내리는 비에 흠뻑 젖는다.

머리는 미역이 되고 옷도 거적때기가 된다.

잠시 쉬며 비가 그치길 기다린다.

차분해지고 불안했던 감정들이 씻겨 내려가는 것 같다.

이윽고 폭우가 지나가고 날이 갠다.

아득하게만 보였던 그 사람이 드디어 또렷이 보이기 시작한다.

보이지 않던 관계의 거리가 짧아지기 시작한다.

불안한 마음은 다시 설레는 순간으로 바뀐다.

힘을 얻어 다시 힘차게 실을 당기려는 찰나,


어라?


'실의 색이....'


눈을 비비고 다시 본다.

손에는 폭우에 바래져버린 실이 들려있다.

당황하며 그 사람을 본다.

슬픈 눈으로 그 사람은 움켜쥐던 손을 편다.


빨간 실이다.

급한 마음에 실을 힘껏 당겨보지만 그 사람은 미련 없이 놓아버린다.

빨간색이 씻겨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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