쏴아아아
빗소리가 들린다.
벌써 아침이구나.
출근 걱정에 실 눈으로 폰을 확인한다.
토요일...
덮고 있던 이불이 따뜻하고 포근해짐을 느낀다.
상쾌한 토요일 아침의 빗소리.
출근 걱정할 필요 없이 자연의 백색소음과 함께하는 이 순간이 너무 좋다.
존재하기에 사는 것이 아닌 존재 했기에 살아야만 했던 나에게 허락된 꿀 같은 시간.
아무리 몸에 좋은 꿀이라도 과다 섭취하면 분명 해가 될 걸 알기에 딱 이 정도가 적당하다.
대자로 몸을 늘어뜨린 나는 멍 때리며 귀를 열어둔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뭔지 모를 좋음과 느낌에 설레었지만 뭔가 부족하다.
좀 더 이 감정을 극대화하기 위해 일어나 커피포트로 간다.
잘 갈린 원두와 따뜻한 물이 만나면 부드러운 향이란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며 태어난다.
아이는 호기심이 왕성해 집구석 구석을 돌아다니며 흔적을 남긴다.
나는 부모가 된 마냥 사랑스럽게 쫓는다.
한참을 돌아다닌 아이는 피곤한지 내 품에 안긴다.
나는 비 오는 창밖을 보며 가만히 눈을 감아본다.
향긋한 커피 내음과 시원한 빗소리는 날 과거로 안내한다.
이랬던 일 저랬던 일들이 스쳐 지나간다.
그때 그랬다면 어땠을까?
만약 다시 돌아간다면 되돌릴 수 있을까?
순간 피식 웃음이 나온다.
절레절레
아니다.
뭘 어찌했어도 지금 이 시간엔 커피 한 잔과 창밖을 보며 회상을 하겠지.
문득 창으로 희미하게 반사되는 내 팔자주름이 오늘따라 깊어 보인다.
띵동
토요일 이 시간에 누구지? 아! 맞다!
어제 인터넷으로 물건이 택배 상자에 담겨있다.
반사적으로 동공이 커지며 심장은 뛴다.
갑자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지금 이 감정은 행복해서일까? 커피의 카페인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