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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동희 Aug 27. 2023

(직장 일상)  출근

물리적 거리가 아니라 시간의 거리입니다

출근 합니다. 늘 일어나는 시간에 잠을 깹니다. 늦을까 걱정으로 알람을 맞추어 놓았지만 몸이 알아서 제 시간에 일어납니다. 오랜 기간 반복된 생활로 몸이 자동으로 시간에 반응하는 것이겠지요. 몸 자신이 시계가 되어 시간의 리듬에 맞추었습니다. 잠이 부족하여 몸은 깨어나지만 정신은 비몽사몽일 때도 많습니다. 또 어떤 때는 걱정으로 일찍 깨어 이리저리 뒤척이다 출근하는 때도 있습니다.


세면을 하고 가벼운 끼니로 출근준비를 마칩니다. 이제야 일어나는 막내아들과 눈을 마주치고 학교 잘 갔다 오라는 인사를 하면서 집을 나섭니다. 엘리베이터에 마주치는 사람들도 자주 보는 분들입니다. 나와 비슷한 시간에 출근하시는 분들이지요. 지역마다 사람의 생활이라는 것이 대개 주기가 비슷합니다. 농촌은 농촌대로, 어촌은 어촌대로 생활이 비슷하니 생활 주기가 닮아 있는 것이겠지요. 도시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아파트 현관을 나서도 모든 것이 익숙합니다. 사계절에 따라 꽃이 피고 비가 오고 열매를 맺고 낙엽이 떨어지고 눈이 오지만 이제는 낯설지도 않은 풍경입니다.


아이들이 다녔던 초등학교 담장을 따라 걸으며 운동장을 봅니다. 아이들의  어렸을 때를 기억하며 미소를 짓습니다. 버스정류장에서 차를 기다립니다. 기다리는 줄에 서있는 사람들도 거의 변하지 않습니다. 오래 봐 왔으니 서로 인사를 할 만도 하지만 무표정으로 있습니다. 안다는 것은 성가신 것입니다. 서로를 침범하지 않고 자신만의 영역에서 편함을 느낍니다. 기사 아저씨와 눈인사를 하며 차에 올라탑니다. 흔들리는 버스와 지하철 안에서 여러 생각들이 스치며 지나갑니다. 오늘 해야 할 업무와 풀리지 않는 회사일을 고민합니다. 핸드폰을 멍하니 보기도 합니다. 가족들을 떠올리며 행복에 잠겨보기도 합니다. 어느새 내려야 합니다. 저기 직장이 보입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사람들과 부대끼며 업무와 씨름하며 내 밥벌이를 해야 합니다. 내가 일하니까 직장에서 돈을 주는 것인지(이때의 나는 돈을 받을 권리가 있는 사람입니다), 직장에서 돈을 주는 만큼 내가 일을 해야 하는 것인지(여기에서의 나는 일을 할 의무가 있는 사람입니다) 모르겠습니다. 세상에 공짜밥이 어디 있냐는 그 순수하고 정직한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야 합니다. 나는 누구일까요. 당신의 모습입니다.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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