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일상) 직장에서 만나고 싶은 사람은 누구일까 ?

직장에서 만난 어떤 직원

by 오동희

직장에서 승진에 대하여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그렇게 친하지도 않았던 상사 한 분께서 안타까웠던지 던져주신 조언을 아직 잊지 않고 있다. 승진을 하려면 “승진 결정권자에게 빚을 지워야 한다.”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맞는 말이라는 것을 인정할수 밖에 없다.


물론 여기서 경제적인 빚을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 선의의 부담감이다. 회사나 부서의 일 또는 관리자의 업무를 도와주었거나 노력하였다면 관리자는 부담을 가지게 된다. 거기에 대해 무엇을 해 주어야 한다 라는. 그것은 어떤 식으로도 표현되기 마련이다. 승진이든지 포상이든지 돌아오게 된다는 것이다.


몇 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업무분장이 쉽지 않으리라 짐작하고 고민을 많이 하였다. 부서에서 제일 싫은 업무 중의 하나인 서무 담당 직원을 정하여야 했기 때문이다. 보통은 서로 하지 않으려 한다. 신경 쓸 일도 많고 동료들과의 갈등도 생길 수 있다. 관리자와 직원사이에 끼여 곤란한 경우도 있다. 서로 눈치보며 내가 하지 않았으면 하는 속내를 비치기도 한다.


그런데 가장 고참 직원이 먼저 나서서 하겠다고 하였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누구도 그 직원에게 하라고 할 수도 없었고 하지 않아도 당연하다고 생각 되는 직원이었다. 5년 정도 지나면 퇴직이 예정되어 있는 고참직원 이기 때문이다. 그런 직원이 서로 하지 않으려는 서무를 선뜻 맡겠다고 하니 다른 업무들의 배분도 쉽게 끝이 났다. 업무분장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을 할수 없는 분위기가 된 것이다.


업무분장이 끝나고 조용히 불러 물어보았다. 왜 서무를 하신다고 이야기 한거냐고. 그 분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대부분이 나보다 10년이나 20년 이상 어린 직원들이잖아요. 서로 맡게 될까 걱정하는데 차라리 내가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서요” 그러면서 처음 서무를 하게 되어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승진을 위한 것도 아니고 무슨 보상을 위하여 나선 것도 아니었다. 고마웠다. 그렇게 쉽게 제일 힘든 업무분장을 넘어갈 수 있었다.


직장은 공개적이든 묵시적이든 나름의 약속이 있다. 보이지 않는 선을 긋고 그 선을 넘으면 안된다는 숨은 룰도 있다. 그것을 무시할 수는 없다. 존중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 선을 넘지 않으면서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지게 된다. 빚이라기 보다는 예금이며 적금이다. 선의의 행동은 다른 사람에게 저금한 것이 되고 그것을 받은 사람은 빚이 되어 돌려주어야 한다. 당장 사용하지 않고 예금한 돈이 은행은 빚이 되고 이자를 쳐서 돌려 주어야 하는 것처럼.


사람 관계가 복잡하기도 하지만 어찌보면 단순하기도 하다. 주어야 돌려받고, 비워야 채울 수 있고, 원인이 있어야 결과가 있다. 심은 자리에 과실이 열린다. 세상과 자연이 그리고 사람관계가 그러하다. 업무를 똑같이 나누어 줄 것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주장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노력하고 희생하였다면 그 노력과 희생에 대하여 보상이 따르는 것도 순리이다.


(이전 글과 함께 오마이뉴스에 2026. 1. 29. 자에 실렸던 글입니다. 브런치에 맞게 수정하여 고쳐 쓴 글이므로 오마이뉴스의 글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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