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일상) 부서 업무를 나누면서 알게 되는 것들

때로는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by 오동희

지금, 회사는 전년도 실적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마치고 금년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과 세부 실행방법을 세우기 위해 바쁘다. 동시에 직원들의 정기 전보인사가 있다. 근무지를 옮겨야 하는 사람은 어디로 가야 하나 따져 보고 그곳으로 가려고 노력 한다. 아직 옮길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 하지만 혹시 밀려서 다른 곳으로 가야 되는 것은 아닌가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이래 저래 전보 인사 직전의 회사는 조금 어수선하다. 들고 나감의 파동은 해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곧 전보인사가 끝나고 부서로 배치되면 이어지는 것이 업무분장이다. 직원이 바뀌고 변경되는 상황에 따라 업무를 다시 나누고 담당자를 선정해야 한다. 이때 직원 간에 신경전이 벌어지고 눈치게임이 이어진다. 부서장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예전에는 부서장이나 관리자가 나름의 경험과 잣대, 그리고 기존 업무분장을 내세워 업무분장을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 공정하고 형평성을 요구하는 지금에는 예전부터 이렇게 해왔다는 관행이나 권한을 내세운 지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구시대의 유물이 되었다. 모두를 설득할 수 있는 객관적인 통계나 자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사람의 일이라는 것이, 회사의 업무라는 것이 사칙연산에 의한 셈법에따라 나누어 질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업무는 단순히 횡적으로 동일 가치의 분량으로만 구성된 것이 아니라 종적으로 깊이가 다르고 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아무리 정교하게 하더라도 모든 업무를 양과 질을 따져서 두부 자르듯이 각을 세워 반듯하게 똑같이 나눌 수는 없다. 한 부서의 업무라도 여러 모양의 업무가 있고 난이도가 다르며 선호도에 차이가 있다. 누구에게 더 줄 수 밖에 없는 자투리 업무도 있다.


물론 관리자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정답을 찾거나 경영학 교과서에 나오는 훌륭한 리더십으로 답을 이끌어 낸다면 다르겠지만 현장의 현실은 그것보다는 누군가는 조금 더 양보하고 희생이 따라야 한다. 이때에 등장하는 직원이 있다. 부서의 어려운 사정을 알아주고 조금 더 맡아주고 양보하며 배려해 주는 직원이다.


한 직장에서 30년을 살아보니까, 또 관리자로서 몇 년을 버텨 보니까 알게 되는 사실이 있다. 업무분장 때 먼저 나서서, 그게 아니라 떠밀려서라도 흔쾌히 희생을 자처하고 조금 더 맡아주는 직원이 얼마나 고마운지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 알게 되는 사실이 있다. 그 직원은 한동안 힘들겠지만 장기적으로 얼마나 행운이 되는 것인지 말이다. 분명 힘들 것이다. 조금이라도 일을 더 맡게 되면 불평이 자연적으로 나오게 된다. 같은 월급 받고 왜 내가 일을 더해야 하나. 왜 한다고 했나. 후회도 될 것이다. 혹시 서무일을 맡았다면 다른 사람에게 싫은 말을 들어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분명 그 사람에게 좋은 일이 된다. 관리자나 상위 직급자들은 그 사람이 보여준 희생과 고생을 알고 있다. 계속 그 직원의 이미지로 남게 된다. 승진을 위한 근무성적평정이나 우수직원을 추천할 일이 있으면 그 직원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업무적으로 좀 더 우수한 직원도 있겠지만 그 직원만 생각나는 것이다.


그런 생각은 나만 가진 것이 아니었다. 부장들이나 관리자 모임에서 이야기 할때에도 대부분 같은 생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먼저 희생하고 양보하는 그런 직원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그 소문은 퍼지고 알려지게 된다. 그래서 평판이 되고 그 사람의 드러나지 않는 이력서가 된다. 그 이력서는 종이 이력서와 달리 한번 읽고 나서 어딘가에 보관되어 잊혀지는 것이 아니라 늘 그 사람에게 따라 다니는 후광이 된다.


다른 사람과 똑같이 하였다면 동일하게 받아야 한다. 더 달라고 하면 되지 않는다. 그것이 형평성이다. 똑같이 업무를 나누어 줄 것을 요구하는 것은 형평성과 공정성이지만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하였다면 그 노력과 고생에 대하여 보상이 따르는 것도 형평성과 공정성이다. 공정하다는 것은 업무나 노력이 동일하다면 다른 사람에 비하여 더 나쁘게 하여서는 안된다는 의미도 있지만, 더 희생하였다면 그 사람에게 더 주는 것이 맞다는 것이며 그 또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직장에 다닌다면 이런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공정성은 같게 대하여 달라는 한 방향의 소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더 희생한 사람에게 더 많은 보상이 뒤따르는 쌍방향의 소리라는 것을.


(2026. 1.29. 오마이뉴스에 실렸던 글입니다. 브런치에 맞게 수정하여 고쳐 쓴 글으로서 오마이뉴스의 글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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