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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동희 Jun 15. 2023

사람은 자연을 어떻게 부르는가

6월이라는 시간에서 사람이 살아가는 법

달력의 월(月) 이름을 우리는 숫자로 부릅니다. 1월, 2월, 3월, 이렇게 12월까지 달의 이름을 구분하고 그 월에 맞추어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아메리카의 인디언들은 그들이 살고 있는 자연의 변화를 보며 자연과 함께하는 생활에서 얻은 경험과 영감으로 매 월의 이름을 불렀다고 합니다.

 

6월은 더위가 시작하는 달, 나뭇잎이 짙어지는 달, 옥수수수염이 나는 달, 옥수수 밭에 흙 돋우는 달, 산딸기가 익어가는 달, 곡식이 익어가는 달, 괭이질하는 달, 말없이 거미를 바라보게 되는 달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디언들은 왜 그런 이름으로 불렀을까요? 달의 이름을 곱씹어 볼수록 자연을 보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자연을 받아들이고,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떠올릴 수 있는 이름입니다. 그냥 보면 보이는 대로 부르는 것이 달의 이름입니다. 


더위가 시작되며 나뭇잎이 짙어지고 옥수수수염이 나며 산딸기와 곡식이 익어가는 자연이, 괭이질을 하며 밭에 흙을 돋우는 생활이 달의 이름이 된 것입니다. 자연과 생활이 일체가 되고 그 속에서 삶의 존재로서 사람이 하여야 할 일을 말한 것이 달의 이름이 된 것입니다. 무슨 대단한 용어가 아닙니다. 숨은 큰 뜻을 부여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달의 이름을 부르면서 자연을 보면 절로 아 그렇구나 하게 됩니다. 변화하는 자연에서 달의 이름을 떠올리고, 자연에 따라 생활하며 달의 이름을 부르고, 자연과 생활 그리고 달의 이름이 일치하는, 사람이 자연과 다르지 않고 함께 하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합니다. 보이는 대로 부여된 이름에 철학자의 어떤 논리보다 삶과 인생의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자연이 생존이 되고 생활이 되는 사람들이 부르는 이름에 숫자가 말하지 못하는 감동을 받습니다. 더위 아래에서 익어가는 곡식을 가꾸는 인디언의 모습이 그려지는 6월입니다.


우리나라 옛사람들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24 절기 중에서 양력 6월에  ‘망종’(6월 6일)과 ‘하지’(6월 21일)가 있습니다. 망종은 벼와 같은 곡식의 씨앗을 뿌리기 좋은 적당한 시기의 날이며 하지는 1년 중 낮이 가장 긴 날입니다. 망종 무렵이면 보리베기를 하고 모내기를 하는 시기라고 합니다. 하지에는 낮이 길어지니 더위가 시작되는 때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우리 선조들은 이 시기를 씨 뿌리는 달, 보리밥 먹는 달, 낮이 가장 긴달, 해가 높이 뜨는 달이라고 때에 맞게 이름을 불렀지 않았을까요.    


우리의 살아가는 모습을 봅니다. 자연에서 멀어지고 수학적이고 과학적인 합리성으로 기억하며 인정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지금은 농경사회나 목축사회가 아닙니다. 생존에서 자연에 대한 의존이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자연의 변화에 따라 영향을 받으며 생존하고 있습니다. 먹고살아야 하는 존재로서 인간에게 생존영역의 생활터전으로서 자연은 예전보다 힘을 잃어 가지만, 어머니인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리워하며, 멀어질수록 모성에로 회귀하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달을 우리는 6월이라 부릅니다. 그렇지만 인디언이 부르는 달 이름이나 우리 24 절기의 달 이름처럼 다르게 부를 수 좋은 이름이 있지 않을까요. 우리 시대에 6월은 어떤 이름이 어울릴까요.  


지금 창으로 보이는 날씨가 너무 좋습니다. 맑은 하늘 아래 투명한 햇볕이 어울리며 약간은 더운 듯한 그런 날씨입니다.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이 적당히 만족스러운 게으름을 부르고, 졸린 듯 나른한 몸으로 처지게 합니다. 당신과 내가 머무르고 함께 있는 하루를 ‘잠시 나가 산책하기 좋은 날’로 부르면 어떨까요. 지금 나가서 커피 한잔이라도 하고 오세요. 이 글을 쓰고 있는 부장의 권유입니다. 제 글을 받은 모든 분에게 드리는 권유입니다. 

 

(6월 중순에 직원분들에게 드리는 부장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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