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일상) 부모
부모라는 사람이 되어보니 알겠더라
아이들이 아직 어릴 때 학교에서 친구들로부터 맞지나 않을까, 선생님에게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였습니다. 만약 그런 상황이 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였습니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습니다. 알 수 없는 것이 사람 사는 인생입니다. 이제는 학생으로부터, 학부모로 부터 시달리지 않을까 걱정을 합니다. 선생님이라는 불리는 어엿한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내 눈에는 어린아이와 같습니다. 요즘 교권이 급격히 무너지고 교사들이 힘들어하는 것은 언론등을 통해 너무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내 아이들이 아직 학교에 다녔을 때 "선생님 고맙습니다."라고 전화 한번 드릴 걸 하는 때늦은 후회도 합니다. 당연하다 여기던 것이 감사함으로 다가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선생님은 계셨지만 선생님을 대하는 나의 태도는 달라졌습니다. 내 아이의 위치가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부모라는 존재는 끝이 없는 책임으로 감당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다만 그 책임은 사랑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쁨으로 할 수 있습니다. 책임으로 여기지도 않습니다. 자연적이며, 받아들여지는 것이며, 모든 것을 포용하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감당하면서도 책임이라는 사회적인, 법률적인 용어가 어울리지 않고 침범할 수 없는 것이 가족입니다.
팔순의 부모님은 아직도 내가 철 모르는 아이처럼 보이는지 밥걱정, 회사걱정, 건강걱정을 하십니다. "밥은 먹고 다니나" 라는 부모님의 이 말 한마디에 힘을 얻습니다. 부모님의 안부가 걱정되어 전화를 드리면 어느새 나에 대한 걱정으로 대화가 이어지고 끝이 납니다.
나이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부모라는, 자식이라는 어찌할 수 없는 관계 존재가 모든 것에 앞서는 것입니다. 내 아이를 바라보며 오늘도 별 걱정을 다 합니다. ‘살아보니 힘들더라’ 이것이 세상을 살면서 내가 알게 된 진리 중에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내 아이가 겪게 될 세상도 꽃길일 수만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꽃으로 피기를 바라며 키웠지만 이제는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습니다. 어른으로 성장한 아이에게 부모의 역할은 줄어들며 아직 익숙하지 않습니다. 꽃으로 늘 피어 있기만 소원하며 두 손을 모아봅니다. (2023. 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