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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동희 Jul 30. 2023

(직장 일상)  만남

떠난 자리는 채워집니다.

누군가는 떠나지만 또 누군가는 다가옵니다. 우리에게 다가오신 전입직원들이 입구에 서 있습니다. 어색한 모습으로 인사를 합니다. 눈빛이 ‘낯설다’는 속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따뜻한 박수로 새로 오신 직원을 맞이하였습니다.


종이 한 장에 따라 이리저리 떠도는 것이 직장인입니다. 내 이름이 적힌 종이에 직장에서의 내 위치가 정해집니다. 입사 축하를 받으며 사원이 되어 직장생활을 시작합니다. 대리가 되며 과장이 됩니다. 차장이 되고 부장이 되며 본부장이 되고 이사가 됩니다. 그리고 최고 지위까지 오르기도 합니다. 여기에서 저기에서 근무하며, 이 업무 저 업무를 하게 됩니다. 그러고 보며 직장인의 무게는 5그램입니다. A4 종이 한 장의 무게입니다. 그 무게에 승진, 전보, 징계 등 직장인의 기쁨과 슬픔이 담겨 있습니다. 하긴 직장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인생이 그렇습니다. 한 생명이 태어나도 출생신고서라는 종이 한 장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사람일생입니다.


비록 종이 한 장의 작은 무게에 의해 움직이는 우리들이지만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라는 시를 읽으면 다른 감동이 있습니다.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의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방문하는 한 사람이 그저 오는 것이 아니라 그의 모든 것이 함께 온다는 말입니다. 소중한 사람을 맞이하는 시인의 마음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하물며 잠시 방문하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와 오랜 시간을 같이 할 사람을 만나는 순간입니다. 미래를 함께 할 사람입니다.


낯선 이곳으로 오신 분들과 만나는 이 시간, 세상과 세상이 만나는 지금입니다. 일생과 일생이 눈을 마주 보는 시간입니다. 5그램의 무게에 의해 오시지만 한 사람의 일생을 받아들이는 마음으로 오시는 한 분 한분 환영합니다. (2023. 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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