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은 피하지만 당당하라.
비가 오던 지난주 어느 날이었습니다. 옆자리로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무심코 밖을 보니 사무실 창가 틀에 매미 한 마리가 앉아 있었습니다. 궂은 장마날씨에 비를 피하고 있었습니다.
건물의 좁은 콘크리트 틈 사이에서 도시를 향해 꼼짝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모습이 어떠한 것에도 굴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비를 피하는 것임이 분명함에도 네 발을 바닥에 붙이고 노려보는 당당한 모습에 반해 버렸습니다. 어찌할 수 없는 고난과 어려움은 잠시 피하지만 결코 굴하지 않겠다는 기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여의도의 고층건물이 보이는 서울 한가운데에서 그 의연함으로 찌푸린 하늘과 도시를 노려보는 매미에게 응원을 보냈습니다. 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아등바등 살고 있는 사람들 보다 더 멋진 이 녀석에게 박수를 보냈습니다.
잠시 후 그 자리는 비어 있었습니다. 오랜 기간 땅속에 있다가 기껏 여름 한 철이 삶의 전부인 이 녀석에게 진 것 같은 분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녀석이 날아갔을 하늘을 보며 자리에 앉았습니다. 책상에는 여전히 내가 해야 할 일이 쌓여 있습니다. 처리해야 할 업무를 노려보며 일을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