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스탄불은 휴가 중

여행 50일. 터키 2일.

by 어린왕자

이스탄불

2014년 7월



도미토리의 3명과 같이 게하를 나와 아야 소피아로 가니 관광객 소수뿐이야. 아야 소피아(Ayasofya)와 블루 모스크(Sultan Ahmet Camii)가 마주한 이 넓은 광장에 사람이 몇 없었어. 게하를 나올 때 사장님께 들었어. 어제 라마단이 끝나서 오늘부터 3일간의 쉐케르 바이람 (ŞEKER BAYRAM)이 시작되었다고. 그래서 아무것도 안 해. 정말 아무것도......


쉐케르 바이람이란 설탕 휴일이란 뜻으로 한 달 간의 라마단을 잘 치렀다고, 고생했다고 하는 설탕같이 달콤한 축제이자 보상 같은 날이야. 한국의 명절과 비슷한 거야. 한국처럼 모든 이가 휴일이라 관공소, 박물관, 심지어 일반 상가까지 쉬어. 그래서 아야 소피아는 박물관이라 휴관. 그래도 혹시나 나가 봤던 건데, 허탕이었지. 처음엔 우리가 너무 일찍 나왔나 싶었어. 하지만 그럴 리 있나 이미 점심때가 다 되어가는데 말이야.




술탄 아흐메트 광장(Sultanahmet Meydanı)


너무 더웠지만 아쉬움에 술탄 아흐메트 광장을 어슬렁거렸어. 이 광장은 비잔티움 제국 때 경마와 전차 경주가 열리던 곳이라 히포드롬(hippodrome)으로 불렸어. 그래서 길쭉하게 생겼어. 지금은 테오도시우스 오벨리스크(Theodosius Dikilitaşı), 뱀 기둥(Yılanlı Sütun), 콘스탄틴 오벨리스크(Örme Dikilitaş)가 차례대로 서 있어.


테오도시우스 오벨리스크는 정말 이집트에 있어야 할 형상이었어. 뚜렷하게 이집트 상형문자가 보였거든. 오벨리스크는 볼 때마다 경이로워. 3000년이 넘었다는 사실에 한번, 크기와 중후함, 균형미에 두 번, 마지막으로 이걸 바다 건너 들고 올 생각을 하다니에 세 번 놀라. 당시 이집트가 지중해 연안 국가들이 부러워할 만큼 대단한 국가라는 게 느껴져. 그리고 갖고 싶다는 욕망이 들 정도로 멋있어. 그러니 최고의 이집트를 이길 만큼 '나는 강하다'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로마 권력자들이 힘들게 옮겨놓은 게 아닐까 싶었어. 그런데 크기에 비해 상형문자가 커서 비율이 조금 이상해 보였어. 거기다 상형문자가 잘린 걸로 봐서 오벨리스크를 잘라버린 거 같아. 아무리 전리품이라지만 이건 아니다 싶더라.


IMG_3991엽서.jpg 앞에서부터 차례대로 뱀 기둥, 테오도시우스 오벨리스크, 게르만 분수, 미나레트만 보이는 블루 모스크


그 앞에는 작은 뱀 기둥이 있어. 페르시아 전쟁 중에 플라타이아이(Plataea) 전투에서 그리스가 승전 기념으로 만든 기념물의 일부야. 이름대로 뱀을 형상한 것인데 머리가 없었어. 원래 형태는 3마리의 머리 위에 금그릇이 있었다고 하나 기둥뿐이었어. 금그릇은 십자군이 가져갔다고 전해져.


이 앞의 두 기둥이 약탈물이라면 마지막 콘스탄틴 오벨리스크는 메이드 인 비잔티움 제국으로 추정되고 있어. 그런데 하나의 돌이 아니라 벽돌만이 쌓여 오벨리스크 형상을 하고 있었어. 이게 오벨리스크라고?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어. 이런 형상이 된 이유는 예전에는 겉이 금으로 도금된 청동으로 덮여있었다는데, 십자군 원정대가 뜯어갔다고 해. 십자군에게 '예루살렘은 도착지일 뿐 황금 원정대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돼. 약탈로 꾸며진 광장에 자신들이 요청한 군대에게 약탈당하다니 참 아이러니해. 아니, 뿌린 만큼 거두는 건가.


그리고 세 기둥에 가까이 가서 보면 우리가 서 있는 지표면에 있는 것이 아니라 키 높이만큼 아래에 있어. 그 높이만큼 흙이 쌓였듯이 시간이 쌓였다는 뜻이겠지. 그렇게 역사는 쌓여가지만 앞의 이야기처럼 돌고 도는 장면이 많은 거 같아. 그래서 늘 겸손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


테오도시우스 오벨리스크 뒤로 세 개의 기둥과 어울리지 않는 서양식 정자(?)가 있어. 빌헬름 2세가 술탄에게 선물한 것이라 게르만 분수(Alman Çeşmesi)라고 불려. 물은 나오지 않아서 구글맵이 아니었다면 분수인 줄 몰랐을 거야. 더욱이 그 앞에 블루모스크를 가릴만한 큰 분수가 있거든. 이 큰 분수도 휴가라 인공 연못 같았지만. 아! 둘 다 휴가인가?


더위에 녹아 허우적거리다가 유일하게 문 열린 작은 슈퍼가 보여 돌진했어. 작은 크기의 기념품부터 과자, 아이스크림, 옷, 복권까지 웬만한 물건들이 다 있어서 신기했어. 일행들이 '복권 당첨되면 가져갈 수 있나'라고 농담하며,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서 맛있게 먹었어. 사진 한 장에 카메라 용량이 가득 차서 그냥 점심을 먹으러 갔어.


IMG_3993.JPG 갈라타 탑




갈라타 탑 근처 (카라쾨이 지역)


점심을 먹고 어쩔 수 없이 게하로 와서 낮잠을 자고, 해가 지기 시작할 때쯤 일행과 다시 게하를 나섰어. 갈라타 탑(Galata Kulesi)으로 가기 위해 트램을 타고, 갈라타 다리를 지나 카라쾨이(Karaköy)에 내렸어. 예상외로 사람이 많아서 이곳에는 정상영업을 할거 같았지. 탑으로 가는 오르막 양 옆에 많은 가게가 있었지만 문을 연 가게는 단 몇 곳뿐. 대부분 전자상가로 다 정리만 하고 있었어.


어느 정도 오르면 커다란 갈라타 탑이 보여 쉽게 찾을 수 있었어. 이 앞에 있는 유럽과 아시아를 가르는 보스포루스 해협을 감시하기 위해 지어진 탑이야. 중세의 감시탑들은 현재의 전망대로 사용되고 있지. 이곳도 마찬가지. 그래서 해협을 끼고 있는 이스탄불 전경을 볼 수 있다고 해서 왔어. 하지만 역시나 쉬는 날. '아...... 이스탄불 석양을 보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이 단념하고 돌아서자 한국 터키 우호 기념비가 보였어. 형제의 나라라는 말만 들었는데, 확실히 특별한 관계라는 게 느껴졌어.


다시 다리 쪽으로 내려오면 많은 사람들이 다리 위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어. 강 아래 물고기가 많은지 다들 바구니에 한가득 물고기가 담겨 있었어. 한국 대도시 강도 낚시꾼들이 많긴 하지만 뭔가 볼 때마다 이래도 되나 싶긴 해. 우리는 다리 위에서 보스포루스 해협을 바라보니 아시아랑 유럽을 쉽게 왔다 갔다 한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구분한다는 게 의미가 있는가 싶기도 하고 오묘한 감정이 느껴졌어.


IMG_3994수정.jpg 카라쾨이에서 본 에미뇌뉘




고등어 케밥


다리 밑의 선착장 쪽으로 연기들이 자욱한 곳을 볼 수 있었어. 바로 고등어 케밥 가게들이야. 구운 고등어를 양상추와 토마토 같은 채소를 넣고 레몬즙을 뿌린 간편한 음식으로 별미라고 유명해. 여러 가판대들이 줄지어진 곳에서 마리오처럼 생긴 에밀 아저씨가 생선 뼈를 바르고 비리지 않게 해 준다고 유명해서 그곳으로 갔어. 생각과 달리 가는 길에 가판대만 있는 게 아니라 앞의 천막과 탁자도 있었어. 야외 식당처럼 되어있어서 바닷가의 해산물 파는 포장마차 같은 분위기였어.


유명세대로 에밀 아저씨 주위에는 사람이 엄청 많았어.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유명한 가 봐. 특히나 옆에 금발 아가씨가 서서 아저씨와 계속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이곳에 일하는 사람인지 손님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였어. 덕분에 천천히 하시는 터키 아저씨의 손놀림이 더욱 느려졌어. 그래서 내가 이걸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아. 기다리다 다른 가게 가서 먹었나? 그래서 맛도 기억이 나질 않아. 뭐 먹었다면 특별한 맛이 아니라는 거겠지? 가게를 찾아가기 전에 케밥을 소개한 일행도 저렴한 가격에 먹는 거라 특별한 기대는 하지 말라고 했었어. 아마 아저씨의 유명세는 맛보다는 입담이 더 큰 거 같아. 난 재미없는데 사람들은 계속 웃거든. 영어가 짧은 것도 있겠지만 이런 건 취향이 아냐.


IMG_4020엽서.jpg 아타튀르크 다리 야경




이집션 바자르와 예니 자미 (에미뇌뉘 지역)


다시 다리 위로 올라오니 해는 이미 다 지고 다리와 건물들에 불이 들어와 멋진 야경을 보여줬어. 다리를 건너 이집션 바자르(Egyptian Bazaar)에 들어갔어. 이집트에서 온 향신료가 거래되는 시장이라서 이집션이라는 말이 있어. 한국의 전통시장과 비슷한 공간인데, 이곳도 휴장이야. 장사하는 가게가 없어. 열려있더라도 물건들을 박스에서 정리하고 있어서 어릴 적에 마감시간의 지하상가가 떠올랐어. 결국 본거 없이 나왔지.


IMG_4025.JPG 예니 자미 실내


그 앞에 있는 오래된 자미에 사람이 엄청 많아서 그쪽으로 갔어. 이곳은 400년 된 예니 자미 (Yeni Cami). 문을 통해 들어가면 안뜰이 나오고 가운데에 세정대가 있었어. 자미는 처음 들어오는 거라 자세히 보고 싶었지만 너무 어둡고 많은 사람에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았어.


내부로 들어가는 문 앞에서 머리를 가릴 수 있는 스카프와 신발 덧신을 주고 있었어. 토익 같은 외부 시험을 칠 때 학교에서 신발 위에 신으라고 나눠주는 고무줄 달린 천 말이야. 이걸 여기서 볼 줄은 몰랐어. 우선 들어가기 전에 다들 손을 씻고 있어서 우리도 줄을 서서 씻고, 다시 줄을 서서 덧신을 받아 신은 다음, 안으로 들어갔어.


짧은 통로를 지나면 카펫이 깔린 중앙 돔이 나와. 처음 본 자미의 돔은 화려함에 놀라웠어. 성당의 화려함과 달라. 말로만 듣던 아라비안 나이트가 떠올랐지. 수많은 무늬들이 일정하게 반복되면서 그려져 있는 모습에, 섬세함과 조화로움이 너무나 아름다웠어. 특히 샹들리에가 서유럽과 달리 넓고 키 높이로 낮게 되어 있었어. 아마 카펫 생활을 하는 문화라서 그런 거 같아. 그리고 상당히 많은 등이 있었어. 이 노란 등불이 은은하게 비추어져 안이 따뜻하게 느껴졌어. 예전에는 실제로 촛불이라 수많은 불에 따뜻했을 거야.


중간에 울타리가 쳐져있어서 신도가 아닌 사람들은 들어갈 수가 없었어. 관광객들은 울타리 밖에서 옹기종기 앉아 있었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다니면서 사진 찍기는 어려워 우리도 앉아서 고개를 들어 천장의 무늬들을 살펴봤어. 신도들도 기도가 끝났는지 조용하지 않고 웅성웅성 소리도 나고 편안한 자세로 앉거나 기대고 있어서 예상했던 것보다 자유로운 분위기였어. 관광지라 그런지 생각했던 이슬람 분위기와 많이 달랐어.


IMG_4024.JPG 예미 자니 실내


사람이 계속해서 들어와 안이 불편했어. 그래서 돔 밖으로 나와 덧신을 통에 넣고 안뜰로 나왔지. 안뜰은 상대적으로 너무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아 불편했어. 이곳에도 밝은 등이 있었다면 자세히 볼 수도 있고, 꽤 분위기 있는 자미가 되었을 텐데 아쉬웠어.


사람들 뒤를 쫓아가며 나오니, 구석에 대중목욕탕처럼 수도꼭지와 그 앞에 앉을 수 있는 돌이 길게 있었어. 안뜰 가운데 동그란 세정대로 부족해서 그곳에서 현지인들이 손과 발을 씻고 있었어. 기도하는 사람이 덧신을 신고 하는 건 좀 아니지. 우리도 실내에서 신발을 신지 않는 문화라 그런지 아무리 덧신이 있지만 카펫 위를 신발을 신고 다닌다는 게 어색했어. 아마 신발을 벗어놓으면 도난의 위험이 있어서 그렇지 않을까 싶어.




터키인의 한국에 대한 관심

자미 밖을 나오자 탁 트인 풍경과 바람에 시원해졌어. 예니 자미는 이 풍경이 덤이라 많은 관광객이 온다고 해. 오늘은 관광객뿐만 아니라 라마단이 끝난 현지인들도 밖으로 나와 산책을 하거나 친구들과 한잔하러 가고 있었어. 우리도 그대로 걸으며 이스탄불의 밤을 느껴봤어. 역시 금기가 끝나고 나면 기분이 좋은 거겠지? 왠지 도시 자체가 들뜬 그럼 느낌이 들었어.


IMG_4026사인.jpg 예니 자미 앞, 멀리 갈라타 탑이 보이는 풍경


게하로 가기 위해 트램 정거장으로 갔어. 트램을 기다리는 잠깐 동안 일행과 조금 벗어나 트램 라인을 보고 있었어. 그때, 일행 중에 나에게 '저 애들 형 쳐다보는 거 같아요.'라고 하며 버스정거장의 3명의 소녀들을 가리켰어. 오늘 우리를 쳐다보거나 관심을 가지는 터키인들이 많아서 이제 당황스럽지 않았지.


점심때도, 유럽에서 만난 여행객들에게 추천받은 식당이라 관광객이 주 고객인지 다행히 장사를 하고 있었어. 1층에는 사람이 많아 우리는 안내에 따라 2층으로 갔어. 이곳엔 손님이 아무도 없었어. 덕분에 주문도 바로 할 수 있었지. 이때 직원이 한국 사람이냐고 확인하더니 엄청 반가워하더라고요. 한국인이 많이 온다고 하는데도 왜 이렇게 반기는 건지 신기했어. 설명도 잘해줘서 주문을 잘할 수 있었어. 음식이 나온 뒤에는 주방에 있던 직원까지 나와서 여러 이야기를 했어. 여행 시작을 터키에서 해서 대부분 현지에서 들었던 이야기들이었지. 그래도 일행들은 터키가 처음이고 단골 식당처럼 정겨워서 재밌었던 거 같아. 음식은 카파도키아에서 느꼈던 대로 깔끔하고 맛있었어. 차이점이 있다면 그리스 음식과 조금 닮은 거 같아.


IMG_4023수정.jpg 예니 자니 앞


그 후에 갈라타 탑에서 한국 터키 우호 기념비를 보고 있을 때도 어떤 아저씨가 다가와서 한국인이냐고 물었어. 맞다고 했더니 '역시나'라고 하면서 좋아하셨어. 그리고 일본인인가 싶어서 망설였다며, 한국전쟁 이야기를 하면서 형제의 나라라고 하시고, 월드컵 이야기도 했었어. 그러다 갑자기 일본을 욕 하는 거야. 터키인이 그리스 욕하듯이 말이야.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두 국가의 관계를 앞서 터키와 그리스에서 보고 들었기에 재밌기도 하고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은 거 같아 좋았어.


또, 갈라타 다리 위에서 해협을 바라보고 있을 때, 터키 남자가 다가와서는 또 한국인이냐고 묻더니 같이 사진을 찍자고 했어. 일행 중에 대답한 한 명과 사진을 찍었는데 현지인 성인 남자가 사진 찍자고 한건 처음이라 당황스러웠어. 사진 찍힌 당사자는 '왜 난 남자한테만 인기가 있는지' 하며 투덜거렸지만.


IMG_4021엽서.jpg 갈라타 다리에서 본 에미뇌뉘


여자들도 관심을 보이지만, 자유롭기는 해도 이슬람 국가라 유럽 국가들과 달리 말을 걸진 않았던 거 같아. 그리고 남자 4명이나 있으면 조금 어렵지 않을까? 아무튼 그래서 뚫어지게 보면 눈인사 정도만 했어.


다시 트램 정거장으로 돌아와 이번에도 눈인사 정도만 했지만 난리였어. '너무 좋아하는데 손이라도 흔들어줘요'라는 일행에 말에 그 정도는 괜찮을 거 같아 웃으며 소심하게 손을 흔들어줬어. 그때, 반응이 정말 대단했어. '연예인은 이런 것보다 심하겠지?'라고 생각하다 너무 심해서 '누구랑 착각하는 건가?' 싶었어. 그래도 역시나 다가오지는 않았어. 거기서만 약간의 비명과 제자리 방방 뛰기만 반복할 뿐이었어. 어린아이들이 외국인 아저씨에게 말 걸기까지 하겠어? 트램이 와서 소심한 팬서비스는 거기까지.


일행과 이야기하면서 가는데, 여기서도 뚫어지게 보는 이가 있었어. 역시나 일행이 말해주어서 봤지. 이번에는 할머니 무릎에 앉은 어린 여자 아이였어. 눈을 마주치니 아이가 너무 이쁜 미소를 보여줬어. 그래서 사진을 같이 찍고 싶었지만 할머니께서 이스탄불에 가끔 보이는 차도르를 입고 있었어. 그래서 아이가 혼날까 봐 차마 말을 할 수가 없었어. 그래도 아이의 미소는 내 홍채에 담아 뒀지. 만원 트램이라 정류장에서 겨우 내렸어. 그래서 꼬마 아이에게 인사도 못하고 급하게 내렸지. 이번에도 일행이 '형 내리니까 아기가 울 거 같던데요.'라는 말을 전해서 아이에게 미안했어. 날 기억이나 하려나?


IMG_4032엽서.jpg


나도 내향적이라 시선을 잘 알아채는데, 왜 몰랐을까? 아마 일행들이 가르쳐주지 않았다면 모르고 다녔을 거야. 참, 나도 새로운 거나 신기한 거 보면 거기만 꽂히는 거 같아. 그만큼 고마운 일행들이 든든해서 아무런 경계 없이 나에게만 집중하면서 여행 다닐 수 있었던 거 같아. 그리고 그만큼 이스탄불은 구경할 게 많기도 하고 동서양이 섞여 여러모로 신기한 도시였어. 마지막으로 듣던 대로 형제의 나라였어.


아!! 가장 중요한 것. 터키를 갈 때는 라마단과 바이람을 피해 갈 것~~!!




첫날 오전, SD카드 용량이 차서 사진이 없어서 아쉽네요. 일행들 덕분에 정말 건축물과 풍경에만 집중하면서 다닐 수 있었어요. 그만큼 감상에 대한 기억은 또렷하지만 사건과 사건 사이의 기억이 조금 흐릿해요. 이스탄불이 가장 최근인데도 말이죠. 참 신기해요.


아무튼 바이람으로 반쪽 여행이었어요. 여러분은 라마단과 바이람을 피해 가시길 바라요. 그리고 제가 여행할 당시에는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많은 관심과 호의를 받았어요. 장사꾼은 빼고요. 그런데 요즘은 유튜브나 미디어에서는 전혀 아니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일본을 욕할 정도로 한국인을 챙겼는데 일본인을 더 반가워하다는 말도 들어서 저로서는 전혀 믿기지가 않아요. 그리고 쿠데타와 진압 사건 이후로 전혀 다른 국가가 되었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너무 아쉬워요. 제가 알던 이스탄불은 없어진 걸까요? 7년간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마지막 날 이야기를 쓸 차례가 되었네요. 이스탄불 이야기를 쓸 때부터 너무 쓸쓸했답니다. 마치 다시 여행이 끝난 것처럼요. 그러니 마지막 날도 같이 여행해요. 그리고 글은 끝이 아닙니다. 후기도 따로 적을 예정이에요. 거의 1년간 써온 연재니깐요. 작던 크던 적던 많던 제 글을 읽어주시고 아껴주시는 분들 모두 늘 감사드립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