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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왕자 Aug 02. 2021

올림픽에 대해 변해가는 나의 시선

#2020 올림픽, #선수들만 따르는 올림픽 정신, #코로나 속의 올림픽

  현재 2020 올림픽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2020이 아니라 2021에 개최되었지만요. 저는 실시간으로 태권도 2경기와 여자 배구 경기만을 보았습니다. 물론 여전히 올림픽을 즐기시는 분이 많겠지만 저와 제 주위만은 예전만 못한 거 같아요. 제가 어릴 적만 해도 올림픽이라 함은 4년마다 하는 그 어느 스포츠 이벤트보다 재밌는 유흥이었어요. 지구 반대편에서 할 때면 새벽잠도 줄여가며 봤지요. 그리고 그다음 날이면 모두 올림픽 이야기를 종일 하며 웃고 화내고 행복했던 거 같아요. 


  그런데 이번 올림픽은 예전 같은 감정은 들지 않네요. 뉴스를 보지 않으면 한국 선수들이 메달 딴 사실조차 모르고 지나갑니다. 저와 친구들이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걸까요? 스포츠를 좋아해서 많은 종목의 룰도 다 외고 있는데 말이죠. 그래서 올림픽에 대해 여러 생각이 듭니다.



볼거리가 많아졌다.


  우선 4년마다 오는 올림픽도 큰 대회지만 그 사이에 아시안 게임, 월드컵, 유로(축구)등 큰 스포츠 대회들이 많아요. 또한 EPL, 메이저 리그, NBA, F1 등 다양한 해외 스포츠들을 쉽게 접할 수 있고, 예전에는 스타크래프트, 현재에는 LOL이 E-sports 중심에서 세계로 중계되고 있지요. 이 모든 대회들도 엄청난 규모가 되었습니다. 올림픽 못지않은 아니 특정 종목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올림픽보다 더 큰 대회이지요. 대체 수단이 많으니 굳이 올림픽을 기다리는 이유가 적어지는 거 같아요. 물론 양궁이나 펜싱, 육상, 수영 같은 종목을 볼 수 있어서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이 종목들도 세계 대회가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으나 중계는커녕 스포츠 뉴스 단신으로 소식을 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흥행성, 사람들의 관심이 없다는 것이지요.



냉전 시대가 끝났다.


  스포츠가 전쟁을 대신하고 평화를 준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첫 올림픽은 냉전 시대의 끝자락이었어요. 그때는 정말 올림픽이란 자본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의 대리전쟁과 같았어요. 미국과 소련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이겨야 하는 관계였지요. 저희 한국 또한 일본이라는 상대가 있지요. 말 그대로 전쟁을 할 수 없으니 상대 국가보다 우수하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나라 전체가 나섰던 시대입니다. 


  소련이 해체되고 독립국가 연합(올림픽 연합 선수단)이라는 이름으로 지속되었고 그 분위기는 이어져서 나라를 대표하고 자신의 국가가 우수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자리였어요. 그래서 국민들도 자신의 국가를 응원하고 이겼을 경우 자신이 이기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예전의 소련의 명성은 러시아가 이어가지 못했어요. 결국 미국의 승리가 다시 증명되었고 전쟁 대신이라는 의미가 희미해졌어요.



더 이상 아마추어들의 올림픽이 아니다.


 스포츠가 사람의 경쟁심을 해소하고 성취감을 얻게 해 주며 경쟁 상대를 이해하고 동질감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고 하지요. 사람이란 아이러니하게도 상반되어 보이는 경쟁이라는 것으로 조화, 융합을 일구어냅니다. 그래서 어릴 적 같은 놀이와 운동을 하고 친해지는 경우가 비슷한 예이겠지요. 


  올림픽은 세계인의 스포츠이니 경쟁을 통해 세계의 조화를 이루어내는 장이라는 목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승리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참가하는데 의의가 있으며, 성공보다는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올림픽 정신은 말합니다. 그리하여 올림픽에는 프로 선수들이 출전하지 못했습니다. 순수한 아마추어의 경쟁을 추구했었죠. 아직 축구에서는 만 23세 이하만 출전이 가능한 이유가 이와 연관되어 있는 거지요. 


  하지만 냉전시대가 끝이 나고 흥행력이 다소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견제하는 국가들이 프로의 출전을 막았던 이유도 사라지게 되었죠. 그래서 몇몇 종목을 시작으로 프로 선수들의 출전이 허용되었습니다. 그래서 마이클 조던이 포함되는 NBA 올스타가 올림픽에 출전하게 됩니다. 흥행은 되었으나 정말 일방적인 승부였어요. 


  승부를 통해 조화나 우정을 쌓는다거나 승리보다는 노력이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요? 프로 선수들의 이득은 적고 부상의 위험은 있으니 출전 거부가 많아졌고, 자신의 몸값을 올리기 위한 곳이 되었어요. 한국인들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냉전이 끝난 유럽과 러시아, 미국은 그런 이유가 희미해졌지요. 결국 프로의 출전은 흥행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올림픽의 주목적은 조금씩 희석되었어요.



국가의 대표 그리고 세계인중 한 명


  대리전쟁 시절이었기에 국가 대항전의 의미가 짙었고 따라서 국가 대표는 국가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래서 금메달은 국가의 영웅이자 자랑이 되었고, 은메달은 국가의 창피이자 비난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대가 지났고 국가 대항전의 의미는 다소 옅어졌습니다. 따라서 국가 대표에서 같은 국가인으로, 같은 동료로, 개인으로 변해갔습니다. 국가의 메달은 선수의 영광으로 의미가 바뀌어갔죠. 한국도 비슷하게 변해갔지요. 금메달만이 가치가 있었던 세상에서 메달 자체의 가치가, 참가의 가치가 사람들에게 인식되어갔습니다. 


  이제 국가에 연연하지 않고 멋진 플레이와 정신을 보여주는 모든 선수를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경쟁 사회에 지쳐 1등만이 인생의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어갔지요. 그렇게 되자 관중들도 나라만을 보며 올림픽을 보는 경우가 드물어졌습니다. 다양한 선수들을 응원하지만 그만큼의 집중력이 줄었죠. 그렇게 올림픽이 본 취지에 가까워지자 오히려 비중이 줄어갔습니다.



코로나 속의 올림픽 그리고 세계정세


  이번 올림픽은 사상 최초로 연기 개최되었습니다. 전쟁으로 연기되었다가 취소되었던 올림픽이 있지만 전염병으로는 처음입니다. 이런 팬데믹 상황을 많은 사람들이 극복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 세계의 많은 사람들을 한 곳으로 모으는 행사를 해야만 할까요? 물론 올림픽만을 생각하며 노력한 선수들의 의견이 반영되었을 수도 있겠지만 어른들의 다른 목적이 더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홍콩에서는 자치권을 위해, 민주화를 위해 우산 혁명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홍콩 대표 선수가 금메달을 따도 중국 국가를 들어야만 하지요. 미얀마에서는 군사 쿠데타에 맞서 민주화 운동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IOC는 정치적 중립이라는 이유로 자국민에 대한 말을 하지 못하게 합니다. 정치적 중립이란 마치 '남의 일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뜻인 거 같네요. 그런데 IOC에서는 정치적 중립은 인권보다, 사람 목숨보다 가치 있는 존재인가 봅니다. 나와 네가 함께되어 우리가 되는 곳이 올림픽은 아닌 듯 싶네요.



IOC의 제1원칙은 money


  냉전시대 반드시 상대를 이겨야 하는 올림픽에서는 더욱더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었지요. 자연스럽게 돈이 몰렸습니다. 텔레비전과 같은 미디어의 발전으로 광고 수익이 늘어났고, 스폰서가 도입되어 많은 국가와 기업들의 투자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고, 목적도 변했기에 관심은 줄어갈 수밖에 없었죠. 그에 따라 IOC는 대회의 규모를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늘려갔습니다. 더 많은 이익을 위해서요. 왜냐면 IOC가 적자를 보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적자는 개최국이 가져가는 것입니다. 대회 이념에 따른다면 큰 수익이 날 수 없는 구조였지만 입장료와 중계료로 수익을 냈습니다. 다소 적자라도 개최국은 국가의 이미지와 광고로 이익을 메웠습니다.


  과거 한국도 올림픽으로 입장료와 중계료 이외에도 외국의 대규모 투자와 관광이라는 이익이 있었죠. 과거에는 빠른 인터넷도 유튜브도 없던 시대이기 때문에 효과는 컸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런 부수적인 이익은 큰 돈을 들이는 올림픽 말고도 대체 가능한 수단이 아주 많아졌습니다. 결국, 리우와 같은 큰 적자 올림픽이 나왔고 브라질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아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적자를 메우는 방법 중 하나는 더 비싼 입장료와 중계료가 되었습니다.


 언론과 많은 사람들이 팬데믹 상황에서 올림픽이 개최되는 건 결국 돈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막대한 손해를 IOC도, 개최국도 지고 싶지 않은 것이지요. 개최국은 자국민을 위해 큰 입장료를 포기했지만 IOC는 자국민이 아니니 마지막까지도 관중을 받으라고 권했지요. 올림픽 관련자는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 특별한 사람들인가 봅니다. 그리고 참가하면 코로나에 걸리지 않는 면역을 얻게 되는 걸지도요.



정치적 중립과 공정


  한국 선수들의 사기를 위해 이순신 장군의 말씀을 적은 현수막을 선수촌에 걸어 두었습니다. 그런데 일본은 그것에 대해 IOC에 항의했고, IOC는 헌정 50조에 위반된다고 하였습니다. 헌정 50조란 '경기장을 비롯한 올림픽과 관련된 장소에서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선전 행위를 허용하지 않는다'입니다. 반면 욱일기 응원은 허용되었습니다. 욱일기야 말로 정치적, 인종적 선전 행위가 아닌가요? 그런데 애초에 국가를 걸고 나오는 대회에 정치적 중립이 가능한 걸까요?


  스포츠 경기에 늘 오심은 있었습니다. 심판도 사람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사람의 실수가 아니라 미리 정해져 있다면 승부라고 할 수 있을까요? 소치 올림픽 때 김연아 선수의 점수는 아직도 화가 납니다. IOC가 선수의 노력과 땀, 시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죠. 선수들의 실력이 아니라 그 뒤의 국가와 배경, 돈이 결과를 정한다면 경쟁을 통한 융합은 불가능합니다. 정치적 중립을 말하는 곳에서 공정을 뺀다면 분열과 갈등을 일으킬 뿐입니다.



나에게 올림픽이란?


 꼬마적 한국인이라면 다 한다는 태권도를 저도 잠깐 했습니다. 관장님의 권유로 구대회나 작은 대회에 참가하기도 했었죠. 친구들과 목적을 가지고 열심히 하고, 대회에서 이겼을 때의 성취감은 다른 곳에서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었어요. 그래서 일요일에도 운동하고, 계체량에 통과하기 위해 밥도 굶고 땀복을 입은 채 달리기도 해보았습니다. 그 때문일까요? 국가 대표라는 이름이, 올림픽이라는 이름이 저에겐 더 대단해 보입니다. 그 뒤에 제가 한 것에 비교가 되지 않는 엄청난 노력과 땀, 눈물, 시간이 있다는 것을 조금은 알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올림픽이 재밌고 열정적으로 봤던 거 같아요.


  몇 번의 올림픽을 보고 나니 올림픽을 움직이는 세력들의 시선과 목적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그들의 목적에 의해 올림픽은 변해갔어요. 그들이 말하는 올림픽 정신이 이루어질수록 그와 반대로 제가 원하지 방향으로 나아갔어요. 그러다 보니 저의 관심이 점점 줄어갈 수밖에요. IOC는 올림픽이라 하지 않고 종합 스포츠 국가 대항전이라고 했으면 합니다. 그것이 IOC에서 원하는 수익 모델 아닌가요?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어 보이는데 굳이 자신들이 옳은 일을 한다는 것처럼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변해가는 올림픽에 가장 피해 보는 것은 올림픽의 주인공인 선수들이지 않을까요. 승리만 바라본다면 승리하지 않은 선수들은 아무런 가치가 없습니다. 관중은 주인공들이 공정하게 실력을 겨루는 각본 없는 서사를 보며 희로애락을 같이하는 사람들입니다. 거기다 승리보다 참가를, 성공보다는 노력을 보여주는 선수들이 있어 올림픽은 더 특별한 것이지요.


  다행히 선수들의 올림픽 정신은 남아있습니다. 경기장에서 최고와 최선의 멋진 플레이는 물론 팀이 하나가 되어 움직이는 멋진 모습과 서로를 격려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포기하지 않는 열정을 전해주었습니다. 또한 상대에 대한 존중을 가지며 경기장에서 승리한 선수에게 축하를 해주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가 자신의 대한 실망으로 울었고, 더 나은 선수가 되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저는 그런 선수를 좋아하며 계속 응원할 겁니다.



  어제 다 쓰고 업로드하려고 했으나 백스페이스 한 번에 글 반이 날아가 버렸어요. 가장 먼저 쓰고 저장한 곳으로 돌아갔어요. 늘 절 귀찮게 하던 임시저장이 이번에는 작동하지 않더군요. 황당을 넘머 너무 짜증이 났지만 다른 방법이 있나요. 다시 써야죠. 처음에는 안창림 선수의 이야기를 듣고 제일교포에 대한 제 경험과 감정을 조금 적으려다가 여자 배구 경기를 몇 번 보다보니 예전에 올림픽을 보던 감정이 떠올라 짧게 적어보려고 다른 문서 프로그램에 적지 않고 브런치에 바로 적었더니 이런 사고가 나버렸네요. 쓰지 말라는 건가 싶기도 하고 사설같은 글에 완성하고 업로드를 망설였지만 혹시나 올림픽에 대해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시는 분이 있지 않을까 싶어 보여드렸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길게 될 줄은 저도...... 오랜 시간 올림픽을 보며 다양한 감정들이 쌓이지 않았나 싶어요. IOC에 대한 실망과 분노, 그에 반해 올림픽 정신이 스며든 선수와 관중. 자본주의 세상에서 돈이 필요하지만 말과 행동이 다른 IOC가 너무 싫네요.


  저처럼 심각히 올림픽을 바라보지 않아도 됩니다. 코로나로 휴가를 떠나지 못하시는 분들에게는 답답함을 덜어주는 좋은 친구가 되어 줄 테니까요. 남은 경기 재밌게 즐기시고 멋진 플레이를 보여주는 선수 모두에게 응원을 보내주세요. 그리고 선수 모두 코로나에 걸리지 않고 건강히 집으로 돌아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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