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말씀 잘 듣는 아이
어릴 적 저는 선생님 말씀을 잘 듣는 아이였어요. 아주 어린아이들에게 '무엇을 해라'하기보다는 '무엇을 하지 말라'는 말을 많이 하지요. 아이들에게는 어떤 것이 잘 못 된 일인지, 자신의 행동이 남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당시 선생님들은 지금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제게 말씀해주셨던 거 같아요. 그래서 잘 듣지 않을 이유가 없었어요. '친구 괴롭히지 마라, 거짓말하지 마라, 남의 물건 가져가지 마라' 같은 말을 따르지 않는 게 이상하잖아요?
여담이지만 학교에 들어가고 아이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화풀이 수단으로 여기는 사람들을 만나고 나서는 과민성 대장염을 얻고 선생님이라도 사람을 고르게 되었지만요.
자신만이 우선이었던 세상에서 유별이란?
이번에 할 이야기는 다름이 아니라 어릴 적 좋은 선생님들께서 말씀하시던 생활에서 지켜야 할 작은 덕목들이 조금만 세상 밖으로 나오면 뻣뻣하고 융통성 없는 사람이 되는 덕목으로 변한다는 거예요. 제가 어릴 적에는 지금보다도 더 도덕 같은 게 없는 세상이었어요. 무단 횡단은 당연하고 밤에 음주운전은 필수요, 술 먹지 않아도 대낮에 역주행하는 운전자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어요.
교통 법규는 물론이고 아이들이 어른들과 부딪치면 미안하다는 말은커녕 험한 말을 들으며 혼나기 일쑤였지요. 길거리에서 다 먹은 빈 음료수 캔을 손으로 들어 다니는 사람은 바보 취급당했어요. 길 구석 어딘가에 버리는 게 당연했어요. 과거 스포츠 경기장은 술 취한 어른들의 욕과 주먹이 날아드는 광란의 장소였답니다. 어리신 분들은 외국 같다고요? 아니요. 제가 자란 한국 맞아요.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아'라고 생각했던 이유였지요.
현재, 제가 그 나이가 되어 생각해보니 그때 어른들은 정말 전투적으로 살았던 거 같아요. 눈 뜨고 코 베이는 세상에서 가진 거라고는 몸 하나로 거칠게 살아와서 그랬던 거 같아요. 그래도 그때 어른들은 여전히 싫어요. 아무튼 그런 세상에 있다 보니 전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소리만 하는 아이였어요. 무단 횡단하기 싫어 돌아가면 '너만 유별나게 구니'라고 어른들에게 들으며 자랐지요. 그렇지만 등교할 때마다 선생님 말씀 잘 들으라고 하시고는 횡단보도로 빙빙 돌아가면 융통성 없는 유별난 사람이라니? 어린 저는 얼마나 혼란스러웠겠어요?
사춘기가 시작되고 정글 같은 학교 생활에 들어가니 무단횡단도 하고 거짓말도 해봤지만 그럴 때마다 경찰이 잡아 더 늦어지거나 작은 거짓말 때문에 또 거짓말을 하게 되고 나중에는 선생님께 혼나고는 좋을 거 하나 없어 오히려 불편하다는 걸 알았어요. 그리고 자신에게 늘 당당한 모습이 좋았던 저에게 당당하지 못한 행동으로 부끄러웠고 다른 이에게 당당하지 못했던 게 정말 싫었어요. 그렇게 정글 같은 학교가 끝나니 다시 원래의 저로 돌아가기 시작했어요. 감옥 같은 곳에서 벗어나서 그럴까요, 아님 이제 제 뜻대로 살아도 혼내거나 간섭하는 이가 없어서 그런 걸까요. 저는 어른들이 말하던 뻣뻣하고 융통성 없는 사람으로 돌아갔어요.
어느덧 사람들이 그런 저를 조금 무서워했지만 신뢰해줬어요. 제가 하는 말과 행동을 늘 믿어줬어요. 하지만 아직도 어른들에게는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아이예요. 그래도 유별나게 군다는 말은 거의 들어보지 못한 거 같아요. 그 이유는 제가 유별나게 굴었던 것들이 조금씩 당연한 것으로 바뀌어 갔기 때문인 거 같아요. 이제 쓰레기를 길에 버리고 다니는 사람보다 들고 다니는 사람이 더 많지요.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쓰레기를 길에 버리고 가는 것을 부끄러운 행동이라는 것을 압니다. 그리고 역주행하는 차도 없고, 보행자에게 먼저 양보하는 운전자가, 아이들에게 먼저 사과할 줄 아는 어른들이 많아졌어요. 또, 경기장은 주변을 배려하면서 즐길 줄 아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저는 이 모든 것이 과거 어른들이 말하던 유별나게 굴어서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나만 좋은 것이 아니라 남도 좋고 나도 좋은 것을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얻었다고 생각해요.
코로나가 있는 세상에서 유별이란?
오늘 이 쓸모없이 길기만 한 이야기를 전하게 된 것은 코로나 상황에 방역조치에 따르는 식당에 유별나게 군다는 말을 하는 사람과 먹던 음식을 간장통에 넣는 사람 그리고 칭찬은커녕 오히려 장사를 못하게 하겠다는 공무원이 있다는 여러 기사를 봤어요. 식당이 정말 유별나게 구는 걸까요?
저는 나와 남을 위해 최선을 다 한 것이라 생각해요. 그리고 어려운 상황에서 방역까지 하며 장사를 하는데 환자라도 나오게 된다면 장사를 또 쉬어야 하지요. 먹는 사람들이야 한 번 다녀오면 그만이지만요. 대다수 사람들이 다 같이 건강하게 지내기 위해 노력하는 이때에, 저는 그 손님들이 유별 난 걸로 보여요.
물론 너무 융통성 없이 경직된 사회는 오히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지요. 한국인들의 유희는 저도 좋아합니다. 하지만 유희를 넘어 다수와의 약속을 어기며 자신만의 즐거움과 이익만을 추구하는 건 한국인 답지 않다고 생각해요. 외국에는 자신의 자유를 이야기하며 마스크를 쓰지 않고 백신에 대한 저항과 방역에 대한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곳들이 많아요. 그렇지만 이곳은 마스크 쓰는 것이 당연하고 백신을 맞으려고 아이돌 콘서트 티켓팅과 같은 노력을 하고, 자신의 피해를 감수하고도 방역에 따르려는 사람들이 다수예요. 이런 노력이 외국에서는 유별나다고 할 수 있겠지요. 저는 그 사람들이 유별나다고 여기는 것들이 다른 국가보다 안전한 한국으로 만들어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한국인들이, 우리들이 유별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와 남이 같이 즐겁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모든 것들을 남 탓으로만 여기며 남이 해결해주기만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미미하더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걸로 보여요.
여러분은 유별난 것이 아니라 남에게서 주어진 어려움을 이겨내려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것에서 끝이 아니라 나와 남이 합쳐진 우리가 같이 행복하게 지내려고 노력하는 멋진 사람들입니다. 여러분의 행동은 존경받을 만한 가치가 있어요.
앞부분의 제 이야기는 '남들도 하니까, 하라고 해서, 위에서 시키니까' 글 이후에 전하려고 했지만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이고 옛이야기라 부끄러워서 하드 속에 넣어두고만 있었어요. 사실, 앞부분 이야기를 광주 민주화 운동과 위안부 할머니에 조금 관련된 이야기를 묶어서 전하려고 했지만 무겁기도 하고 억지로 제 이야기를 엮는 거 같아 저장만 해두었어요.
그러다 어느 날 방역 수칙을 지키려다 비난받는 사람들이 많다는 기사를 봤어요. 그리고 유별나게 군다는 말에 유별나게 구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행동이자 당연한 행동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또, 4차 코로나 유행에 따라 식당들은 다시 장사가 어렵게 되어 더 힘들어졌어요. 몰래 장사하는 식당도 있었지만 대다수가 잘 지켜왔기에 확진자가 크게 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런 노력들이 물거품이 되어서 너무 안타까웠어요. 오히려 잘 지켜서 손해본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그래서 나와 남을 위해 최선을 다한 사람이라고, 멋진 사람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그들뿐만 아니라 휴가를 위해 백신을 맞고 기다렸으나 방역을 위해 집에서 에어컨과 휴가를 보내는 사람들에게도요.
정말 곧 끝날 테니 조금만 더 버티라는 말은 전문가 아닌 제가 할 수는 없어요. 그래서 오늘은 노력하고 계신 모든 분들에게 칭찬을 해드리고 싶었어요. 아무것도 아닌 저지만 오늘 저의 칭찬이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또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지면 사람들이 조금은 덜 힘들지 않을까 싶어서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여러분은 '우리' 모두 함께 행복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멋진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