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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왕자 Sep 06. 2021

또 하나의 국제 대회, 패럴림픽

#패럴림픽, #paralympic, #스포츠란?


3년 전, 평창에서


  올림픽이 끝나면 이어서 패럴림픽이 시작됩니다. 3년 전 당시 한국에서 처음으로 동계 올림픽과 패럴림픽이 개최되었지요.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그래도 자국에서 하는 대회라 관심을 가지며 보았고,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패럴림픽은 꼭 봐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많은 기대감을 가지고 기다렸지요. 그러나 늘 그랬듯 중계를 해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처음으로 청와대 청원 사이트를 찾았어요. 매번 관심을 가져달라고 방송국에서 떠들 뿐이었고, 자국에서 하는 대회조차 실시간 중계를 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너무나 화가 나서 긴 글을 적었습니다. 그렇게 분을 토하고 나니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기분이지 않을까 싶어 청원 사이트에 검색을 해봤어요.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글이 잔뜩 있었어요. 그래서 제 글을 취소하고 가장 참여를 많이 한 글에 동의를 하였지요. 저의 목적은 패럴림픽 중계를 보는 것이니깐요. 다음날 많은 국민들의 노력으로 편성이 확대되어 실시간 중계를 볼 수 있었습니다.  


  동계 패럴림픽이라 종목은 몇 없었지만 감동은 몇 배였습니다. 특히 아이스하키는 엄청난 박진감과 선수들의 열정이 전해져서 가슴에서 올라오는 감정을 누를 수가 없었어요. 그건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도 전해졌고, 많은 응원으로 이례적인 흥행을 보여주었죠. 많은 관중들에게 보답하듯 선수들은 동메달을 얻었습니다. 선수들은 국민들에게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다는 말을 남겼지만 오히려 국민들이 더 감사한 날이었어요. 특별한 대회이지만 평범한 국가 대항전 같았어요. 그래서 더 좋았던 거 같아요.




여전한 방송 중계


  어제 2020 패럴림픽도 마쳤어요. 보통 패럴림픽은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는 대회이죠. 중계를 해주지 않으니깐요. 하지만 평창 때 혼나서 인지, 흥행해서 인지 이번에는 kbs에서 실시간 중계를 해준다고 해서 처음 보는 하계 패럴림픽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중계는 거의 보지 못했어요. 왜냐면 tv 앞에 앉을 시간이 되면 원래의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었어요. 기다리지도 않은 올림픽이라고 보고 싶은 방송은 다 결방을 하더니 반대로 패럴림픽을 보려고 하니 본래의 방송이 나왔어요. 정말 3주 전만 해도 3사 방송국이 똑같은 축구와 야구만 보여줘서 기다리던 배구도 못 봐서 화가 났었는데 이번에는 화보다 어이가 없고 뒤통수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결국 주말 오후 1~2 시간만 보아야 했지요. 그것도 지연 방송이었어요. 실시간인 줄 알았으나 이미 결과가 인터넷에 나와있었지요. 그래서 인터넷에서 찾아 장애인방송 혹은 유튜브에서 알아듣기 힘든 영어 중계를 봐야 했지요. 


  방송국은 자본주의가 제1원칙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어요. 그래도 국민들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는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물론 방송국도 기업이기에 수익을 가장 고려해야 하지요. 대신 공익을 위해 수신료를 더 받아야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공익을 말하려면 인기 종목을 중계하듯 비인기 종목과 패럴림픽도 같은 비중으로 중계해야지요. 아니 적어도 인기 종목이 3사에서 동시 방송을 한다면 그중 하나라도 비인기 종목을 중계해야지요. 모든 방송국이 경쟁하듯 하나만을 방송하지 말고 합의하여 돌아가면서 인기 종목과 비인기 종목을 방송하면 방송국은 망하는가 봅니다.


  과연 한국에 공영 방송은 있을까 싶네요. 하지만 현실은 씁쓸하게도 국민들의 화가 아닌 스스로 중계를 해준다는 사실에, 실시간 중계도 안 해주지만 엄청난 페럴림픽 헤드라인 기사에 만족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정말 막장 드라마 재방송보다 패럴림픽이 시청률이 안 나오나요? 




paralympic

 

  패럴림픽(paralympic)은 그리스어 para, '같이'란 뜻으로 같이 하는 올림픽입니다. 휠체어를 타고 하는 종목이 많은 편인데 이는 패럴림픽이 paraplegia, 하반신 마비에서 나온 단어로 하반신 마비 선수들이 참가하는 대회였기 때문이죠. 그 후에 다양한 장애 선수들이 참가하여 의미가 바뀐 것입니다. 과거에는 올림픽과 같이 열리지 않고 따로 개최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88 서울 올림픽부터 지금과 같이 올림픽 뒤에 같은 장소에서 열렸다고 해요. 패럴림픽 엠블럼도 이때 만들어진 것을 사용해왔어요. 그래서 오륜기 대신 우리에게 친숙한 다섯 개의 반쪽 태극마크가 있었지요. 그대로 사용되다 조금씩 변형되어 세 개의 휘어진 v형태인 지금의 형태 '아지토스'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최초의 장애인 여성 의사인 황연대 교수님의 기부로 만들어진 '황연대 성취상'있어요. 폐막식 때 수상하는 MVP와 같은 상이지요.(2020 패럴림픽부터 폐지) 여러모로 꽤 한국과 연결점이 있는 듯합니다.


  패럴림픽에는 올림픽보다 세부종목이 많습니다. 장애정도와 종류에 따라 경쟁하기 때문이지요. 육상 경기를 보다 보면 T숫자, F숫자를 보았을 겁니다. T는 트랙, F는 필드, 숫자는 장애의 종류와 정도를 나눈 것입니다. 수영의 경우는 SB는 평영, S는 자유형, 접영, 배영, SM은 개인혼영, 역시 숫자는 장애의 종류와 정도를 구분합니다. 나머지 종목도 기준을 나누어 경기를 치르고 있지요. 대부분 크게 시각, 지적, 휠체어, 신체 결여로 나누어져 있어요.


  이번에는 유니버설 릴레이라는 새로운 육상 종목이 있었어요. 각자 다른 4명이 100m씩 달리는 경기입니다. 시각장애 1 주자, 절단 장애 2 주자, 뇌성 마비 3 주자, 휠체어 4 주자로 성별도 구분하지 않아요. 뭔가 하나가 되는 올림픽 같다는 생각에 좋은 의미라고 생각했지만 의미뿐 아니라 재미도 있었어요. 마치 4 종목의 육상을 종합한 것처럼, 트라이애슬론을 나누어서 경기한 것처럼 흥미로웠어요.




모든 것이 가능하다


  종목을 세세하게 나눈 이유는 최대한 동등한 조건에서 경기를 하기 위해서이지요. 다수 선수들이 신체 부위 중 결여된 부분이 있기에 기계의 힘을 빌리기도 합니다. 하반신 마비 선수가 많다 보니 휠체어와 의족이 그들의 다리가 되어 주지요. 시각 장애인들의 축구에는 소리로 공의 위치를 파악합니다. 또한 가이드의 도움도 받지요. 시대가 많이 지났고 문명이 많이 발전했기에 많은 도움을 받을 줄 알았지만 종목들의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신체 그대로 하는 경기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양팔 없이도 수영을 하고, 탁구를 하고, 한 발로 높이 뛰기를 하고, 보이지 않아도 공을 주고받고, 두려움이 없는 듯 최대 속도로 달립니다.


  많은 경기들을 보지 못 했지만 개인적으로 구기 종목보다는 기록경기가 재밌었습니다. 경기중에는 장애가 있다고 느끼기보다는 다른 종목이라 여겨졌어요. 사이클 같은 휠체어 경기로 보였고, 외발 높이 뛰기로 보였고, 2인 3각 경기로 보였습니다. 수영 같은 경우는 물속에 신체의 반이 있기에 장애인 경기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출발을 다르게 하거나 마지막을 손 대신 머리로 짚는다는 차이뿐이었죠. 물속에서는 비장애인과 같았습니다. 다른 이와의 대결보다 자신과의 승부에 집중하는 모습이 열정적으로 보였고 나아가는 인간으로 보였습니다. 그래서 기록경기가 더 재밌었습니다. 그리고 나름대로, 자신의 방법으로 할 수 있을 거라 생각은 했지만 무리가, 한계가 있을 거라 저 자신에게 임계점을 그어 놓았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들이 그 한계를 넘어섰어요. 그보다 그런 건 애초에 없다는 것을 증명했어요. 그들의 한계는 남들이 정한 것일 뿐 자신은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어리석은 저에게 보여줬어요.




올림픽 정신


  많은 종목들을 미디어를 통해 알았지만 시각 장애인의 달리기는 또 다른 의미와 재미가 있었어요. 앞이 보이지 않기에 걷는 것조차 어려운 일을 그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다해 전력 질주해요. 물론 경기장에 장애물이 없다는 걸 알지만 보이지 않는다는 건 아주 큰 두려움이에요. 조금이라도 잘 못 딛거나 몸의 방향이 조금만 쏠려도 옆의 선수와 부딪쳐 큰 사고가 나겠지요. 하지만 그들은 달립니다. 그러한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그들은 많은 날들을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렸을 겁니다. 마치 앞이 보이는 듯이요.


  물론 그들의 옆에는 가이드 러너가 있어요. 그들의 눈이지요. 선수와 가이드 러너는 줄로 연결된 팔찌를 끼고 함께 달립니다. 서로 왼손과 오른손에 줄을 연결하기에 반대 손과 다리가 움직이며 한 몸처럼 뛰어야 합니다. 그들은 그것이 자연스럽다는 듯이 빠르게 뜁니다. 100M 10초, 11초. 그 짧은 경기가 끝난 뒤, 선수와 가이드 러너는 자유를 만끽한 듯한 표정으로 웃으며 서로를 축하합니다. 또한 다른 선수들과 가이드러너와도 그 감정을 나누지요. 함께한 이들과 같이 자신의 목표를 뛰어넘고 그 기쁨을 모든 사람들과 나누며,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줍니다. 그리고 그런 경기를 본 관중은 국기와 정치에 상관없이 선수들을 응원하고 같이 즐거워합니다. 이것이 올림픽 아닐까요? 스포츠가 존재하는 이유가 아닐까요?




  평창에서 너무나 재미나게 봤기에 경기를 기대하고 있었고, 글도 쓸려고 했어요. 그러나 중계도 마음에 들지 않을 뿐 아니라 글 쓰는 것도 조심스러웠어요. 나도 그들을 장애인이라 다르게 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또한 뻔한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시간을 더 드려서 다시 생각해보았어요. 결론은 가장 원천으로 돌아가 재미를 찾아봤어요. 스포츠는 재미가 있기에 하고, 보고, 즐기는 거니깐요. 그러니 평범하게 4년마다 볼 수 있는 생소한 종목을, 비인기 종목을 접하는 느낌으로 다가왔어요. 역시나 보다 보니, 조금씩 알게 되니 재미가 있었어요. 물론 육상은 보기만 해도 재밌었어요. 그러니 고민 해결되었죠. 왜냐면 재밌는 건 또 보고, 또 하고, 또 이야기하고 싶으니깐요.


  그런데 올림픽과 딱 하나 다른 게 있어요. 국가에 상관없이 선수를 응원하게 돼요. 아니 국기가 눈에 들어오지 않아요. 선수들 간의 승부에 혹은 자신과의 승부에 온전히 집중한 선수 그 자체만 보여요. 그래서 올림픽보다 좋은 기록도 나올 수 있는 거 같아요. 자신의 일과 목표에 집중하고 노력하는 이는 다른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때문이겠죠. 많은 경기를 보지 못했지만 정말 재밌고 감동적이었어요. 모든 선수들 최고였어요!


  혹시 못 보신 분들을 위해 유튜브 하이라이트 몇 개를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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