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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린왕자 Sep 13. 2021

이상기후와 지구의 경고

#이상 기후, #지구 온난화, #탄소 중립, #2 °C


두 번째 장마


  추석이 다가오고 있지만 가을이 아니라 장마입니다. 이미 여름 장마는 지났지만 두 번째 장마가 왔어요. 제 기억으로는 가을장마는 있어도 두 번째 장마가 있었던 적은 없는 거 같아요. 그리고 애초에 첫 번째 장마는 일주일 정도로 엄청 짧았지요. '그래서 그럴 거다'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기상청에서 인정하지 않는 장마가 있었어요. 제가 느끼기에는 그전에 약 한 달 동안 비와 흐린 날이 반복되었어요. 맑은 날이 더 드물었어요. 기상청에서는 장마가 아니었다고 하니 장마가 아닐 수도 있겠지만 이래저래 장마가 두 번 한건 맞는 거 같아요.


  약 10년 전만 해도 이러다 동남아처럼 아열대 기후로 변해서 건기와 우기가 반복되고 스콜같이 비가 내리는 기후로 바뀔 거라고 예상했는데 그 예상과 조금 다른 거 같아요. 우기지만 한 달 동안 쨍쨍한 여름이 있는 우기랄까요? 겪어보지 못한 날씨가 된거 같아요. 하여튼 해외의 엄청난 이상 기후에 대한 보도가 줄을 잇지만 사람들은 크게 느끼지 않는 거 같아요. 저도 마찬가지였지만 한해에 두 번 장마는 제 마음속에서 경각심을 만들어 주었어요.



이상 기후


  전 세계에서 신기함을 넘어 무서울 정도의 이상기후들을 보여주고 있어요. 미국, 그리스, 이탈리아, 터키에서 폭염과 대규모 산불, 서유럽의 계속되는 여름 폭염,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폭설, 브라질의 영하권과 눈, 안데스 산맥의 가뭄으로 빙하 감소, 러시아의 이상 고온, 남극 온도 20°C, 북극 빙하 감소 가속화. 


  심지어 발전한 대도시들도 피해 가지 못했어요. 런던의 폭우로 템즈강 역류와 홍수, 독일 라인란트팔츠 주에서 홍수, 미국 최대의 도시 뉴욕에서의 홍수. 올해만 해도 전 세계에서 많은 이상 기후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요. 과거에는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녹는다는 뉴스만 주로 나왔기에 체감하기 어려운 이야기들이었죠. 하지만 이제 태평양 섬 국가나 베네치아와 같은 지대가 낮은 곳만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유럽의 가장 선진국이며 준비에 철저하다는 독일과 세계 경제 수도라는 뉴욕조차 이상 기후로 물에 잠기는 때가 왔습니다.




지구 온도 상승


  이상 기후의 원인은 지구 온도 상승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이상 고온이 더 많이 발생하고 고온으로 산불이 발생하고 다시 온도 상승을 일으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어요. 또한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고, 그에따라 증발량도 늘어나기에 강수량이 증가하고 폭우와 홍수가 잦아지고 있습니다. 빙하 감소는 그것이 끝이 아니라 태양열 반사도 줄어들게 되어 지구 온도가 상승하는 악순환이 이어지지요.


  그리고 바람도 바뀌고 있어요. 대기의 순환 패턴이 변한다는 것은 지구 공전에 따라 매해 일정하게 변하던 날씨가 우리가 겪어 보지 못하던 날씨로 바뀐다는 것입니다. 뉴스에서 제트기류 변화에 따른 폭염과 한파를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제트기류란 특정한 위도에서 따뜻한 공기와 찬 공기가 만나 동쪽으로 계속해서 부는 강한 바람이지요. 이 강한 바람을 따라 북쪽에서 내려오던 찬 공기가 흐르기에 남쪽으로 더 이상 내려오지 못하는 커튼 효과를 발생시킵니다. 하지만 지구의 온도 상승으로 고위도와 중위도의 온도 차이가 줄어 제트 기류는 약해져 커튼 효과가 약화되었어요. 그로 인해 북극 쪽의 찬 공기가 내려와 흐리지 않고 정체하여 겨울에는 '오늘은 시베리아보다 춥습니다, 오늘은 남극보다 춥습니다'라는 뉴스를, 여름에는 '오늘도 장맛비가 내립니다'라는 뉴스를 듣게 되는 것이죠.


 


식량 문제


  이러한 이상기후의 피해는 단기간의 기상재해로 끝이 아닙니다. 더 큰 문제는 식량문제이지요. 한국에서는 사과 같은 온대 과일은 북쪽으로 보내고 망고 같은 아열대 과일을 얻으면 된다고 하지만 농업은 일정한 날씨를 가졌을 때 수확량이 확보됩니다. 자주 변하는 온도와 폭염과 한파 같은 극한의 기온, 잦아진 태풍과 폭우, 가뭄은 수확량 확보를 어렵게 합니다. 그로 인해 식량은 줄어들고 그로 인해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농업혁명에서 봤듯이 먹는 것은 삶의 근간이며 문명의 출발이지요. 이것이 무너진다면 '밥상 물가 또 상승'이라는 뉴스를 매일같이 보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무엇보다 큰 문제입니다.




이산화탄소 증가


  이 모든 원인인 지구 온도 상승은 태양으로부터 전해진 복사열이 다시 지구 밖으로 빠져나가야 하지만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증가로 인해 온실효과를 일으켜 복사열이 지구 안에 갇히는 때문이죠. 즉 이 모든 원인은 지구 내 이산화탄소(온실 가스)의 증가입니다. 지구 상의 이산화탄소 배출은 유기물 분해와 산업활동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현재 산업화 이후 1.2°C가 상승하였죠.


  에어컨의 설정온도가 24°C, 25°C, 26°C만 해도 체감이 달라지죠. 그리고 정상체온인 36.5°C에서 1.5°C가 오른 38°C만 되어도 고통스럽습니다. 지구 온도 1.5°C 상승은 생명체 생존에 크나큰 위협입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 중립을 목표하고 있습니다. 탄소 중립(carbon neutrality)이란 탄소 제로(carbon zero), 넷 제로(net-zero)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배출된 탄소도 포집하여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한다는 뜻입니다.




과거로부터 노력
 

  하지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과거에도 있어왔습니다. 학생 때, 시험 문제에 한 번쯤은 등장하던 교토 의정서를 기억하시는지요? 지구 온난화의 원인인 온실가스의 배출을 1990년 수준보다 5.2% 줄인다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비관세 장벽을 허용한다는 제약도 있었지만 2001년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인 미국이 탈퇴함에 따라 효력이 약해졌지요. 하지만 비준된 협약으로 작년에 만료되었지만 원하는 결과는 얻을 수 없었습니다. 2021년에는 파리 협약으로 대체되어 앞서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국가의 자율과 약속뿐 아니라 구체적인 재원, 기술이전 등 국가 간의 적극적인 교류를 통해 함께 '산업화 이후 2°C 상승을 막겠다'는 목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 협약도 탈퇴하였으나 바이든 대통령이 재가입을 하여 195개국이 참여하고 있지요.



우리의 과거에는?


  저의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 봅시다. 교토의정서를 배우긴 했지만 한국은 개도국으로 1차 의무대상국이 아니었어요. 개도국이라고 했지만 탄소 배출량은 상당히 많았지요. 증가 속도를 따르면 이내 한국도 반드시 대상국이 되는 수순이었습니다. 그래서 미래에 대한 준비로 어릴 적만 해도 환경보호와 지구온난화를 홍보하고 교육을 많이 했지요.  


  그 후, 더 시간이 지날수록 예상보다 탄소 배출량은 점점 더 늘어났고 1990년에서 2005년 사이 2배가 증가하였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지구 온난화는 '간빙기와 빙하기를 반복하는 과정 중의 결과'라는 말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의 교토의정서 탈퇴가 영향을 미쳤던 것이겠죠. 물론 지구온난화를 막아야 된다는 캠페인과 북극곰의 터전을 지켜야 한다는 공익광고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두 의견이 팽팽해지기 시작했지요. 탄소 배출을 줄인다는 것은 기업의 부담이 늘어나 이익이 줄어든다는 것과 같습니다. 당시 한국의 기술은 부족했고, 기업들은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여론은 과거와 달리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쪽으로 치우쳐지기 시작했지요. 그렇게 환경문제는 '그린피스와 같은 환경단체 활동과 북극곰 돕기' 정도의 인식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습니다.




Green Chemistry (녹색 화학)


  그러다 대학원생 때 화학 학회를 다니다 유럽에는 green chemistry (녹색 화학)가 유행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한 분야가 있다는 것도 놀라웠죠. 그리고 생각보다 오래 연구되었고, 산업분야 깊숙이 들어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잠깐 설명하자면  green chemistry란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이 탄소 감소에만 국한되지 않아요. 인류와 산업의 이익에만 고려하였던 것에 환경까지 포함한다는 것이 발전하여 궁극적으로는 피해가 없는 화학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유해 물질 금지와 제거로 시작하였지만 인간은 자연과 완전히 떨어져 살 수는 없기에 환경으로 확대되어 갔습니다. 그렇게 무해한 물질을 사용하고, 폐기물 발생 자체를 없애고,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고, 재생 가능한 물질을 사용, 개발이 목표가 되었습니다. 여기에 에너지 소모를 줄이고 폐기물 발생을 없애는 일은 탄소 배출량 감소와 같은 맥락이지요. 그 기술력은 발전하고 환경 변화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늘어남에 따라 화석 에너지 사용보다 효율적이게 되었습니다. 경제적으로도 이득이 되었다는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한국은 물론 많은 나라들이 환경뿐 아니라 경제적인 목적으로도 따르게 되었습니다.




한국은 이제 출발

 

  한국에서는 2050 탄소 중립 선언을 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이제는 경제 규모 top 10안에 드는 선진국이 되었고 파리 협약을 비준하였습니다. 그뿐 아니라 이제 한국에도 직접적으로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죠. 큰 틀에서는 화석 에너지 대신 자연 에너지(재생 에너지)로 대체하고 수소 에너지와 전기 에너지 비축을 위한 전지 사업, 저탄소 업종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아직 출발점에 불과하지만 가장 큰 원인인 화석 에너지를 대체하는 것은 효과를 볼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지구가 아니라 우리를 위해


  앞선 내용을 보았듯이 지구 온도 상승은 인간이 자초한 것입니다. 그래서 피해는 지구가 아니라 인간이 받습니다. 이때까지 지구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행동했지만 인간에 비해 지구는 지금 당장 큰 문제는 아닙니다. 그때 기사처럼 간빙기와 빙하기가 반복되는 것이 앞당겨졌을 뿐이죠. 빙하기가 오고 적응하지 못한 인간이 지구에서 없어진다면 탄소 배출은 다시 줄어들 것이며 지구는 본래의 상태를 되찾겠지요. 시간이 걸릴 테지만 45억살인 지구에게 긴 시간은 아니지요.


  최근에는 녹은 빙하가 '지구 온도 상승을 막는다'는 연구가 있었습니다. 그럼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전처럼 다시 관심을 놓아도 될까요? 냉동고의 온도가 높아져 얼음이 녹는다고 냉동고 온도가 0도로 유지되나요? 냉동고의 얼음이 결국 다 녹듯 빙하는 다 녹을 것이고 온도 상승은 더 가속화되어 인간은 더 힘들게 적응하여야 할 겁니다. 힘든 정도가 아니라 생존 여부 수준이 되겠죠.


  이때까지 지구가 인간에게 그러지말라고 화를 내며 벌을 주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 연구로 무서운 벌이 아니라 따끔한 경고 같아요. 그리고 상냥하게도 인간이 적응하기 위해 온도 상승을 조금 늦쳐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러니 한번 놓친 기회를 다시 잡아야 합니다.




지금의 우리는?


  탄소 배출의 원인이 유기물 분해와 산업화이기에 한 개인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전기와 플라스틱 같은 화석 원료를 사용한 소비재와 축산물 소비를 줄이거나 간접적으로는 탄소 중립을 지지하며 저탄소 제품 및 재활용 제품 사용을 우선시하는 정도일 겁니다. 하지만 한 개인이 아니라 단체, 국가, 세계의 7,800,000,000(78억) 사람들이 한다면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요?   


  물론 자본주의 세상에서 당장 소비를 줄이는 것은 어렵고, 위험해요. 시중에 저탄소 제품과 재활용 제품은 너무 비싸며, 구하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최근 소비자의 힘을 보여준 예가 몇 번이나 있습니다. 소비자가 원한다면 기업은 생산할 것이며, 경쟁을 위해 생산기술도 발전하고 가격도 저렴해질 겁니다. 빠르면 빠를수록 소비자가 더 이롭겠죠. 그러니 작은 개인이라고 방관하지 말고 주위와 이야기를 나누며 큰 관심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경제적인 부담도 우리가 결국 안게 될 겁니다. 기후 피해는 정부의 지출이며, 그 충당은 국민입니다. 그리고 식량 부족은 모든 물가를 상승시키지요. 탄소 감소는커녕 탄소 상승률도 감소시키지 못한다면 더 많은 비용이 들것이며 탄소 배출권을 거래하듯이 결국 '탄소세'라는 이름의 세금이 나타날 것입니다.


  이 모든 사실들이 갑자기 너무 큰 문제로 부담스럽고 어렵다면 미루고 미뤘던 문제가 데드라인에 가까워졌다는 경각심을 가지는 것부터 오늘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요?




  많은 사람들이 장마를 싫어하지만 비와 빗소리를 좋아하는 저에게는 특별한 계절이에요. 물론 태풍은 무서워요. 큰 태풍은 주로 장마가 끝나고 한여름이나 여름 끝자락에 주로 오니 장마를 무서워하지는 않아요. 아무튼 저는 장마, 한여름, 태풍, 가을 이런 순으로 시간과 계절감을 느끼며, 다른 계절을 기다리며 지내왔는데 두 번째 장마를 맞으니 아직 태풍과 한여름이 올 거만 같아요. 마치 추석이 다가오는 9~10월이 아니라 아직 6~7 월라는 느낌인 거죠. 그리고 장마란 한 달이기에 좋은 거니깐요. 비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햇살과 노을도 좋아하니깐요.


  이런 이질감에 '이 장마는 언제 끝나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어요. 마치 지구가 '이 탄소는 언제까지 많아지는 거야'생각하듯이요. 그런 생각 중에 저번 주에 동생이 휴대폰 케이스를 바꿨어요. 그래서 이런 환경 이야기를 하면서 동생에게 '휴대폰 케이스는 안 바꿔도 되지 않니?'라고 물었어요. 동생도 알고 느끼고 있었기에 다소 민망해했죠. 저와 동생뿐 아니라 모든 이가 비슷할 거라 생각됩니다. 생활패턴을 바꾸는 건 정말 쉽지 않고 자본주의에서 소비를 급격히 줄이는 것도 위험하지요. 방학 숙제를 미루다 미루다 미뤄 개학날이 다가온 거 같아요. 정말 미리미리 준비했어야 했는데 노는 것이 아니라 살기 바쁘니 여기까지 온 거 같네요. 그런데 이제는 내일을 살기 위해 당장의 숙제가 된 거 같아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얼마 되지 않지만 오늘 글처럼 '경각심을 가지는 것에서 출발하자, 사람들에게 이 문제를 전하자, 사람들 머리 깊숙이 뒤로 밀어 두었던 문제를 앞으로 꺼내보자'라는 의미로 긴 글을 쓰게 됐어요. (화학 글에서 green chemistry에 쓰고 싶다고 했는데 오늘 잠시 이야기하게 되네요. 화학적으로도 쓰고 싶네요.)


  저번 주 긴 사설이라 이번 주는 정말 짧게 하고 싶었는데. 늘 생각이 많은 것이 문제네요. 추석이 다음 주에요. 귀뚜라미 소리와 살랑살랑 부는 시원한 바람과 함께 웃는 가족들과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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