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일이 아무래도 카메라를 소개하고 요목조목 따지는 일이다 보니 카메라 제조사의 제품 발표는 무척 귀 기울여 듣는 편입니다. 행여 중요한 내용을 놓치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며 모든 감각을 집중해 경청합니다.
보통 발표회장에서는 미리 준비한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신제품의 특징과 장점을 중심으로 카메라 소개가 진행됩니다. 제조사별로 뉘앙스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비슷합니다. 자사 브랜드의 점유율 혹은 해당 제품 라인의 점유율 등을 이야기하는 것을 시작으로 해당 제품만의 장점을 이야기하지요.
그런데 간혹 제품 소개를 진행하는 발표자가 카메라에 대한 지식이 모자라거나 해당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경우를 만나게 됩니다. 제품을 홍보할 요량으로 만든 카탈로그 내용이 이해되지 않는 문구로 가득 찬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번역기를 돌린 듯한 단순 번역이 만들어낸 참극이지요.
사람의 일이라는 것이 항상 완벽할 순 없습니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 지, 어떤 제품을 소개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이해한 상태라면 행여 실수를 했다 하더라도 수위는 낮아지겠지요.
그저 팔아야만 하는 물건, 팔면 돈이 되는 물건이라는 생각만 가지고 있을 때 벌어지는 실수가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카메라를 설명함에 있어서 과대광고는 기본이요, 전후 맥락이 무시되기 일쑤죠. 사실 실수라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입니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카메라를 팔아 치워야 하는 단순한 상품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벌어진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소비자는 카메라를 단순한 기계로 생각하며 구매하지 않습니다. 성능이나 기능 및 각종 스펙을 비교해 가서면 꼼꼼하게 카메라를 구매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저 일상을 담기 위해, 가족이나 애인과 함께하는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이는 사람도 많습니다. 어쩌면 단순한 기계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고 카메라를 손에 드는 사람이 대다수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파는 사람의 마음과 사는 사람의 마음이 같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사는 사람의 진짜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파는 사람의 기본자세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