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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tRain Nov 05. 2019

흔한 곳일 수록

더 귀한 '반영사진'

우리가 사진을 찍는 이유 중 하나는, 일반적으로 봤던 것들이 아름답게 보이기 때문. 

물론 촬영자의 성격이나 요구에 따라 더 끔찍한 모습을 사진으로 원하기도 한다.

여튼, 이러니 저러니 해도 사진 결과가 흔하지 않다는 것에 대해 매달린다.

카메라도 뻔하고, 렌즈도 뻔한데 어쩌란 말인가. 


흔하게 돌아다녀서 그렇다?

우리는 더 멋진 사진을 찍기 위해 흔하지 않은 곳을 찾곤 한다. 그럴 때 마다 

'일단 멀리 돌아다니는 게 중요하니 카메라나 렌즈를 새로 지르는 건 그 다음이다' 

라고 생각한다. 흔하게 돌아다니니 사진 결과도 흔하다고 생각하는 것. 물론 그런 생각이 틀린 건 아니다.

그러나, 그 흔한 것들 안에 아름다운 것들은 더 진하게 남아있다. 물론 그냥 걷는 것 처럼 돌아다니면 그 아름다운 곳이 보이지 않는다.

잠깐 멈춰라

멀리 떠나겠다는 욕심으로 집 근처에서 빨리 사라지곤 하는데, 집 밖으로 나올 때 부터 카메라와 렌즈를 손에 들고 찬찬히 걸어보자. 마침 비가 내렸던, 혹은 비가 내리고 있다면 더더욱.

그리고 바닥에 고인 물을 바라보자. 바닥에 있는 고인 물이니 가까이 보게 되지만, 그때 '멀리 본다'는 눈으로 바닥을 보자. 그렇게 봤을 때 반영사진이 나타난다.

물론 물이 흘러간다면 반영을 만나기 힘들다. 그러나 바닥에 물이 고여 있다면 포기하지 말자. 그냥 그 위를 지나가면 아름다운 사진도 지나간다. 



180° 돌리면 진짜가 보인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인생은 180° 돌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서로 주고 받곤 한다. 그런데 그 이야기는 반영 사진에 꼭 필요한 부분이다. 

위의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반영 사진으로 가득차게 찍었을 때 처음 보이는 건 참 별거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수 있다. 그러나, 그 사진을 180도 돌리면 그제야 '아, 이렇게 보이는 구나!' 라는 사진이 나타난다. 

더불어 가까이 있는 것들은 흐려지고 멀리 있는 것은 선명해진다. 우리가 평소에 일반적으로 봤던 것들의 '반대'라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반영과 실제를 반반으로 나눠 찍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만 그 결과는 흔하다는 쪽으로 흘러갈 확률이 높다. 



비 내리기만 기다릴 수는 없잖아




즉흥적이고, 다른 누구도 그곳에서 반영사진 찍기 힘드니 비내린 후가 좋긴 하다. 그러나 비가 언제 내릴지도 모르고 비내린 후가 항상 사진 찍기 좋은 것도 아니다. 일을 해야할 수 있고, 약속이 있을 수도 있다. 사진찍기 라는 게 그렇다. 항상 사진찍고 싶어도 그건 욕심일 뿐이다. 반영사진 찍기도 마찬가지. 

그렇다면, 비가 아니라도 물 고인 곳을 찾아가 보자. 나무나 잎들을 위해 물을 모아놓은 곳이 있으니 포기하지 말자. 서울에선 쉽고 편하게 찾아갈 수 있는 곳이 많다. 

선유도 

난지한강공원

서울숲

서울식물원

이런 곳이 아니라도 물 고인 곳은 많다. 만약 간 곳에 물이 고여 있다면 그냥 지나가지 말자. 물에 비친, 멀리 있는 것들을 가만히 보곤 하자. 그리고 그 비친 것들을 사진으로 찍어보자.  


AF보단 MF로

카메라와 렌즈의 AF 기능은 매우 꼼꼼하다. 평소에는 그 꼼꼼한 AF가 편하지만 반영사진 찍을 땐 원하는 곳에 초점이 맞지 않을 확률이 높다. 물 바로 위에 초점을 맞을 수 있기 때문. 따라서 반영 위주로 사진을 찍을 땐 MF로 찍자. a7 종류로 MF로 찍을 때 초점 맞추는 특정 부분을 확대해서 볼 수 있으니 더 안심할 수 있다.

더불어, 평소에 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던 MF 렌즈들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빨리 움직이는 순간을 재빠르게 사진으로 찍을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불어가는 바람 정도니 MF로 찍는 게 그다지 불편하지도 않다. 또한 올드 렌즈라면 주변에 특유의 살짝 핑글 돌아가는 보케를 만날 수 있다.  

특히 평소에는 잘 만나지 않는 부분의 보케를 볼 수 있다. 초점을 맞출 수 없는 매우 가까운 곳이 어떻게 보케가 되는지 보는 것도 즐거운 부분. 


흔한 곳에 숨어있는 보물을 찾아라

다들 특별한 사진은 멀리 떨어진 곳에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물론, 흔하지 않은 곳으로 갔을 때 그 순간이 즐거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곳을 찾아 떠나가는 게 호락호락하진 않다. 그렇다고 사진 찍기를 포기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반영사진 찍기는 단언컨대 호락호락하다. 그리고 그 결과는 숨겨져있던 보석처럼 아름답다. 

그러니 망설이지 마시라. 그토록 흔한 곳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사람들에게 보여주시라. 

그리고, 내 삶 자체가 단순하지도 않고 지겹지도 않으며 더럽거나 슬프기만 하지도 않다는 걸 느끼시길.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더 말씀 드린다. 반영사진은 180° 돌려야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온다. 그게 바로 삶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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