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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tRain Jul 17. 2021

덥고 습한 여름

여름을 즐기며 쑥쑥 자라는 녀석들

더운 여름이 이어지고 있다.

여름은 ‘본격적인’ 느낌을 강하게 전한다. 인생의 ‘중심’ 같은 느낌도 더해지고. 물론 그런 느낌을 보여주는 것들은 단순하게 사람만이 아니다.

오히려 사람이나 동물들 외에 있는 것들이 인생의 중심에 여름이 있다고 말한다. 나무나 식물은 물론이고 심지어 버섯들 까지도 즐기며, 고생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만 둘러보자. 덥고 습한 여름이 최악은 아니라고, 즐길만하다고 떳떳하게 보여준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비록 짧은 인생이라 하여도

이제 막 자라기 시작한 버섯. 낙성대 공원. SIGMA 28-70mm F2.8 DG DN | Contemporary + SONY a9

버섯은 여름의 중심에 태어난다. 더운 온도는 물론이고 습한 공기까지 더해지면 순식간에 쑥 자라난다. 그런 날은 사람에게 그저 짜증과 스트레스만 더해지는 날이다. 사람은 그저 쉬고만 싶은 날이지만 버섯은 정반대다. 이제야 비로소 내 인생이구나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인지 멈추지 않는다. 사람이 일부러 자라지 않기에 온전히 스스로 노력해서 태어나기도 한다. 그 누구도 나를 건드리지 말라는 그 마음 안에는 독까지 자라고 있다. 이 사진에 찍힌 이 버섯도 독버섯, 광대버섯의 일부다. 저 버섯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그래, 나 건드리진 말고 멋지게 사진 찍어봐..’


   

습한 여름엔 이래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은 버섯들. SIGMA 28-70mm F2.8 DG DN | Contemporary + SONY a9

누군가 일부러 저곳에 심은 것은 아닐 것이고 스스로 폴폴 날아가서 저 땅에서 자랐을 확률이 높다. 더불어 저곳은 큰 나무들이 많아 그늘이 넓은 편이기도 하다. 사진에서 보케가 된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준 덕분에 더 쉽게 자란 것 같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버섯은 식용을 제외하고 인생에서 자주 만날 확률이 낮기도 하고, 누군가 집에서 일부러 버섯을 키우는 경우도 낮다. 그래서 우연히 만난 버섯을 보면 기분이 묘하기도 하다. 그 복잡한 기분은 사람들 마다 각각 다를 것이다. 금방 자라서 순식간에 가라앉는 것이 인생인가 싶기도 하다가 1년만 참으면 금방 다시 쑥 자랄 수 있겠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여하튼 아무 버섯이나 함부로 건드리거나 먹진 말자. 그랬다가는 그대의 꿈 모두가 사라질 수 있으니 조심하자.


여름의 힘이 궁금하다면  

연꽃의 꽃잎 뿐 아니라 암술과 수술도 바라보자. SIGMA 28-70mm F2.8 DG DN | Contemporary + SONY a9

사람들은 가끔 여름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할 수 있다. 만약 그런 생각이 든다면 여름에 활짝 피는 꽃들을 보면 된다.

사실 참 별것 아닌 것 없다고 볼 수 있지만, 그리 생각하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 어떤 꽃도 심심해서 그냥 피는 게 아니다. 지글거리는 여름과 비슷한 모습으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저 암술과 수술을 보라. 저 꽃은 그저 아름다운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저들은 단순하게 쉬고 있는 모습이 아니다. ‘여름의 에너지는 이렇게 받고 삼켜야 하지!’라고 말하는 것 같다.


뜨거운 여름의 습함까지도 이들의 중심. SIGMA 28-70mm F2.8 DG DN | Contemporary + SONY a9

꽃들마다 여름의 힘에 대해 조금씩 다르게 생각하겠지만 연꽃은 그런 듯하다. 만약 새로 생긴 자신의 씨앗이 혹시 엉뚱하게 수백 년 수천 년 동안 마른 땅속에 있다 하더라도 기회만 되면 다시 쑥 자라길 바라는 마음이 들어 있기 때문. 그것은 마치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 ‘언젠가 기회는 온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연꽃을 다시 한번 보시라. 특히 암술과 수술 부분을 바라보면 저들의 마음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말 그대로 꽃의 중심

백합. 꽃잎이 크고 굵게 자라지만 그 중심을도 다시 보자. SIGMA 28-70mm F2.8 DG DN | Contemporary

사람의 눈은 간사롭다. 꽃의 중심은 그저 아름다운 꽃잎이라고 생각한다. 그 꽃잎이 커야 아름답다, 가지고 싶다는 생각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그 꽃들의 심장과 같은 중심은 암술과 수술이다. 우리는 그 사실을 매우 잘 알고 있다. 아름다운 꽃을 만났을 때 그 향기를 느끼기 위해 코가 다가서는 곳만 봐도 그렇다.


해바라기와 꿀벌. SIGMA 28-70mm F2.8 DG DN | Contemporary

크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해바라기를 봐도 그렇다. 저 사진에 보이는 꽃의 중심을 보자. 꿀벌들이 날아와 앉은 곳은 꽃잎이 아니라 암술과 수술 부분이다.

암술과 수술이 만났을 때 그들의 다음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꿀과 향기로 타인을 부르고 있다.  


원추리와 능소화. SIGMA 28-70mm F2.8 DG DN | Contemporary + SONY a9

어떤 꽃은 자신의 암술과 수술을 드러나듯 보여주기도 하고 반대로 살짝 숨기듯 보여주기도 한다. 서로 반대인 듯해도 그들이 바라는 꿈은 거의 똑같다.


중심이건 주변이건 숨어있건 

그늘을 즐기고 있는 양치류들. SIGMA 28-70mm F2.8 DG DN | Contemporary + SONY a9

천년만년 여름이 이어지진 않는다. 선선한 가을이 왔다가 금방 추운 겨울이 이어진다. 그리고 짧은 봄이 지나면 여름이 돌아온다. 그렇게 변하고 다시 돌아오는 것은 인생도 그렇다. 꽃이 폈다가 가라앉고 씨앗이 땅속에 박았다 잎과 줄기, 꽃으로 자라는 것도 날씨의 변환과 닮아있다. 그러나 인생이 그와 똑같이 닮지 않을 수도 있다. 왜 내 인생에는 꽃처럼 아름다운 삶은 나타나지 않는가, 아무리 노력해도 꽃 같은 게 피질 않는다고 고민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양치류를 보시라. 양치류는 그들의 인생에 단 한 번도 꽃이 피지 않는다. 그래도 쑥쑥 자란다. 그 모습은 마치 ‘꽃 따윈 필요 없다’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양치류의 중심은 주변이다.


물 위에 자라는 물수세미. SIGMA 28-70mm F2.8 DG DN | Contemporary + SONY a9

더불어 마치 점처럼 작은 꽃을 품고 있는 녀석도 있다. 사진에 보이는 물수세미가 그렇다. 물 위에서 물을 마시며 자라고 있는데 다 커도 키는 사람의 손가락 길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더불어 그들의 꽃은 잎들보다 짧고 작게 핀다. 저 사진에는 찍히지 않아 보이지 않지만 꽃이 핀다 해도 저들의 몸 위에 뭉쳐있는 물방울 정도로 작다. 물론 그 작은 꽃도 추후에 씨앗을 만들어낸다. 마치 숨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꽃이지만 그 꽃도 다시 또 태어난다.


알 수 없지만

심지어 꽃잎 그대로 떨어지는 능소화. SIGMA 28-70mm F2.8 DG DN | Contemporary + SONY a9

냉정하게 말하면 사람의 인생은 각각 다를 수밖에 없다. 꽃도 종류마다 다르지 않던가. 일반적인 꽃은 꽃잎 그 자체가 쪼그라들거나 꽃잎 하나씩 날아가며 사라진다. 물론 씨앗을 품고 있다. 그러나 반대로 마치 싱싱해 보이는 꽃잎이 통째로 툭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능소화가 그렇다. 싱싱하고 아름다워 보이는 꽃이 그 자체로 그대로 죽어버린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실 그들은 이미 씨앗을 만든 이후의 모습이다. 옆자리에서 새로 꽃이 피는 게 낫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그러니 능소화의 모습에 속지 마시라. 그저 단순하게 세상을 떠난 게 아니다.

사람의 인생은 알 수 없다. 당장 하루 앞도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그러나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는 알 수 있다. 이토록 덥고 힘든 여름에 피고 있는 꽃들과 키를 자라고 있는 나무들을 지켜보자. 그리고 그들의 모습에서 배울만한 게 있는지 생각해보자. 더해서 조금만 더 꼼꼼하게 꽃들을 바라보자. 그들의 속마음을 생각해보시라.




:: 모든 사진은 SIGMA 28-70mm F2.8 DG DN | Contemporary와 SONY a9로 촬영했습니다.

:: 해당 렌즈는 대여하여 사용했으며 카메라는 본인의 카메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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