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cro 렌즈로 벚꽃의 얼굴을 찍어보자
우리는 ‘벚꽃 참 예쁘다’고 말한다. 그런 다음에 벚꽃 옆에 서있는 사람을 함께 찍곤 한다. 아니, 벚꽃들 앞에 서면 일단 그렇게 찍으려 한다. 아름다운 벚꽃과 사람을 함께 찍으면 그 사람도 아름답게 보인다고 생각하기 때문.
그러나 벚꽃이 그리 아름다워 보인다면 일단 벚꽃을 제대로 찍어보는 건 어떨까. 벚꽃은 어떤 얼굴을 가지고 있는지, 그 얼굴을 어떻게 찍는 게 좋을지 생각해보자.
사람들은 그저 멀리에서, 여럿 모여있는 모습만 보며 아름답다고 말한다. 그러나 막상 벚꽃에 가까이 가면 작다는 느낌이 다가온다. 그래서 사람들은 ‘참 많이 모여 피기에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 생각 틀린 건 아니지만 조금 섭섭하다. 벚꽃은 각각 모두 아름답기 때문이다. 함께 모여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각각 모두 아름다운 꽃이다.
만약 나무 하나에 벚꽃이 서너 개만 핀다면 그 인기가 떨어질까? 아니, 오히려 더 인기가 올라갈지도 모른다. 사람은 간사해서 숫자가 적으면 귀하다는 생각이 들것이고 더 비쌀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더 많이 모일 것이다.
사람의 그 간사한 생각을 털고, 벚꽃은 하나조차도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면서 더 가까이 바라보는 건 어떨까?
보통 사람 뿐만 아니라 동물들도 처음 만난 상대가 바짝 다가서면 거리를 두려고 한다. 그러나 나무는, 꽃은 그렇지 않다. 사람이 다가섰다고 다른 곳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 그저 바람이 불었을 때에만 고개를 살랑살랑 흔들 뿐이다.
다만, 사람의 눈은 그 꽃에 아주 가까이 갔을 때 초점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 작은 꽃을 어떻게 바라 보기 좋을까?
조금 불편하더라도 돋보기를 사용하면 꽃들을 가까이, 크게 볼 수 있다.(아, 물론 40대 이상 나이든 사람일수록 더 가까이 보기 힘들어진다.)
그저 가까이 바라보기엔 돋보기만 있으면 되지만 사진으로 찍고 싶다면? 물론 폰 자체만으로는 불가능하고 카메라로 찍는다 해도 Macro렌즈 없이는 불가능하다.
벚꽃의 얼굴에는 어떤 마음이 담겨있을까. 가까이 봤을 때, 가까이 찍은 후에야 비로소 조금 알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여럿이 함께 모여 있는 모습에서 함께 즐기는 느낌을 만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제각각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고 따라서 제각각 조금씩 다른 얼굴을 보여줄 것이다.
어떤 사람을 잊지 않기 위해,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또 보기 위해 사진을 찍곤 한다. 꽃들에 대해서도 그렇게 생각하는 건 어떨까? 물론 저 벚나무들 보다 사람이 조금 더 먼저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죽어 사라지기 전에 꼭 찍어보자. 본인이 찍은 사진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더불어 저 벚꽃은 순식간에 바닥에 떨어지며 사라진다. 그러니 벚꽃 사진 찍기도 멈추지 마시라.
우리는 자신의 굳은 듯한 얼굴로, 정면으로 찍은 사진을 아름답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주민등록증에 끼워진 얼굴 사진이 그렇다는 말이다.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아야만 했던 그 순간이 즐거웠던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일반적인 방식으로 찍었을 때에는 벚꽃 여러 개를 함께 찍게 된다. 그러나 Macro 렌즈라면 꽃 하나를 제개로 찍을 수 있다. 따라서 그 꽃 하나를 위해 더 신경써서 찍어보자. 참고로 꽃의 수술과 암술을 옆모습으로 찍었을 때 조금 더 자연스럽게 찍을 수 있다. 사람의 눈, 코, 잎이 살짝 옆모습으로 찍는 것처럼 말이다.
벚꽃은 작다. 그렇기에 여럿이 모여있다. 마치 ‘누가 더 예쁜지 물어보자’처럼 보이기도 하고 ‘우리 같이 힘 내보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보통 나무들은 자신의 꽃을 땅에 가까운 곳에 펼치지 않는다. 벚꽃도 그렇다. 따라서 벚꽃을 아주 가까이 찍기는 쉽지 않다.
아주 가까이 찍기 힘들다고 벚꽃 찍기를 멈출 순 없다. 망원렌즈라면 조금 거리를 둬도 꽃들을 살짝 크게 찍을 수 있다. 압축하듯 집중하는 모습으로 꽃들을 찍어보자. 그렇게 찍은 꽃들은 모여있는 친구들처럼 보일 것이다.
결국 망원이면서 접사 역할을 하는 렌즈가 필요하게 된다.
봄이 왔기에 벚꽃 사진을 찍고 싶었다. 흔하지 않은, 오래오래 남겨두고픈 사진. 벚꽃이 중심인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은 접사 렌즈쪽으로 기울었다.
급한 마음으로 빌린 렌즈가 바로 SIGMA 105mm F2.8 DG DN MACRO | Art 다. 이 렌즈의 장점이 뭐고 단점이 뭐다 라고 말할 필요가 없었다. 벚꽃을 크게 찍기 좋았고 빛을 정면으로 찍어도 플레어 문제도 거의 없었다.
활짝 핀 벚꽃은 꼭 떨어진다. 물론 1년 후에 다시 핀다. 벚나무가 사라지지 않는 한 꼭 다시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조금 꼼꼼하게 말하자면 하늘의 맑은 정도, 바람 부는 정도는 매일 다르다. 그에 따른 나무와 꽃의 모습도 매일 다르다. 그러하기에 사진이 필요하다. 사진 그 자체는 변하지 않고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EastRain. 2022.04.06
:: 모든 사진은 본인이 직접 촬영한 결과입니다.
:: SIGMA 105mm F2.8 DG DN MACRO | Art와 SONY a9으로 촬영한 결과입니다. 카메라는 본인 소유이며 렌즈는 대여했습니다.
:: 본 원고는 제품과 원고료를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