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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tRain Oct 20. 2015

고화소를 위한 단 하나의 표준 렌즈

SIGMA ⓐ 50mm F1.4 DG HSM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2015년 초 캐논은 5060만 화소 DSLR EOS 5Ds를 전격 발표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고사양이지만 언젠가는 발표될 스펙이었다. 디지털 카메라 기술은 사용자가 생각하는  것보다 먼저 나아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의 발전 속도만큼 광학기술이 따라가지 못하다는 것이 문제다. EOS 5Ds 발표 이후 많은 사용자의 우려는 교환 렌즈가 5060만 화소를 커버할 수 있느냐 였다. 이와 관련된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와중에 뭐가 문제냐는 듯 자신만만한 브랜드가 있었다. 바로 시그마다. 


최신 기술이 집약된 50mm F1.4

디지털 기술에 비해 광학기술은 물리적인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디지털 센서는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같은 크기에 더 많은 화소를 집적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렌즈는 다르다. F값을 밝게 만들기 위해서는 렌즈가 커질 수밖에 없고 더 좋은 화질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고급 초재를 사용해야만 한다. 크고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고 물리적 제약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디지털 센서는 매우 짧은 신제품 사이클을 가지고 있고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화소가 높아지고 고감도 성능이 좋아지고 있다. 그에 반해 렌즈는 후속기 발표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5Ds의 등장으로 사진가는 더 큰 인화물을 기대할 수 있고 크롭이나 트리밍의 자유도도 높아졌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반쪽짜리 생각에 불과하다. 5060만 화소를 커버하는 고해상 렌즈를 마운트 했을 경우에 해당되는 이야기기 때문이다. 

당장 많은 사진가들이 애용하는 50mm 단렌즈를 살펴보자. 현재 캐논에서 판매하고 있는 EF50mm f/1.4 USM은 1993년에 발표된 렌즈다. 필름 시대에 개발됐고 벌써 20년이 넘은 렌즈다. 광학 구조상 단렌즈의 화질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고화소 센서를 커버할 수 있느냐는 조금 다른 문제다. 과거 기준으로는 차고 넘칠지 몰라도 최신 기준으로는 기대에 못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렌즈는 최신 DSLR에서 최대 개방 촬영 시 기대에 못 미치는 화질을 확인할 수 있다. 5060만 화소 EOS 5Ds에 사용하기에는 확실히 무리가 있다. 

그렇다면 EOS 5Ds 마운트 했을 때 가장 우수한 화질을 기대할 수 있는 50mm 렌즈는 무엇일까? 사실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렌즈는 그리 많지 않다. 캐논의 EF 50mm f/1.8 STM이 최근에 리뉴얼 된 렌즈라고는 하지만 포지션 자체가 저가 보급형에 속하고 광학 설계 자체는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따라서 EOS 5Ds와 같은 고화소 카메라에 적합하지 않다. 캐논 표준 단렌즈 중 가장 상위에 있는 EF50mm f/1.2L USM의 경우에는 고가라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 

서드파티 브랜드로 눈을 돌려보면 선택의 폭이 더욱 좁아진다. AF를 지원하는 50mm 단렌즈를 제작하는 곳은 시그마 밖에 없기 때문. 그러나 놀랍게도 시그마의 대표 표준 렌즈인 ⓐ 50mm F1.4 DG HSM(이하 ⓐ 50mm F1.4)은 지금까지 거론한 렌즈 중 가장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여준다.

 ⓐ 50mm F1.4는 시그마의 글로벌 비전 발표 이후 탄생한 시그마의 야심작 중 하나다. 2014년에 발매된 이 렌즈는 자이스의 Otus 1.4/55와 더불어 최고의 표준렌즈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시그마는 약 4600만 화소급 포베온 센서를 장착한 DP 콰트로 시리즈를 생산하고 있다. 그리고 글로벌 비전 발표 이후 포베온 센서를 이용한 ‘A1’ 시스템을 기준으로 자사 생산 렌즈 해상력을 테스트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실을 토대로 유추해 보면 ⓐ 50mm F1.4는 아무리 짜게 점수를 줘도 4600만 화소를 충족하는 렌즈라고 봐도 무방하다. 


마음껏 트리밍 하고 싶다면

EOS 5Ds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결과물을 마음껏 잘라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가로로 촬영한 원본 사진을 반으로 접어 세로 사진으로 만들어도 2500만 화소가 넘어간다. 그 정도만 돼도 최근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카메라의 화소수를 살짝 웃돈다. 반을 잘라서 버려도 인쇄용으로 사용하기에 차고 넘치는 것. 웹용으로 사용할 요량이라면 그보다 훨씬 많은 부분을 잘라내도 된다. 

그러나 문제는 사진의 어느 부분이건 간에 마음 놓고 잘라낼 수 있느냐다. 아무리 5000만 화소를 넘기는 원본 사진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중앙부만 선명하다면 사진가의 의도대로 다양한 트리밍을 실행하기 힘들다. 일반적으로 주변부 화질을 잡아내는 것은 전적으로 렌즈의 몫이다. 좋은 렌즈인가 아닌가를 따지는 척도 중에 하나가 바로 주변부 화질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 50mm F1.4는 얼마든지 안심하고 사진을 잘라 써도 좋다.

EOS 5Ds로 촬영한 원본 사진. 비둘기가 우측에 위치해 원래라면 A컷이 되지 못하는 사진이다.
원하는 부분만 트리밍해서 사진을 살렸다. 모바일 화면에서는 터치 후 확대해서 볼 수 있다.

ⓐ 50mm F1.4는 조리개 최대 개방에서도 극주변부 화질이 매우 뛰어나다. 상황에 따라 약간의 색수차가 보이기는 하지만 피사체의 디테일만큼은 놓치지 않고 최대한 끌어낸다. ⓐ 50mm F1.4와 EOS 5Ds의 궁합을 알아보기 위한 샘플 사진을 촬영하던 중 날아가는 비둘기를 화면 좌측 끝에 담아 버렸다. 실수로 찍은 사진이고 2000만 화소대 카메라로 촬영했다면 버렸어야 하는 사진이다. 그러나 ⓐ 50mm F1.4의 놀라운 해상력이 이 사진을 살렸다. 극 주변부였음에도 불구하고 비둘기의 시선은 물론 깃털의 디테일까지 모두 살아 있는 사진으로  완성됐다. 또한 조리개 최대 개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비네팅이 적게 나타나 주변부를 트리밍 했다고 믿기 힘든 사진이 됐다.

EOS 5Ds로 촬영한 원본 사진. 잠자리가 작게 찍혀 큰 임펙트가 없다.
잠자리 부분만 트리밍했다. 클릭하면 좀 더 크게 볼 수 있다. 모바일 화면에서는 터치 후 확대해서 볼 수 있다.

ⓐ 50mm F1.4를 EOS 5Ds에 마운트 하면 곤충이나 꽃과 같은 사물을 찍을 때 간이 접사 렌즈로 활용할 수도 있다. ⓐ 50mm F1.4의 최단 촬영거리는 40cm. 원래 스펙으로는 매크로 렌즈라 말하기 곤란하다. 그러나 화소가 풍부한 EOS 5Ds라면 원하는 피사체만 크게 강조해 잘라낼 수 있다. 이때 조리개를 F2.8 정도로만 조여도 렌즈가 가지고 있는 성능의 최대치에 가까운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다. 꽃술에 매달린 꽃가루, 곤충의 털 등 미세한 부분도 선명하게 담아낼 수 있다.

EOS 5Ds의 5030만 화소는 사진가의 눈높이를 바꿔버렸다. 더불어 기존 렌즈의 한계까지 고스란히 드러나게 됐다. 2000만 화소대에서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고스란히 눈에 띄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태연하게 사진가를 향해 웃음을 보내는 렌즈가 바로 ⓐ 50mm F1.4다. 어쩌면 시그마는 먼저 미래에 도착해 사진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제품 사양 

렌즈 구성                8군 13매

최소 조리개             F16

조리개 날 수            9매(원형 조리개)

필터 크기                ∅77mm

화각                        46.8°

최단 촬영 거리        40cm

최대 배율                01:05.6

후드                        LH830-02 포함

크기                        ∅85.4 ㎜ × 99.9 ㎜

무게                        815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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