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astRain Nov 09. 2015

F1.2의 노래를 들어라

SAMYANG 50mm F1.2 AS UMC CS

이제 삼양옵틱스의 렌즈군이 제법 모양새를 갖췄다. 초광각에서 중망원까지 완비했고 피시아이 렌즈, TS 렌즈, 접사렌즈와 같은 특수 렌즈도 준비되어 있다. 웬만한 사진가의 요구는 즉각 대처할 수 있는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진가들이 삼양옵틱스에 꾸준히 요구한 제품이 있다. 바로 미러리스 전용렌즈 확충과 대구경 단렌즈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F1.2 렌즈다. 삼양옵틱스가 이와 같은 사진가의 요구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제품을 발표했다.


미러리스를 위한 밝은 눈

지난 9월 23일 삼양옵틱스가 뜻밖의 제품 2종을 발표했다. 두 렌즈 모두 미러리스 카메라 전용으로 출시됐고  그중 하나는 삼양옵틱스 전 제품을 통틀어 가장 밝은 F값을 자랑한다. 지금부터 소개할 SAMYANG 50mm F1.2 AS UMC CS(이하 삼양 50mm F1.2)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사실 F1.2 렌즈는 오랜 시간 사진가들이 기다려온 제품이다. 삼양옵틱스의 또 다른 경쟁자라 할 수 있는 중국산 MF 렌즈 제조사들이 앞 다투어 F1.2 렌즈를 발매할 때 상양옵틱스는 조용했기 때문. 작년 10월 삼양옵틱스는 DCM과의 인터뷰에서 “삼양옵틱스는 화질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제품을 만든다”며 “조리개 값 F1.2 렌즈를 만들어 내는 것이 문제가 아니가 삼양옵틱스의 기준에 부합하는 F1.2 렌즈를 만들어내는 것이 어려울 뿐”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삼양 50mm F1.2가 세상에 나오기 까지 사용자가 알지 못한 진통이 있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이번에 발매된 삼양 50mm F1.2는 사진가에게 어느 정도 절충안을 제시한 렌즈다. 풀프레임 이미지 서클보다 작은 APS-C 전용으로 나왔기 때문. 이런 사실 때문에 이 렌즈를 구매리스트에서 제외한다면 너무 섣부른 판단이다. 우선 해당 스펙이 아쉬운 풀프레임 사용자에게 이 렌즈는 35mm 환산 75mm F1.2 렌즈에 해당한다. 아주 밝은 중망원 렌즈인 셈. 결정적으로 지금까지 출시된 유일한 풀프레임 미러리스인 a7 시리즈는 바디 자체에서 APS-C 사이즈 촬영을 지원한다. 메뉴에서 APS-C 크기 캡쳐<켬으로 설정하면 된다. 최근 출시된 α7RⅡ에서 해당 기능을 사용하면 약 1800만 화소로 촬영이 가능하다. 

APS-C 미러리스인 후지필름 바디 사용자에게도 분명한 매력이 있다. 현재 후지필름에서 선보인 XF56mm F 1.2 R의 경우 공식 가격은 120만 원을 뛰어넘는다. 그에 반해 삼양 50mm F1.2의 공식 가격은 64만 원으로 절반 정도에 해당한다. AF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지만 비슷한 스펙의 렌즈를 절반 정도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매력이 있다.

스펙만 놓고 보면 매우 크고 무거울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지만 실제로 만져보면 부담스럽지 않은 크기와 무게다. APS-C 전용으로 설계했기 때문이다. 화질까지 타협하지 않았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7군 9매 렌즈 중 2매를 비구면 렌즈로 설계했다. 덕분에 밝은 조리개 값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색수차를 최대한 억제해 믿을 수 있는 화질과 콘트라스트를 제공한다. 여기에 UMC 코팅을 적용해 낮은 반사율과 뛰어난 콘트라스트를 기대할 수 있다. 뿐만 아니다. 넉넉한 이미지 서클로 설계해 주변부 화질도 뛰어나다. 실제로 이 렌즈를 풀프레임 바디에 장착해보면 주변이 검게 변하는 영역이 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최단 촬영거리에서는 동굴 같은 비네팅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풀프레임 사용자는 상황에 따라 APS-C 크기 캡쳐 기능을 끄고 사용해도 될 정도다.






미러리스라서 더 편한 렌즈

F1.2 렌즈를 사용해본 사람은 이 조리개 값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잘 안다. 종잇장처럼 얕은 심도는 종종 사용자의 인내심을 테스트하기도 한다. AF로 촬영할 때 사용자가 원하는 곳에 완벽하게 초점을 맞추기 힘들 때도 있다. 어쩔 수 없이 MF로 촬영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생기는 장비다. 그런데 DSLR에서 파인더를 보며 정확하게 MF로 촬영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라이브뷰 모드로 촬영해도 번거로운 건 어쩔 수 없다.

삼양 50mm F1.2는 영리하게도 미러리스 전용으로 출시됐다. 미러리스는 DSLR과 달리 디지털 파인더를 활용해 MF 기능을 더 정밀하고 신속하게 사용할 수 있다. 조금만 익숙해지면 원하는 지점을 파인더로 확대해 보면서 MF로 초점을 맞추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디지털 파인더를 통해 확대된 상을 보면 이 렌즈의 성능을 짐작할 수 있다. F1.2라는 수치를 감안하면 최대개방에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해상력을 보여준다. 색수차가 나타날 때도 있지만 한 스톱만 조여도 현격하게 줄어든다.

F1.2 렌즈답게 심도 표현의 폭이 넓다는 점이 삼양 50mm F1.2의 특징이다. F1.4와 F1.2의 차이가 얼마나 크겠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 사용해보면 그 차이는 의외로 많이 도드라진다. 보케의 크기와 흐려지는 정도가 꽤 다르다. 평소 습관대로 촬영하며 배경 흐려짐이 표시 나지 않을 거라 짐작하고 찍은 사진을 모니터로 확인해 보면 깜짝 놀라게 된다. 망원 렌즈처럼 초점거리가 긴 렌즈가 아님에도 멀찍하게 거리를 둔 피사체에 초점을 맞췄는데 배경이 흐려지는 사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리개날은 9장이며 원형으로 조여진다. 따라서 보케도 원형으로 맺힌다. 보케 모양은 단정하면서도 부드럽다. 과도하게 힘을 주지도 힘을 빼지도 않은 적당한 모양새다. 굳이 어느 쪽에 가까운지 선택해야 한다면 부드러운 쪽이다. 보케는 부드럽지만 초점 맞은 피사체는 또렷하다. 화질을 최우선으로 렌즈를 만든다는 삼양옵틱스의 모토가 고스란히 배어있다. 얕은 심도를 즐기면서 화질까지 고려한 사용자를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는 성능이다.

F1.2로 최대개방 촬영 시 주의할 사항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카메라가 조금이라도 앞뒤로 움직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특히 최단촬영거리에서는 미세한 음직임만으로도 초점이 나가기 쉽다. 항상 F1.2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유념할 사항이다. 특히 배경에 대한 정보가 필요한 사진을 촬영할 때에는 적당히 조리개를 조이는 편이 낫다. 














제품 사양


렌즈 구성                    7군 9매

조리개                        F1.2-F16

최소 초점거리            0.5m

필터구경                    Φ62mm

크기                           67.5×74.2mm(소니 E마운)

무게                           385g(소니 E마운트)

지원마운트                소니 E, 캐논 M, 후지필름 X,                                    마이크로포서드













작가의 이전글 혁신적인 기술 새로운 표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