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F 23mm F1.4 R · XF 35mm F1.4 R
광각렌즈는 구도를 통해 공간감을 연출한다. 카메라를 살짝 비트는 것만으로도 역동적인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나 35mm부터 50mm 언저리의 렌즈는 조금 다르다. 광각렌즈에서 담아내기 힘든 심도 표현을 통해 사진에 공간감을 불어넣는다. 그러나 이런 일반적인 이야기는 ‘환산 화각’ 개념을 적용해야 하는 APS-C 바디에 그대로 응용하기 힘들다. 그래서 접근을 조금 달리해야 한다. 후지필름의 대표적인 대구경 단렌즈 XF 23mm F1.4 R과 XF 35mm F1.4 R을 알아보자.
우선 XF 23mm F1.4 R을 살펴보자.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초점거리 23mm에 최대 개방 조리개 값은 F1.4다. 이 펙트만 놓고 보면 이 렌즈는 밝은 광각 단렌즈다. 그러나 여기에 APS-C 바디 전용이라는 또 다른 펙트를 적용하면 이야기가 많이 달라진다. 이 렌즈의 23mm라는 오묘한 숫자는 전적으로 35mm를 염두에 둔 결과다.
여기에서 후지필름의 꼼꼼함과 이 렌즈의 역할이 드러난다. 그동안 많은 사진가에게 사랑받은 초점거리 35mm 렌즈를 APS-C 센서를 장착한 후지필름 바디에서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
그래서 이 렌즈의 가장 큰 장점은 익숙함이다. 특히 35mm 단렌즈를 애용했던 사진가에게 이질감이 적다. 초점거리 35mm의 특징은 답답하지 않은 동시에 과하게 넓지 않은 중용에 있다. 사용자 목적에 따라 카메라 브랜드를 바꾼다 해도 자주 사용하던 화각은 그대로 고집한다. 특히 35mm 단렌즈는 모든 카메라 브랜드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풀프레임 바디의 부담감, DSLR 바디의 무거움을 버리고 후지필름 카메라를 선택한 사용자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자신의 눈에 익숙했던 렌즈를 고집할 수밖에 없고 XF 23mm F1.4 R에 자연스럽게 눈이 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렌즈를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XF 23mm F1.4 R의 기본 스펙을 눈여겨봐야 한다. 특히 23mm라는 초점거리를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게 좋다. 23mm는 일반적으로 초광각으로 넘어가기 전 단계에 속하는, 엄연한 광각렌즈다. 당연히 물리적인 성격 또한 일반적인 광각렌즈와 같다. 즉 동일한 조리개 값이라고 해도 심도가 깊을 수밖에 없다. 기존 풀프레임 바디의 35mm 렌즈와 광학적 특성이 전혀 다른 것이다. 평소 35mm 렌즈를 사용하던 감각으로 피사체를 대하면 미묘하게 다른 공간감이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XF 23mm F1.4 R의 F값이 유난히 밝다. 기존 35mm에서 느낄 수 있는 심도를 최대한 비슷하게 표현하기 위한 후지필름의 선택인 것.
그렇다면 이 렌즈를 현명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까. 우선 조리개 값 세팅을 달리해야 한다. 1~2미터 근방에 위치한 피사체는 심도 표현이 쉽다. 그러나 이를 넘어서게 되면 기존 35mm 렌즈와 심도 표현의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XF 23mm F1.4 R은 후지필름 단렌즈답게 최대 개방에서도 화질이 우수하다. 따라서 조리개 최대 개방을 꺼리지 않아도 된다. 기존 35mm와 비슷한 심도를 얻기 위해서는 조리개 최대 개방을 자주 사용하자.
이 렌즈의 비교적 깊은 심도를 독이라 생각하면 안 된다. 오히려 사용하기에 따라 훌륭한 조건이 될 수 있다. 특히 순간과 공간을 동시에 담아내는 스냅사진에서 깊은 심도는 필수에 가깝다. XF 23mm F1.4는 기존 35mm 렌즈보다 조리개를 더 많이 조이지 않아도 충분히 심도를 깊게 표현할 수 있다. 따라서 빠른 셔터스피드도 쉽게 확보할 수 있어 흔들림 없는 스냅사진을 찍을 수 있다.
XF 23mm F1.4
초점거리(35mm 포맷 환산) 23mm(35mm)
렌즈 구성 8군 11매
화각 63.4°
조리개 F1.4-F16
조리개 날 수 7개(원형)
최단 촬영거리 28cm
크기 72mm X 63mm
무게 300g
초점거리 35mm와 더불어 사진가에게 사랑받는 화각이 바로 50mm다. 두 렌즈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데 35mm 애호가는 50mm가 너무 좁다고 말하고 50mm 애호가는 35mm 정도면 광각이라고 말한다. 취향에 따라 렌즈를 선택하는 것이지만 분명한 사실은 50mm가 풍경이나 사물을 더욱 확실하게 잘라낼 수 있다는 사실이다.
XF 35mm F1.4 R은 후지필름 바디에 쓸 수 있는 환산 화각 50mm 근방에 해당하는 렌즈다. 정확히 말하자면 35mm 환산 약 53mm다. 대다수 카메라 제조사에서 빠뜨리지 않고 생산하는 표준 화각 렌즈인 셈.
이 렌즈는 APS-C 카메라의 장점을 고스란히 살린 렌즈다. 우선 크기와 무게가 눈에 띈다. 비슷한 사양의 풀프레임용 50mm 렌즈보다 크기가 작고 무게도 가볍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질은 충분히 만족스럽다. 50mm는 많은 사진가가 선호하는 초점거리지만 최근 50mm 렌즈는 너무 크고 무거워졌다. 특히 F1.4 조리개 값을 자랑하는 경우에는 꽤 부담스러운 무게로 제작된다.
타사에서 제작된 가장 최근에 선보인 50mm F1.4의 경우 800g이 넘는데 XF 35mm F1.4 R은 200g이 되지 않는다. 무려 4배가 넘는 차이다. 여기에 SLR과 미러리스의 무게 차이까지 더하면 1kg을 훌쩍 넘기는 차이가 발생한다. 가벼운 무게를 선호하는 활동적인 사진가라면 얼마든지 옮겨갈 수 있는 매력적인 스펙이다. 이 렌즈는 앞서 설명한 XF 23mm F1.4와 마찬가지로 APS-C 전용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보이는 화각은 50mm에 가깝지만 심도 표현은 35mm라고 봐야 한다. 그러나 XF 23mm F1.4 보다 더 얕은 심도를 보여준다. 바로 이 지점이 XF 35mm F1.4 R의 매력이다.
일반적으로 50mm 렌즈는 확연한 심도 표현이 도드라진다. 그러나 때로는 이러한 표현이 부담스러운 경우가 있다. 셔터스피드를 확보하기 위해 조리개를 최대로 개방했을 때 너무 얕은 심도로 촬영되기 때문. 특히 F1.4 정도로 개방하고 최단거리에 있는 사물을 촬영하면 배경은 전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흐려지고 초점 맞은 부분은 정확하게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가 된다. 얕은 심도가 모든 상황에서 답은 아니라는 말.
35mm 렌즈를 선택하는 사진가 중 상당수는 과하지 않은 심도 표현을 이유로 꼽곤 한다. XF 35mm F1.4 R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APS-C 전용 설계는 더욱 정갈하게 풍경과 사물을 잘라 담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35mm의 장점과 50mm의 장점이 더해진 렌즈인 것.
XF 23mm F1.4 R과 XF 35mm F1.4 R은 평소 풀프레임 바디를 사용하던 사용자에게 조금 낯선 느낌의 렌즈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낯선 느낌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서 보인다. 더불어 초보자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사진을 찍어온 사용자에게 최대한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도록 배려한 흔적도 보인다. 후지필름의 꾸준한 노력이 칭찬받을만한 이유다.
XF 35mm F1.4 R
초점거리(35mm 포맷 환산) 35mm(53mm)
렌즈 구성 6군 8매
화각 44.2°
조리개 F1.4-F16
조리개 날 수 7개(원형)
최단 촬영거리 28cm
크기 65mm X 50.4mm
무게 187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