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astRain Jun 23. 2015

대체, 보케는 어떻게 만드나요

Q: 카메라를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초보예요. 처음부터 욕심내지 말라는 주변 충고에 바디와 번들 렌즈로만 처음 장비를 꾸렸지요. 지금까지 만족하면서 잘 쓰고 있는데 이제 슬슬 번들 렌즈의 아쉬운 점이 보이네요. 그중에서도 가장 아쉬운 건 보케입니다. 커다랗고 흐드러지게 퍼져나가는 부드러운 보케를 찍고 싶은데 번들 렌즈로는 아무리 해도 안 되네요. 친구가 빌려준 밝은 단렌즈로도 찍어 봤는데 제가 원하는 느낌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도 아니더라구요. 아련한 보케, 어떻게 해야 찍을 수 있는 거죠?



A: 아무런 계획 없이 장비를 구매하는 것도 문제지만 무턱대고 장비 구매를 꺼리는 것도 위험합니다. 사진은 장르 특성상 장비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인데요. 질문하신 부분도 장비를 바꾸면 자연스럽게 해결됩니다. 우선  말씀하신 것처럼 번들 렌즈로는 큰 보케를 만들기 힘듭니다. 대부분 조리개가 밝지 않고 망원영역으로 갈수록 조리개 값이 어두워지는 가변 조리개를 채용했기 때문이죠. 번들 렌즈, 참 유용하고 편리한 렌즈죠. 일상을 담기엔 번들 렌즈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러나 조금 더 다양한 표현을 원한다면 추가로 렌즈를 구매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번들 렌즈가 커버하지 못하는 초광각 영역, 장망원 영역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크고 아름다운 보케를 얻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대구경 단렌즈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왕이면 광각렌즈 보다는 표준렌즈나 망원렌즈로 촬영하는 것이 확실하죠. 그런데 문제는 현행 대구경 단렌즈로는 질문자가 말씀하신 흐드러지는 듯한 부드러운 보케를 만들어내기 힘듭니다. 고화소 센서에 대응하기 위해 화질과 해상력을 우선에 두고 렌즈를 설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비구면 렌즈 같은 특수렌즈를 많이 사용할수록 보케가 딱딱하게 표현됩니다.


결국 답은 하나입니다. 바로 필름 시대에 만들어진 올드 렌즈입니다. 70년대 이전에 생산된 F값이 밝은 대구경 단렌즈는 기술상의 문제로 각종 수차를 억제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최대 개방 부근에서 빛망울이 흐드러지게 표현되고 아련한 느낌까지 듭니다. 이는 엄밀히 말하자면 광학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그러나 지금 생산되고 있는 대다수 렌즈와 달리 개성적인 표현을 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지요.


사용 방법이요? 간단합니다. 어댑터를 이용해 DSLR이나 미러리스에 장착해 사용하면 됩니다. 보통 ‘이종교배’라고 표현하는데 DSLR의 경우에는 M42 마운트 렌즈를 주로 사용하고 미러리스는 대다수 올드렌즈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현행 렌즈에 비해 대체로 가격이 싸고 개성적인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화질이 떨어지고 AF가 지원되지 않는 점은 분명 단점입니다. 또한 DSLR의 경우 조리개를 조리면 파인더까지 같이 어두워진다는 것을 감안하고 사용해야 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현실이 비현실적인 공간이 될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