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astRain Oct 16. 2016

상상 속 초광각 줌렌즈의 탄생

SIGMA ⓐ 12-24 F4 DG HSM

보통 사진을 시작할 때 50mm 근방의 표준 단렌즈나 24-70mm 정도의 표준 줌렌즈를 선택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화각의 교환 렌즈에 대한 욕망이 끓어오르기 시작한다. 기껏 렌즈 교환식 카메라를 구매했는데 바디캡 마냥 한 렌즈만 쓰기엔 카메라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광각 렌즈나 망원 렌즈 추가 구매를 고민한다. 광각렌즈를 고민하는 이유는 표준 화각이 답답해서인 경우가 많다. 한 화면에 더 다양하고 많은 피사체를 담고 싶은 것. 그런 욕망이 극대화되었을 때 눈에 들어오는 렌즈가 바로 초광각 줌렌즈다.

SONY a7RII + MC11 / ISO 100/ 13mm / F4, 1/60초


일반적으로 50mm 이하부터 20mm 중반 정도 까지를 광각 렌즈라 칭하고 20mm 이하의 초점거리를 가진 렌즈를 초광각 렌즈라 부른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초광각 줌렌즈 선택을 주춤 거리는 이유가 있다. 바로 심한 왜곡과 주변부 광량 저하, 주변부 화질 저하 현상 때문이다. 그런데 그 세 가지 문제를 극적으로 해결한 렌즈가 탄생했다. 그야말로 꿈에 그리던 렌즈가 현실로 등장한 것.



가장 진보한 초광각 줌렌즈

그동안 초광각 줌렌즈는 렌즈 설계의 어려움 때문에 다른 화각의 렌즈보다 너그럽게 넘어가는 부분이 많았다. 바로 앞서 언급한 세 가지(왜곡, 화질, 주변부 광량 저하)다. 특히 디지털카메라가 주류가 되면서 해당 문제점이 더 도드라지는 현상도 나타났다. 카메라 제조사나 렌즈 제조사에게는 보통 큰 숙제가 아니었다. 예를 들어 뛰어난 성능으로 초광각 렌즈의 전설로 회자되는 Zeiss Hologon의 경우 플랜지백이 짧은 RF 카메라용으로 설계된 탓에 디지털 시대가 도래한 지금은 어댑터를 통해 미러리스 카메라에 마운트 한다 하여도 주변부 화질이나 광량이 심각하게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SONY a7RII + MC11 / ISO 800/ 12mm / F4, 1/125초

시그마의 경우 35mm 풀프레임 이미지 서클을 커버하는 12-24mm 초광각 줌렌즈를 2003년에 최초로 선보인 브랜드다. 이번에 발표한 ⓐ 12-24 F4 DG HSM는 벌써 세 번째 세대로, 제대로 된 초광각 렌즈를 완성하기 위해 오랜 시간 꾸준한 노력을 해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12-24 F4 DG HSM의 렌즈 구성도. 비구면렌즈와 SLD렌즈, FLD렌즈를 아끼지 않은 초호화 구성이다.

ⓐ 12-24 F4 DG HSM(이하 ⓐ 12-24 F4)은 시그마 글로벌 비전 아트 라인으로 제작돼 매우 엄격한 기준을 만족시키고 있다. 초광각이라는 특수성을 빌미로 너그럽게 넘어간 흔적이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제로에 가까운 왜곡률이다.

ⓐ 12-24 F4 DG HSM의 왜곡 차트. 0에 가깝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광각렌즈는 기본적으로 원근 왜곡이 발생한다. 원근 왜곡은 렌즈 설계와 같은 광학기술로 보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35mm 카메라의 경우 TS렌즈를 사용하면 촬영 시 상황에 맞춰 렌즈를 조작해 원극 왜곡을 보정할 수 있지만 이는 특수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 12-24 F4 DG HSM은 광학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왜곡을 최대한으로 보정해 왜곡이 거의 제로다. 타사 초광각 줌렌즈와 비교했을 때 매우 놀라운 수준이다. 더불어 주변부 화질과 주변부 광량 저하도 매우 준수한 수준이다.

SONY a7RII / 12mm FISH-EYE/ ISO 100/  F8, 13초
SONY a7RII + MC11 / ISO 100/ 12mm / F8, 13초

위 사진을 보면 광각렌즈의 왜곡 보정이 어떻게 이뤄지는 것인지 잘 알 수 있다. 첫 사진은 12mm Fisheye로 촬영했으며 두 번째 사진은 시그마 ⓐ 12-24 F4 DG HSM으로 촬영했다. 동일 장소에서 렌즈만 교체해서 동일 세팅으로 촬영했다. 극단적인 비교일 수 있으나 왜곡 보정이 전혀 없는 어안렌즈 결과물을 통해 ⓐ 12-24 F4 DG HSM의 왜곡 보정 정도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에서 보이는 동상 하단에서 두 렌즈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피시아이 렌즈는 둥그렇게 왜곡이 발생하고 있지만 ⓐ 12-24 F4 DG HSM은 직선으로 표현되고 있다. 초광각렌즈의 가장 큰 숙제인 왜곡 보정이 거의 완벽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12-24 F4 DG HSM의 등장으로 사진가들은 비로소 12mm라는 초광각에서도 직선을 직선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됐다.

SONY a7RII + MC11 / ISO 800/ 12mm / F8, 1/500초
SONY a7RII + MC11 / ISO 800/ 12mm / F4, 1/4000초
SONY a7RII + MC11 / ISO 160/ 12mm / F8, 1/60초
SONY a7RII + MC11 / ISO 200/ 12mm / F8, 1/160초

우리가 초광각 렌즈를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넓게 찍을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히 넓게 찍히기만 해서는 곤란하다. 더 넓게 찍히는 만큼 주변부 화질도 양호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 초광각 줌렌즈는 중앙부와 주변부의 화질 차이가 큰 편이다.

우선 이 렌즈의 중앙부 화질부터 살펴보자

SONY a7RII + MC11 / ISO 100/ 12mm / F4, 1/1000초

사진 프레임의 가운데 있는 잠자리에 맞추고 찍었다. 두 번째 컷은 중앙부 잠자리만 잘라낸 사진. 조리개 최대 개방임에도 불구하고 잠자리의  디테일은 물론 초점이 맞은 나무 바닥까지 매우 선명하게 잘 표현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을 촬영한 a7RII의 4240만 화소를 거뜬히 커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최근 출시되고 있는 3000만 화소 이상 바디에서 전혀 모자람이 없는 해상력이다.

SONY a7RII + MC-11+ a12-24mm F4 DG HSM / 12mm/ F4.5 / ISO100 / 1/640초   

위 사진 세장은 차례대로 원본 전체, 중앙부, 주변부다. 억새꽃의 디테일 하나하나가 촘촘하게 잘 묘사되고 있다. 특히 주변부 크롭을 보면 중앙부만큼은 아니더라도 매우 우수한 해상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비슷한 화각대의 타사 렌즈와 비교했을 때 발군의 실력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 12-24 F4 DG HSM의 MTF 차트. 초광각 렌즈의 MTF그래프라 믿기지 않는 수준이다.
ⓐ 12-24 F4 DG HSM의 비네팅 차트. 최대개방에서는 주변부로 갈 수록 광량이 떨어지는 정도가 확연히 드러나지만 F8로 조이면 꽤 준순한 수준으로 올라온다.

12mm라고 했을 때 어느 정도 화각인지 감이 오지 않을 수 있는데 ⓐ 12-24 F4의 12mm는 122°를 커버한다. 숫자로 감이 오지 않는 다면 다음 사진을 확인해보자.

국립중앙 박물관에 전시 중인 괘불을 촬영했다. 2층에서 1층까지 내려오는 매우 큰 불화다. 왼쪽이 12mm 구간으로 촬영한 사진이고 오른쪽이 24mm 구간으로 촬영한 사진이다. 동일한 위치에서 촬영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2mm 구간에서는 괘불뿐만 아니라 2층 천장 일부와 1층 바닥까지 찍혔지만 24mm 구간에서는 불화 전체를 담아내지 못했다.

색수차는 어떨까? 아래는 일부러 빛에 반사돼 반짝이고 있는 금속을 촬영한 사진이다. 국기 게양대 어디에서도 색수차를 확인할 수 없다.

SONY a7RII + MC11 / ISO 100/ 12mm / F4, 1/2000초
SONY a7RII + MC11 / ISO 200/ 12mm / F8, 1/50초
SONY a7RII + MC11 / ISO 125/ 12mm / F4, 1/60초

최단 촬영거리 24cm

ⓐ 12-24 F4의 최단 촬영거리는 센서면에서부터 24cm. 즉 피사체에 매우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뜻. 광각렌즈 특성상 심도가 깊을 수밖에 없지만 최단 촬영거리를 짧게 해 피사체에 가까이 다가가면 아쉬운 대로 보케도 촬영할 수 있다. 더불어 원근감을 더 왜곡시켜 피사체와 배경간의 거리가 매우 먼 느낌이 들도록 촬영하는 것도 가능하다.

SONY a7RII + MC11 / ISO 200/ 12mm / F4, 1/200초
SONY a7RII + MC11 / ISO 200/ 12mm / F4, 1/1000초
SONY a7RII + MC11 / ISO 200/ 12mm / F4, 1/1000초
SONY a7RII + MC11 / ISO 100/ 12mm / F8, 1/200초
SONY a7RII + MC11 / ISO 100/ 12mm / F4, 1/60초

두 눈이 감지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담아낸다

일반적으로 사진을 촬영할 때 눈으로 먼저 대상을 확인한 후에 파인더를 통해 다시 대상을 바라보게 된다. 그러나 ⓐ 12-24 F4 같은 초광각 렌즈는 우리가 눈으로 인지하는 세상보다 더 넓고 명징한 세상을 보여준다. 렌즈 교환식 카메라를 쓰는 재미 중 하나가 바로 이런 렌즈를 사용할 때다. 렌즈라는 하드웨어를 교환해야 비로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세상은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사진을 찍는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기존 렌즈로 담을 수 없는 사진을 담을 때의 쾌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혹자는 초광각 렌즈가 선사하는 그런 쾌감이 오래가지 못하고 금방 식어 버린다고도 말한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맞는 말일 수 있다. 그러나 좀 더 진득하게 오랜 시간 사용하면서 길들여가면 일상에서 망원 렌즈보다 더 자주 쓰이는 렌즈가 될 수 있다.

SONY a7RII + MC11 / ISO 8000/ 12mm / F4, 1/60초
SONY a7RII + MC11 / ISO 800/ 12mm / F4, 1/80초
SONY a7RII + MC11 / ISO 100/ 12mm / F4, 1/2초


프레임을 정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자

표준화각 렌즈나 일반 광각렌즈를 사용하다가 초광각 렌즈를 처음 마운트 하게 되면 파인더에 보이는 세상이 너무 광활해 당황하기 일쑤다. 그리고 기존 렌즈를 사용할 때와 같은 방식으로 프레임 하게 될 경우 난감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보통 사진을 프레이밍 할 때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파인더  안으로 들어오는 다양한 요소를 빼가며 정리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초광각렌즈는 그런 정리 작업이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전혀 다른 관점으로 렌즈가 바라보는 세상을 재구성하는 게 좋다.

SONY a7RII + MC11 / ISO 500/ 13mm / F4, 1/60초
SONY a7RII + MC11 / ISO 100/ 12mm / F4, 1/400초
SONY a7RII + MC11 / ISO 200/ 12mm / F8, 1/800초

초광각 렌즈는 화각이 상당히 넓다. 시그마 ⓐ 12-24 F4도 12mm 구간에서 122°의 화각을 보여준다. 촬영 습관이 잘못된 경우 사진 안에 손가락이 나올 정도. 이렇게 화각이 넓은 렌즈는 마냥 넓은 허허벌판에서 촬영할 경우 밋밋한 사진이 되기 십상이다. 사진 안에 다양한 선이 교차될 때 오히려 밋밋하지 않고 눈에 띄는 사진으로 완성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선을 기준으로 화면을 분할한다는 생각으로 프레임을 잡으면 아무리 다양한 피사체가 몰려 있더라 하더라도 정리된 느낌으로 완성할 수 있다.

SONY a7RII + MC11 / ISO 100/ 12mm / F8, 1/80초
SONY a7RII + MC11 / ISO 800/ 12mm / F8, 1/60초
SONY a7RII + MC11 / ISO 100/ 12mm / F4, 1/60초
SONY a7RII + MC11 / ISO 800/ 12mm / F8, 1/60초

사진만이라도 당당하게 그려내고 싶다면

우리는 항상 반복되는 비루한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 사진을 찍곤 한다. 사진을 취미로 한다는 건 항상 반복되는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행위이기도 하다. 우리의 일상은 얼마나 구불구불하게 꼬여 있는가. 원하는 대로 시원시원하게 모든 일이 쭉쭉 풀리면 좋겠지만 언제나 무언가에 가로막혀 둘러가기 일쑤다. 그럴 때마다 파인더를 보며 나만의 새로운 세상을 담아내 보려고 하지만 그 또한 쉽지 않다. 마냥 뒤가 흐려지면 그럴듯한 사진이 나올 것 같아 장만한 렌즈로 찍은 세상은 언제나 뿌옇기만 할 뿐. 얕은 심도가 만들어주는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몽환적인 느낌은 들지만 정면으로 돌파해 이겨보겠다는 의지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 느낌에 사진 찍을 때마다 회의가 느껴진다면 심도 깊은 초광각 렌즈를 하나 장만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예를 들어 시그마 ⓐ 12-24 F4는 화질이나 왜곡에 대해 어떠한 타협도 하지 않은 렌즈다. 이 렌즈를 마운트 해보면 그런 곧은 기개와 당당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렌즈나 카메라별로 사용자를 이끄는 지점이 있는데 시그마 ⓐ 12-24 F4는 꼼수 부리지 않는 스트레이트한 이미지를 주문한다.

내가 프레이밍 해 그려나가는 세상만이라도 굴곡이나 타협 없이 쭉쭉 벋어나가길 원한다면 시그마 ⓐ 12-24 F4만 한 파트너도 없을 것이다.

SONY a7RII + MC11 / ISO 100/ 12mm / F8, 1/80초

렌즈 사양





렌즈 구성     11 군 16 매

최소 조리개 F22

화각 (35mm) 122.0 ° -84.1°

최단 촬영 거리 24cm * (* 24mm 시의 값)

최대 지름 × 전체 길이 φ102.0mm × 131.5mm

조리개 날개 매수  9 매 (원형 조리개)

최대 배율 1 : 4.9

무게  1,150g


작가의 이전글 유니버설 마운트 시절이 있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