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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tRain Sep 12. 2016

유니버설 마운트 시절이 있었다

사진을 찍을 때도 합리적인 선택이 필요하다

카메라 브랜드 대다수가 동일 마운트를 쓰던 시대가 있었다

Auto-Takumar 35mm f3.5렌즈의 M42 마운트 부분

과거 필름 카메라 시대에 대다수 SLR 카메라가 동일한 마운트로 판매되던 시기가 있었다. 플랜지백 길이는 46.45mm로 같았으며, 마운트 구경은 42mm였다. 이 마운트의 이름은 M42 스크루 마운트. Ricoh, Contax, Pentacon, Exakta, Voigtlander, Mamiya, Olympus, Yashica, Zenit, FujiFilm 등의 브랜드에서 해당 마운트를 공유했고 해당 마운트 카메라 바디뿐 아니라 렌즈까지 생산했다. 따라서 바디는 리코에서 생산한 카메라를 쓰면서 렌즈는 후지논을 사용할 수도 있었다. 사용자 취향에 따라 렌즈 브랜드를 선택했던 것.  지금도 많은 취미 사진가들이 그 당시 생산된 M42마운트 렌즈를 수집하고 실사용하고 있다. 간단한 어댑터를 사용하면 지금 디지털 바디에 물릴 수 있고 화질이 조금 떨어지지만 개성적이고 매력적인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과거 RF 카메라용으로 캐논에서 1961년에 생산한 50mm F0.95 . 광학성능은 현행 렌즈에 비해 한참 떨어지지만 개성적인 표현이 가능하다.



M42마운트 이전에는 M39마운트도 있었다. M39도 M42와 마찬가지로 나사산 방식 스크루마운트였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SLR용이 아닌 RF용이었다는 것. 이 M39 스크루마운트 렌즈 또한 당시 생산되던 대다수 RF 카메라에 사용할 수 있었다. 라이카가 바이요넷 마운트인 M마운트를 선보이며 M39마운트 렌즈 생산 업체가 대부분 해당 마운트 생산을 중지했지만 이 또한 간단한 어댑터를 사용해 M바디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최근에 생산된 미러리스 바디에도 사용할 수 있다. 믿기 힘들겠지만 캐논도 M39스크루 마운트 RF 카메라를 만들고 M39 렌즈를 제조하던 회사였다. 그 당시 캐논이 생산했던 몇몇 렌즈는 콜렉터들 사이에서 고가에 거래되기도 한다.


카메라 브랜드 따라 렌즈를 쓰게 된 것은 오래전 일이 아니다

지금이야 해당 카메라 브랜드의 렌즈를 쓰는 게 당연한 것처럼 인식되지만 과거에는 마운트만 맞으면 카메라 브랜드 제품이 아니라도 자유롭게 선택하고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쓰고 있는 카메라 브랜드에 없는 스펙의 렌즈라면 타사 렌즈를 구매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그러나 카메라에 다양한 기능을 삽입하기 시작하면서 브랜드별로 각자 마운트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SLR 카메라는 기계적 특성상 초점을 맞출 때에는 렌즈 조리개를 활짝 개방한 상태이지만 셔터를 누를 때 설정한 조리개 값으로 조여진다. 이런 기능이 지금은 아주 당연하지만 초창기 SLR은 사람이 일일이 수동으로 조작해야 했다. 조리개를 열고 초점을 맞춘 후 셔터를 누르기 전에 원하는 F값으로 조리개를 조였다. 그 외에 다양한 기능을 브랜드 별로 각자 기술에 맞춰 카메라에 적용하기 시작했고 그런 연유로 브랜드별 마운트가 따로 생산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A라는 기능을 자사 브랜드에서만 사용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한 방법이었던 것. 그 이후로 사용자는 브랜드를 선택하면 카메라와 렌즈 모두를 동일 브랜드에 맞춰서 써야 하는 상황이 됐다. 

카메라 브랜드에서 최적의 퀄리티를 보증하기 위해 그와 같은 상황을 만들었다지만 사용자는 그만큼 선택의 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1985년에 발표된 세계 최초 35mmAF 카메라인 미놀타 Maxxum 7000. 

AF 카메라가 본격적으로 출현하면서 이런 상황은 보편화됐다. 브랜드 별로 AF 구동 알고리즘이 달랐기 때문. 서드파티 브랜드의 곤혹스러움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카메라 브랜드별 AF작동 방식을 역으로 계산해 설계하는 리버스 엔지니어링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시그마, 탐론, 토키나로 대표되는 서드파티 브랜드는 카메라 브랜드 마운트 별로 렌즈를 생산하고 있는데 설립 초창기에는 카메라 브랜드 렌즈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해 왔다.  

서드파트 브랜드의 서러움은 디지털 시대가 되고 나서 더욱 커진다. 바로 바디 내에서 실시하는 이미지 보정 기능은 해당 카메라 브랜드의 렌즈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카메라 브랜드는 각종 수차나 왜곡을 물리적 광학 성능으로 해결하기보다는 디지털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게 됐지만 서드파티 브랜드는 묵묵히 광학 성능을 올려 가며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밖에 없었다. 

DXOMARK에서 50mm f1.4로 검색했을 때 볼 수 있는 결과. 시그마 a50mm F1.4 니콘 마운트의 점수가 가장 높다.

그 덕에 아이러니하게도 카메라 브랜드 렌즈보다 서드파티 브랜드 렌즈의 광학성능이 뛰어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시그마다. 시그마는 2012년 글로벌 비전을 발표하고 컨템퍼러리, 스포츠, 아트까지 세 개 라인으로 나눠 렌즈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이 중 아트 라인은 놀라운 화질로 소비자에 호평받고 있다. 탐론이나 토키나도 제품을 고급화하며 소비자에게 어필하고 있는 상황. 더 이상 서드파티 제품을 가성비로 선택하는 시대가 아닌 것이다.


객관적인 수치에 주목하면 답이 보인다

DXOMARK가 테스트한 전체 렌즈 중 점수 높은 순으로 정열한 첫 페이지. 카메라 브랜드 생산 렌즈는 몇 되지 않는다.

이야기를 다시 앞으로 돌려보자. 과거 유니버설 마운트 시절 소비자는 브랜드에 상관없이 자신에게 적합한 렌즈를 골라 썼다. 가격을 따져보기도 했을 것이고, 렌즈의 성능을 우선에 두고 따지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취미 사진가들은 어떤가? 다양한 선택지를 앞에 두고 있음에도 캐논 카메라에는 캐논 렌즈, 니콘 카메라에는 니콘 렌즈를 고집한다. 그 선택이 자신의 의지에 때른 합리적인 선택인 경우도 있겠지만 서드파티 브랜드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된 경우도 많다. 

물론 지금이 유니버설 마운트 시대는 아니다. 그러나 서드파티에서 만들고 있는 렌즈들이 더 우월하다면 굳이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과거에 말이 많았던 초점 문제는 이제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제품 편차에 따른 초점 문제는 서드파티 제품뿐 아니라 카메라 브랜드 생산 렌즈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서드파티 렌즈를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는 것이다.

Zeiss Otus 55mm F1.4의 MTF 그래프
SIGMA Art 50mm F1.4의 MTF 그래프

DXOMARK의 점수를 믿기 힘들다면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MTF 그래프를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동일 화각, 동일 F값의 렌즈 중 어느 것을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면 제품 설명에 나와 있는 MTF그래프를 살펴보자. 그래프의 오른쪽 끝으로 갈수록 주변부를 나타내는데 곡선의 꺾이는 지점이 더 뒤에 있을수록, 꺾이는 각도가 더 완만할수록 주변부 화질이 좋다고 판단할 수 있다. 

사진가가 더 좋은 장비를 찾는 것을 두고 욕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옥석을 가리지 못한다면 그게 더 문제다. 단순히 구매비용을 아낀다는 생각으로 서드 파디 렌즈를 알아본다는 건 옛날 말이다. 냉정하게 품질로만 따져 봤을 때 시그마나 탐론, 토키나의 렌즈를 구매하는 게 옳은 선택인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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