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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tRain Mar 21. 2017

일상의 결을 따라 사진을 담는다

SIGMA Art 135mm F1.8 DG HSM

바야흐로 초고화소 시대다. 35mm 풀프레임 센서가 5,000만 화소를 담아낸다. 브랜드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약 3000만 화소는 거뜬히 넘기는 분위기다. 초고화소가 된 만큼 사진 한 장에 많은 디테일을 담아낼 수 있게 됐다. 그런데 문제는 렌즈다. 렌즈 교환식 카메라는 렌즈가 더해져야 비로소 그 진가를 발휘한다. 물론 번들 렌즈만으로도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조금 더 다양한 표현을 위해서 렌즈를 추가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화각별로, 조리개 별로 전혀 다른 결과물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화소라는 변수까지 더해지면 어떤 렌즈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은 더 늘어난다. 내가 원하는 화각, 내가 원하는 조리개 값을 가지고 있다 해도 렌즈의 해상력이 뒷받침하지 못하면 고화소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초고화소 시대, 많은 사진가들이 어떤 렌즈를 선택해야 하나 고민한다. 그리고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듯이 줄기차게 초고화소 센서를 커버하는 렌즈를 출시하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SIGMA다.


아트 중에 아트, 써보면 안다

많은 사진가들이 캐논 바디에는 캐논 렌즈, 니콘 바디에는 니콘 렌즈를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한다. 소위 말하는 서드파티 브랜드의 렌즈도 그 선택지 중 하나다. 과거에는 서드파티브랜드에 대한 이미지가 그리 고급스럽지 않았다. 그래서 카메라 브랜드의 렌즈를 선택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서드파티 브랜드가 선보이고 있는 렌즈의 성능은 카메라 브랜드의 렌즈와 비슷한 수준이거나 우월한 경우도 많다. 유독 사진을 찍는 사람들만 서드파티 브랜드에 대한 편견이 심한 편인데, 게임이나 앱 등 각종 소프트웨어에서는 서드파티 브랜드의 역할이 크다.  

서드파티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소위 말하는 이종교배를 통해 클래식 렌즈를 사용하는 유저들도 늘고 있다. 다만 이 경우, 필름 시대에 설계된 렌즈인 만큼 만족스러운 화질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시그마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하자면, 2012년에 글로벌 비전을 발표하고 새로 선보이는 렌즈들은 모두 세 가지 이름표(Contemporary, Art, Sports) 중 하나를 달고 출시되고 있다. 

이 중 시그마의 브랜드 이미지를 확연히 개선시킨 렌즈가 바로 Art 시리즈다. 시그마의 Art 렌즈는 밝은 조리개, 고해상, 고성능이 특징이다. 다양한 상황, 다양한 작업에서 최상의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지난 2월, 일본 CP+를 통해 새로운 망원 아트 렌즈가 공개됐다. 바로 Art 135mm F1.8 DG HSM이다. 그간 꾸준히 아트 렌즈를 선보이며 축적된 기술을 쏟아부은 흔적이 역력한 망원 렌즈로 가히 '아트 중에 아트'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을 정도로 놀랍다. 참고로 본 리뷰에 사용된 카메라는 Canon EOS 5DsR로 약 5,000만 화소에 로우패스 필터를 제거한 초고화소 고해상 DSLR이다.


잘라낸 세상에 새로움을 더하다

사실 135mm는 일반적인 화각이 아니다. 보통 35-50mm 구간을 표준 화각으로 부르며 대중적으로 사용한다. 해당 화각 렌즈를 즐겨 쓰는 사람에게 135mm는 좁은 느낌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이 좁은 화각의 렌즈가 품고 있는 가능성은 의외로 무궁무진하다.

우선 눈여겨볼 부분은 플로팅 설계다. 덕분에 어떤 촬영 거리에서도 우수한 화질을 자랑한다. 일반적인 렌즈는 피사체와의 거리가 달라지면 해상력에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멀리 떨어진 피사체에 초점을 맞춰도 심도를 표현할 수 있는 망원 렌즈의 경우 거리별로 해상력에 차이가 난다면 치명적인 단점이 될 수 있다.

상단의 세로 사진 일부를 잘라냈다. 조리개 F1.8 최대 개방으로 촬영했다.

어떤 거리에 있더라도 명징하게 대상을 잡아내는 덕분에 피사체의 디테일을 고스란히 잡아낸다. 특히 고화소 바디에서는 이런 부분이 아주 훌륭한 장점이 된다. 100%로 확대해서 잘라내도 화질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덕분에 한 장의 사진을 다양한 결과물로 완성할 수 있다.


나무에 앉은 박새를 촬영했다. 조리개 F2로 촬영 후 박새가 있는 부분을 중심으로 트리밍했다.

잘라낸 부분에서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는 재미는 단순히 카메라의 화소가 높다고 가능한 부분은 아니다. 렌즈의 해상력이 뒷받침되었을 때 비로소 현실화된다. 시그마 Art 135mm F1.8 DG HSM은 충분히 그 역할을 하고 남을 정도의 해상력을 보여준다. 

해상력만 좋은 게 아니라 색수차도 매우 잘 억제하고 있어 확대 화면을 잘라내 쓰기에 부담이 적은 것도 이 렌즈의 장점이다.


대구경 망원렌즈의 빅 재미, 보케

취미 사진을 즐기는 많은 사람들이 푹 빠지는 표현 중 하나가 보케다. 사람의 눈으로 봤을 때에는 나타나지 않는 현상으로 초점 맞은 피사체 전후가 흐려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보케는 일본에서 시작된 사진 용어지만 현재는 영미권에서도 bokeh라고 표기하면서 사용할 정도로 대중화됐다. 혹자는 빛망울로 순화해서 쓰자고 하지만 빛망울은 보케가 내포하고 있는 여러 의미 중 하나일 뿐이다. 보케는 배경이 흐려지는 패턴이나 다양한 모양을 아우르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망원렌즈로 갈수록, F값이 밝을수록 심도가 얕아진다. 시그마 Art 135mm F1.8 DG HSM은 그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는 렌즈다. 당연히 이 렌즈의 보케를 기대하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다. 보케는 렌즈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된다. 수차를 제어하기 힘들었던 클래식 렌즈 중에는 배경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듯한 회오리 보케(swirly bokeh)가 생기기도 하고 비구면 렌즈와 같은 특수 광학 렌즈를 다량 투입한 최신 설계 렌즈는 보케가 딱딱하고 경직된 느낌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최근 들어 보케 표현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렌즈 제조사들은 우수한 해상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부드럽고 아름다운 보케를 표현할 수 있는 렌즈를 개발하는데 골몰하고 있다. 시그마 Art 135mm F1.8 DG HSM 그런 고민을 매우 깔끔하게 해결한 렌즈 중 하나다.

초점 맞은 부분은 베일 것처럼 선명하고 흐려지는 부분은 부드럽다. 또한 보케 내부가 지저분하지 않고 매우 깔끔하다. 특수 렌즈를 절묘하게 배치한 덕분으로 보이며 빛 망울 안에 동심원이 생기는 양파링 현상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최대 개방으로 1m 이내 근거리에 있는 피사체를 촬영하면 뒤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흐려진다. 한 장의 사진 속에 다양한 정보를 담기를 원한다면 적당히 조리개를 조이고 촬영해 뒤를 많이 흐리지 않는 것이 좋겠다.

참고로 이 렌즈의 최단 촬영 거리는 87.5cm이며 최대 배율은 1:5다. 접사 정도의 결과물을 기대하긴 힘들지만 꽤 근접한 사진을 찍을 수 있고 트리밍 하면 훨씬 가까운 곳에서 촬영한 듯한 느낌으로 완성할 수 있다.


진짜 망원 러버는 압축 효과를 즐기지

망원 렌즈를 단순히 멀리 있는 피사체를 끌어당겨 찍는 장비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망원 렌즈는 화각 특성상 사

물간의 거리가 실제보다 가까운 것처럼 표현된다. 상단 세장의 사진을 보면 교각과 교각의 거리가 매우 가까운 것처럼 보이는데 실제로는 거리가 더 멀다.

위 사진의 가운데 있는 자전거 타는 소년을 자세히 보자. 앞쪽으로 펼쳐진 바닥은 실제로는 평지지만 사진을 촬영한 각도와 망원렌즈의 압축 효과가 더해져 마치 급경사 같은 느낌으로 촬영됐다.

일반적으로 300mm 이상 정도 되는 망원 렌즈를 사용할 때 이와 같은 압축 효과가 극적으로 전달되지만 135mm라고 해서 압축 효과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피사체가 줄지어 이어진 배경에서 촬영하면 망원렌즈의 압축 효과를 어느 정도 맛볼 수 있다.


일상의 결을 담아내다

우리가 사는 공간은 입체적이다. 그에 반해 사진은 평면이다. 평면 속에 입체감을 더하는 것이 사진의 매력 중 하나다. 그런 의미에서 시그마 Art 135mm F1.8 DG HSM은 꽤 출중한 렌즈다. 촘촘히 늘어선 이 세상의 어느 한 결만 포착해 그 아름다움을 잡아내는 실력이 발군이다. 단순히 배경과 피사체를 분리해내는 느낌이 아니라 정확하게 어느 한 결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잘 구워진 페이스트리 빵을 한 겹 한 겹 벗겨먹는 재미라고 하면 너무 가벼운 느낌일까. 



사진을 찍는 행위에 사람들은 저마다 다양한 의미를 부여한다. 피사체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모습을 또렷하게 부각시키는 것, 다양한 모습 중 한 결을 담아내는 것이 목적이라면 시그마 Art 135mm F1.8 DG HSM은 그 의 도를 전달하는데 최적의 렌즈다. 

물론 이 렌즈가 100% 완벽한 것은 아니다. 일단 1,130g으로 무게가 가볍다고 볼 수 없다. 풀프레임 DSLR에 마운트 하면 전체 무게가 2kg은 거뜬히 넘어설 수 있다. 

한 가지 더 아쉬운 점은 OS(손떨림 보정) 장치가 탑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망원렌즈라는 특성상 표준화각에 비해 손떨림이 더 나타날 수 있고 고화소 바디는 손떨림이 나타나기 쉽기 때문에 분명 아쉬운 지점이다. 그러나  OS가 탑재되었다면 렌즈 무게가 더 무겁고 크기도 커졌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지면을 통해 전체 사진의 원본 사이즈를 보여줄 수 없는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 

아쉬운 대로 몇 장의 원본 크기 사진을 첨부하는 것으로 리뷰를 갈음한다.



                              <사 양>

      렌즈 구성 매수      10 군 13 매

      화각 (35mm)       18.2 °

      조리개 날개 매수   9 매 (원형 조리개)

      최소 조리개      F16

      최단 촬영 거리 87.5cm

      최대 촬영 배율 1 : 5

      필터 크기      φ82㎜

      최대 지름 × 길이      φ91.4mm × 114.9mm

       무게       1,130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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