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는 스마트폰으로, 사진은 카메라로
사실 그냥저냥 사진을 찍기엔 스마트폰 카메라도 훌륭합니다. 그러나 스마트폰만 쓸 때 뭔가 답답했던 기억들이 있지 않나요? 예를 들어 야경 촬영이나 앞뒤가 흐려지는 심도가 표현된 사진을 찍고 싶다거나 하는 경우들이요. 물론 장노출 촬영을 가능하게 해주는 앱도 있고 최근 스마트폰 카메라는 원하는 부분을 제외하고 흐리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런 앱이나 기능이 완벽하지는 않지요. 신경 쓰이기도 하고, 귀찮기도 합니다. 어두운 곳에서 촬영한 이미지에는 노이즈도 많이 끼죠.
카메라의 발전 과정을 보면 빠지지 않는 부분이 바로 촬상면의 발전입니다. 즉 어디에 찍히느냐에 따라 카메라 관련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라이카의 탄생입니다. 라이카는 기존 필름이나 유리건판에 비해 훨씬 작은 크기의 필름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결과물로 사진가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그리고 그때 만들어진 필름 한 컷의 사이즈는 지금까지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흔히 말하는 풀프레임 디지털카메라의 센서 면적이 그때와 동일하거든요.
더불어 필름 자체의 해상력이나 감도가 좋아지면서 35mm 판형 카메라는 다양한 용도로 쓰이게 되고 큰 인기를 얻게 됩니다.
그리고 디지털카메라 시대가 시작되면서 사진가들은 더 큰 자유를 얻게 됩니다. 필름을 현상하지 않아도 그 자리에서 바로 사진을 확인할 수 있게 됐죠.
그러나 디지털카메라가 출시된 초기에는 대다수 전문가와 하이 아마추어들이 필름을 선호했습니다. 왜냐면, 초창기 디지털카메라의 이미지가 필름보다 좋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편의성 외엔 딱히 더 좋은 부분이 없었던 것이죠. 이미지 한 장 한 장의 퀄리티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에게 디지털카메라는 믿을 수 없는 기계였습니다. 디지털 이미지 센서 성능이 필름에 훨씬 못 미치던 시기였죠. 그러나 그런 상황은 금방 역전되고 맙니다. 이미지 센서 기술은 반도체 영역이라고 볼 수 있는데, 다들 알다시피 반도체 기술은 매우 빠른 시간 안에 급격히 성장했죠.
서설이 길었는데, 스마트폰에 탑재된 이미지 센서와 카메라에 탑재된 이미지 센서는 크기 자체가 다릅니다. 추후에 스마트폰에 탑재된 이미지 센서가 커진다고 해도 본격적인 카메라에 탑재된 풀프레임 센서만큼 커질 확률은 극히 낮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센서가 커지면 렌즈도 같이 커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카툭튀’라는 말로 스마트폰 렌즈 크기를 까는데, 센서가 더 커지면 어떻게 될까요?
‘이미지 센서의 크기가 왜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고감도 부분에서 유리합니다. 같은 화소이나 센서 크기가 차이가 날 경우를 예로 들어봅시다. 스마트폰 카메라는 손톱보다 작은 센서면을 동일한 화소로 나눠야 합니다. 그러나 카메라는 그보다 훨씬 큰 면적에 동일 화소를 나누면 됩니다. 당연히 화소당 면적도 카메라가 더 크고 화소 간 거리는 스마트폰이 더 가깝고 일반 디지털카메라는 더 멀겠죠. 화소 간 거리가 짧으면 짧을수록 노이즈가 더 많이 발생하게 됩니다. 똑같이 조명이 어두운 상황에서 스마트폰과 카메라로 촬영한 결과물이 다른 이유입니다.
센서가 커지면서 얻게 되는 이득은 또 있습니다. 바로 심도 표현입니다. 센서가 클수록 흐려지는 부분이 많아지게 촬영할 수 있습니다.
센서만 다른 게 아니죠. 렌즈도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 스마트폰에 탑재된 렌즈는 광학줌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원래 촬영될 이미지의 일부를 잘라 담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스마트폰에서 두 손가락을 벌리며 줌을 당겨 촬영한 사진의 화질이 떨어지는 이유입니다. 만약 스마트폰 카메라가 지원하는 화소가 1300만 화소라면 일부를 잘라내고 소프트웨어적인 방법, 즉 디지털 프로세싱으로 잘라낸 부분을 1300만 화소로 뻥튀기합니다. 때문에 그보다 화질이 떨어지는 결과물로 저장됩니다. 광학줌이 아니라, 디지털 줌이기 때문입니다.
위의 사진은 폰카를 사용해서 촬영한 사진입니다. 첫 사진은 줌을 사용하지 않은 사진이고 두 번째는 디지털 줌을 사용한 사진이지요. 두 사진의 화질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사진 데이터를 확인해보면 화소는 같지만, 실질적인 화질에서는 엄청난 차이를 보입니다.
그러나 본격 디지털카메라는 그렇지 않죠. DSLR이나 미러리스까지 갈 것도 없습니다. 콤팩트 카메라에 장착된 줌렌즈는 실제 광학 유리가 움직이며 가까이 당겨 찍습니다. 화질 손실이 없죠.
줌 기능뿐 아니라 렌즈가 만들어주는 이미지 자체도 많이 다릅니다. 요즘 스마트폰에는 F2.0보다 밝은 렌즈가 장착되기도 하지만 F1.4나 F1.2 정도는 아직 출시되지 않았습니다. 렌즈 크기가 커지기 때문인데요. 그에 반해 렌즈 교환식 디지털카메라들은 F1.4 렌즈 선택지가 무궁무진합니다. F값이 밝은 데다가 센서까지 커서 피사체와 배경을 더 확실히 분리시킬 수 있죠. 소위 말하는 흐림이 더 강하게 촬영되는 겁니다. 더불어서 무리하게 감도를 높일 필요도 없어집니다.
결과적으로 제대로 된 카메라를 쓰면 사진이 달라지게 됩니다. 사진은 장르적 특성상 장비에 따라 결과가 판이하게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조금 더 나은 사진, 다양한 상황에서 조금 더 만족스러운 사진을 찍고 싶다면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카메라를 드는 게 낫습니다. 물론 새로운 장비를 사야 하니 비용이 더 들겠지만, 스마트폰이 해낼 수 없는 사진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 디지털카메라들은 Wi-Fi 신호를 통해 사진을 찍은 즉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옮길 수 있죠. SNS에 자랑스럽게 사진을 자랑하는 건 일도 아닙니다.
난 왜 인스타그램에 이런 사진을 올릴 수 없지?라는 부러운 생각이 든다면 열에 여덟이나 아홉은 그 비교 대상 사진이 카메라로 촬영된 결과물일 확률이 높습니다.
제대로 된 사진을 찍고 싶다, 잘 찍은 사진을 자랑하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든다면 스마트폰 카메라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보다 카메라를 새로 장만하는 게 훨씬 쉽고 확실합니다.
비교 사진 1
비교 사진 2
상단의 사진들은 차례대로 아이폰 6, SONY a9 + Canon 35mm F1.8 LTM, SONY a9 + Jupiter-3 50mm F1.5로 촬영한 사진들입니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세 이미지는 확연히 다릅니다. 바로 확인되는 차이는 바로 심도입니다. 폰카로 촬영한 사진은 화면 전체에 초점이 맞아 있지만 나머지 사진들은 특정 위치에 초점이 맞고 뒤가 흐려져 있습니다. 촬영자가 강조하고픈 피사체를 확실히 부각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SONY a9에 마운트 한 렌즈들은 현행 최신 렌즈가 아닙니다. 두 렌즈 모두 1950년대에 출시된 제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렌즈 교환식 카메라에 물렸을 때에는 최신 기술의 집약체인 스마트폰이 만들어주는 이미지보다 여러 면에서 낫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스마트폰은 렌즈 교환이 불가능하지만 렌즈 교환식 카메라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렌즈로 교환해서 촬영할 수 있지요.
100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지만 그 횟수를 한 번으로 줄일 수 있는 도끼가 있다면? 저라면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을 고려해서 비용이 더 든다고 해도 한 번만 찍어도 나무가 넘어가는 도끼를 선택하겠습니다. 100번 찍어서 한그루를 넘어뜨릴 때 그 도끼는 100그루를 넘어뜨릴 테니까요. 그리고 비싼 도끼 값을 충분히 충당할 수 있을 겁니다. 스마트폰과 카메라,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