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프로젝트
저는 인생에 걸친 프로젝트를 하나 하고 있어요. 바로 엄마와 일 년에 한 번 여행을 하고 여행지에서 겪은 에피소드와 이야기 그리고 함께 찍은 사진으로 책을 한 권 엮는 겁니다. 한 해 한 권씩 쌓이다 보면 어느새 벽한 면을 채울 정도로 많은 책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 책들은 나중에 엄마가 더 이상 여행을 지속할 수 없을 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거라 생각해요. 저 또한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도 더 이상 볼 수 없을 때 저를 살게 하는 이유가 되어 주리라 생각합니다. 어렸을 적에 부모님이 저를 기록해 주셨던 것처럼 말이죠. 물론 그렇지 않은 분도 계시겠지만 저는 가족이 정말 소중합니다. 이런 인생 프로젝트를 계획하게 된 계기가 있어요. 세월호 사건 기억하시나요? 당연히 기억하시겠죠. 전 세계적으로도 비극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출근길에 페이스북으로 본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잊혀지지가 않아요. 한 손엔 핸드폰을 들고 다른 한 손엔 손잡이를 잡고 전철 안에서, 버스 안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저는 삶이 너무 유한하게 느껴졌어요. 알고는 있었지만 와 닿지는 않았는데 이 사건으로 절박해졌다고 해야 할까요.
퇴근하고 옷장을 열어보니 방 한 가득 제 옷이 걸려 있었어요. 부모님 방에 가서 옷장을 열어보니 제 기준에서 옷이라고 할 것도 없고 아빠는 찢어진 러닝셔츠를 그대로 사용하고 계시더라고요. 제가 너무 부모님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는 죄책감에 잠에 들 수 없었어요. 월급날 엄마에게 넉넉한 돈을 드리며 사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있으면 이걸로 다 하라고 하면서 드렸어요. 주말에 집에서 쉬고 있는데 엄마가 방에 들어오셨어요. 뭔가 한 보따리를 들고 있는 거예요. 기대에 차서 열어 봤더니 화가 너무 나서 엄마에게 소리를 쳤어요. 친척 아이들 초등학교 입학한다고 가방하고 학용품 더미랑 세일한다고 동생 패딩을 미리 사셨고 아빠의 낡은 신발 등등 죄다 가족들 꺼더라고요. 기가 차서 엄마 꺼는 어디 있냐고 소리쳤더니 글쌔 신이 나서 검정 봉지에서 꾸깃꾸깃 루이뷔통 짭퉁 스카프 하나 꺼내시면서 말하시더라고요. “내게 왜 없어 여기 있지~” 하면서 귀엽게 어깨에 걸치면서 이쁘지? 하시더라고요. 가격을 물어보니 5000원이라는 겁니다. 이제는 화도 나지 않았어요. 저는 그때 생각했어요. 엄마는 너무 오랜 시간 자신을 위해 살아 본 적이 없어 이제는 자유를 줘도 쓰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있다고. 이제는 제가 돌려드려야 할 시기라 생각했어요.
엄마의 부러진 날개를 제가 고쳐 주고 싶었어요. 그 후부터 저는 엄마와 여행을 떠납니다. 터키를 다녀왔고, 교토를 다녀왔고, 제주도를 다녀왔습니다. 올 해는 통영을 생각 중인데 코로나로 아직 실천은 하지 못했습니다. 그 속에서 엄마와 여러 경험을 했고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여행이 아니라면 평생 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 말이에요. 엄마의 진짜 사랑 이야기도 듣고 물론 저희 아버지는 아니었습니다ㅎㅎ 그 사랑이 이루어졌으면 저는 지금 이 자리에 없었겠죠. 큰일 날 뻔했습니다.
저는 성년이 되기 전에 가까운 이의 죽음을 많이 경험했어요. 다 명을 채우지 못하고 돌아가셨죠. 처음에는 부모님이 우시니까 따라 울었고 자아가 형성될 때쯤에는 짙게 얼룩진 추억들에 의해 울었어요. 그 과정에서 느낀 후회에 대한 걸 말해 보려 합니다. 아무리 금전적, 정신적으로 사랑했다 한들 후회는 무조건 하게 되어 있다는 사실을 말이죠.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배품의 기준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기 마련입니다. 그렇담 선택을 해야 합니다. 많이 후회할지, 아니면 덜 후회할지 저는 덜 후회하기 위해 생각하고 움직이려 해요.
여러분 인생은 정말이지 덧없고 짧습니다.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요. 저도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하다 보니 또 익숙해지더라고요. 돈 드는 것도 아니고 누가 하라고 강제하는 것도 아닙니다.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대로 해보시면 됩니다. 이 세상 어느 누가 사랑한다는 말을 싫어할까요. 하물며 금쪽같은 자식이 해주는 '사랑해'라는 말은 엔도르핀, 옥시토신, 도파민보다 더 한 기적도 만들 들어낼 거라 생각해요. 갓 말을 배우기 시작한 아기의 사랑해라는 말과 돌아가시기 직전에 뱉은 '사랑한다'는 말의 의미는 같은 단어지만 담겨 있는 무게는 듣는 사람에 따라 천지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저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 말을 전합니다. 매일 듣는 부모님도 언제나 사랑한다 말해 주십니다.
제가 알지 못하는 저를 기억해 주 시는 부모님과 제가 존재하지 않던 시간에 살던 부모님의 인생을 상상하며 그 말을 곱씹습니다. 오늘도 많이 웃는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