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동진 Nov 19. 2016

시간마저 멈춰 세운 요나고

#2 요나고 척행 길 - 이즈모 타이샤


일본 요나고(이즈모 타이샤, 게스트하우스, 성곽)에서 담은 사진들입니다.

사진의 모든 소유는 JaoL에게 있습니다.

사진을 다운로드하시거나 편집 행위를 금합니다.

퍼가실 때는 꼭 출처를 남겨주세요.

사진이 맘에 드신다면 공감과 함께 댓글을 달아주세요.

사진을 보내드립니다.




아침해가 밝았다. 항상 다른 나를 항상 같은 곳에서 묵묵히 지켜봐주는 그런 님이 나를 반긴다.

창문의 방향이 좋아 일어나자마자 핸드폰보다 카메라에 손을 먼저 갈 수밖에 없었다.

가만히 앉아 내가 잔 그 자리를 잠깐 바라본 뒤에 주인아저씨 윳키에게 일본식 아침인사!"오하요!"가 하고 싶어 한걸음에 계단을 내려갔다. 이미 아침을 챙기시고 무인가 쓰고 있는 아저씨

전날 너무 늦게 온 나를 반갑게 맞이해주시고 같이 마실 거라도 먹자면서 술을 들고 나타난 엄청난 분.....

또래 일본 여성 두 분과 아저씨와 늦은 밤까지 이야기를 계속했다. 짧은 일본어로도 충분히 대화가 가능하게 배려해준 일본인들에게 감사한 마음뿐이다. 주로 이야기는 요나고의 이야기와 이세돌! 의 자랑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서둘러 나갈 채비를 하고 이즈모 타이샤를 가기 위해 열차에 몸을 실었다.

일본은 관광객에게 참 좋은 제도가 많은데 그중에 열차패스가 단연 최고라고 생각한다. 이곳 요나고 돗토리 지역에서도 패스들이 많은데 나는 산인 오카야마 패스를 끊었다. 산인 오카야마 패스는 오카야마 지역을 자유롭게 4500엔(4일 동안)으로 돌아다닐 수 있는 매력적인 패스이다. 거리가 거리인 만큼 교통비가 많이 나가는데 한 번만 왔다 갔다 해도 본전은 뽑는다! 꼭 추천합니다. 이즈모까지는 요나고역에서 1시간 30분이면 도착한다. 가는 열차 안에서 타임랩스를 켜놓고 갔다. 한창 쌀농사를 끝난 밭들 사이로 지나가는 풍경을 눈으로 보고 있자면 풀냄새가 은은하게 풍긴다. 도착해서도 많이 의아했다. 평일인걸 감안하더라도 모두 다 흰머리 어르신들뿐이었다. 나이보다 늙은 취향은 인정하는데..... 너무 많이 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즈모역에 도착하면 왕복 버스 1000엔으로 티켓 구매 가능



이즈모 타이샤로 가는 버스 안 이즈모역에서 30분 정도면 도착합니다.

이즈모 타이샤는 연을 맺어주는 아주 유명한 신사로 10월에는 일본 전국에 800만신들이 이곳에 모인다고 하여 10월이 가장 성수기입니다. 신이 있는 달이라고 하여 이즈모 지역을 10월달엔 '카미아리즈키'로 불리고 반대로 다른 지역에서는 신이 없다고 하여 '카나즈키'라고 불리는 달이기도 합니다. 애국자라 참배는 하지 않고 사진만 찍고 왔다. 이즈모 타이샤는 유명한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로 참배 방식이 다른 신사와 조금 다르고 두 번째로 시메나와(노끈 뭉치로 이루어진 리본?)가 가장 크고 그 사이에다가 동전을 넣어 끼우면 연을 이루어 준다고 합니다. 세 번째로 일본에서 가장 큰 게양대가 있습니다.



유명한 예술가들은 모두 고독했다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작품은

거저 나오는 게 아니라고


도착하고 보니 근처 고등학교? 중학교 전교생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한 명 한 명 그림을 보고 싶었지만 저마다의 세계를 공부하는데 방해할 수 없어 멀찌감치 바라보며 사진을 담았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진 중에 하나

모두의 염원이 오래오래 이곳에 묶여

염원이 이루어질 날을 기다리고 있다.

숨은 저를 찾아 주세요.

왔으니 인증샷은 필


가장 좋아하는 사진 중에 하나

사진 찍는 도중 얼마나 절실히 기도하는지 보통 소리 내서 기도하지 않는데 소리가 새어 나오는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곳에서는 다리가 불편하신 어머니와 간병인이 있었고 사진을 찍으며 새어 나오는 말들을 들고 있자니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던 기억이 난다. 기도의 내용은 대충 이렇다.

이제 곧 딸이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너무나도 사랑하는 딸이라고 멋지게 잘 사는 딸의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만약 나에게 남은 복이 있다면 모두 딸에게 주고 싶다고 혹여나 나의 불편한 다리가 딸에게 피해는 가지 않을까 그것이 너무나도 걱정스럽고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세상에 끝도 없이 부족한게 있다면 자식 생각하는 부모 마음뿐이지 않을까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보다 자식을 생각하는 이 땅의 부모님들 너무나도 존경합니다.

아버지 표정이 궁금하시다면 지금 거울을 보세요

일본의 신들은 참 바쁘겠다.

전통의상이 주는 오묘한 신비감은 나를 살짝살짝 간지럽힌다.

운을 점칠 수 있는 자판기

시간이 애매해 이즈모역 안에 있는 소바집

오른쪽 간장통으로 간을 해서 먹고

신기했던 건 국물이 뜨거운데 계란은 익지 않고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너무나도 신기한 것...

손해 본 내 중간운 중간운은 대체..

의도한 건 아니지만 깔맞춤 (핏. 캡틴 아메리카)


사실은 오전에 이즈모타이샤를 구경하고 오후에는 아다치 미술관을 가려했다. 도착하는 시간을 대충 계산해보니 5시에 문을 닫는다고 적혀있으니 1시간뿐이 구경을 못할 것 같아 전날 술도 먹었겠다. 요나고로 우선 다시 돌아왔다. 요나고역에서 걸어도 괜찮은 거리에 요나고 옛 성곽이 있다는 말을 어제 윳키에게 듣고 가보자고 마음먹었다. 가지 않았다면 정말 후회할 뻔했다. 주변에 물이 있어 쭉 돌면서 20분 정도 산행을 하면 정상에 도착하는데 기분 좋은 바람이 계속 불어오고 뒤로는 바다가 앞으로는 요나고의 모습이 아래로는 자연이 그야말로 삼위일체의 모습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성곽에서는 많은 스폿들이 있는데 인생 샷 건지기에는 이만한 곳도 없다고 생각했다. 바람이 조금 강력해 저곳에서뿐이 사진을 못 찍었지만 강심장이라면 분명 멋진 사진을 얻으리라 확신한다.

가는 길에 헬스장 앞에 주차되어 있는 자전거 녹슨 철들 과 어우러지는 주황이 이뻐서

보케를 표현하고 싶어 빛이 좋은 해질녘에 찍은 바다의 모습


지진으로 가는 길 하나가 없어졌다고 했는데 이때부터 조금 불안하다 싶었다. 역시나 불안한 예감은 마지막 날 어김없이 찾아오는데....


요나고 성곽에서 야경도 보고 싶었지만 바람도 차고 많이 걸었던 탓인지 피로가 발끝까지 밀려왔다. 정상에는 방명록을 쓸 수 있는 곳이 있는데 23일자에 한글로 나도 방명록을 작성했다. 지난 방명록을 봤지만 어디에도 한글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외로운 한글 방명록이 다른 한글 방명록을 기다립니다~!


#1 반가운 한국말의 출처가...... 강철검이라니

게스트하우스에 들어가 윳키가 추천해준 대중탕을 갔다. 350엔으로 자기도 자주 애용하는 곳이라고 했다. 타월과 씻을 거리는 챙겨가야 합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대중탕을 이용하자니 정말 일본에 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든 김에 저녁은 오코노미야키가 먹고 싶어 윳키에게 유명한 곳이 없냐고 물었다. 엄마가 하는 곳이 있다고 말했다. 일러준 곳으로 가서 500엔도 안 되는 가격의 오코노미야키를 시키고 오늘 찍은 사진들을 보고 있는데 뒤에서 한국말이 들렸다. 너무나도 반가워서 뒤를 돌아봤는데 티브이에 주몽이 하고 있었다... 한류를 느낀 첫 번째.. 어찌나 반갑던지 자리를 바꿔 앉아 잘 보지도 않는 드라마를 다 보고 나왔다.


#2 요나고의 엄마

가게 안에서 밥 먹을 때 한 남성이 들어오며 '엄마 나왔어'하며 반갑게 들어온다. 그 남성은 조금 있다가 직장 동료가 올거라 주인 아주머니에게 친근하게 말한다. 엄마로 보이는 주인아주머니는 '매번 시키는 거?'라고 말하고 요리를 하신다. 조금 있다가 직장 동료로 보이는 남성이 들어오며 다시 '엄마 오랜만이야'하며 들어온다. 그때 든 생각 도대체 형재가 얼마나 많은 거야(분명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의 어머니라고 했는데) 내가 본 것만 3명인데 나이 때로 보아 조금 의아해하며 게스트 하우스로 돌아왔다. 윳키에게 도대체 형제가 몇 명이냐며 오늘 형과 동생으로 보이는 분들을 봤다고 했다. 윳키는 한참을 웃으며 이야기하는 내용이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사실은 그 아주머니는 사고로 자식을 잃었다고 했다. 마을 주민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시작이 어떻게 된건지도 모르게 아주머니에게 엄마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눈물이 핑도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슴 한편에는 애린마음이 자리 잡는다. 좁은 시골마을에서는 작은 일이든 큰 일이든 금방 소문이 돈다. 좋은 일도 금방 돌고 나쁜 일들도 금방 돈다. 작은 일도 관심 있게 듣고 큰 일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생각하며 좋은 일은 함께 기뻐하고 나쁜 일은 서로에게 아낌없이 힘이 되어주는 요나고를 나는 그날 그곳에서 보았다.


내가 알던 곳도 낯설게만 느낄 때가 있다.

친해져야 하는 건 사람뿐만이 아니다 장소도 익숙해지고 친해져야 한다.

집(게하)에 돌아가는 길 처음에 색이 빠진 요나고를 느꼈던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컬러풀한 요나고가 눈에 속속들이 들어왔다. 천천히 걸으면서 생각했다.

내가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이 심리적으로 강한 안정감을 준다는 것을

안정감이 있어야 주변도 돌아 볼수 있고 경계와 의구심을 조금 걷어내니

회색빛 도시는 어느 순간 정감있는 색들을 가지고 있었다.


장소와 가장 빠르게 친해지는 법

돌아갈 곳에 나를 기다려주는 사람과 추억을 만드는 것


있어 보이게 썼지만 그냥 놀고먹고 친구 만들라는 말이다.



Authorling  |  JaoL

Photograph|  JaoL




매거진의 이전글 시간마저 멈춰 세운 요나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