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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진 Dec 04. 2016

시간마저 멈춰 세운 요나고

#4 돗토리 사구와 1000엔 택시


요나고(돗토리)에서 담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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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만난 값진 인연과의 해어짐을 뒤로하고 바로 1천엔 택시를 타기위해  돗토리관광서포트센터로 향했다. 돗토리역에서 버스 터미널쪽으로 나와 오른쪽으로 쭈욱! 걸어가다 보며 50미터 정도에 위치해 있다.

안에 들어가면 엄청난 양의 품플렛을 손에 넣을 수 있다... 그것도 한국어 팜플렛을. 여행지에서 얻어오는 팜플렛을 모으는 버릇이 있는데 이번에는 비닐 팩이 찢어질 정도로 많았다.. 거의다 돗토리 관광센터....


택시를 이용하실 분들은 이 사이트를 참고하면 좋을 것 같아요. 한국말로 되어있어 코스 고르기 용의 합니다.

저는 자연 덕후라! 3번을 갔어요. 택시 기사님이 3시간 안에 다 돌기 위해서는 정말 사진만 찍고 가야 할 정도로 빠듯하다며 폭풍 운전을 선물해주셨던 기억이 나네요. 간단한 설명도 사이트에 있기에 생략하겠습니다!

샨샨 축제 때 쓰는 우산 돗토리는 샨샨 축제

우산 끝에 달린 방울이 샨샨 소리를 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샨샨 축제의 기원은 과거에 전대미문의 가뭄이 들어 어느 한 노인이 3일 동안 우산춤을 추며 비가 오기를 기도했습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비가 오기 시작했고 노인은 과로로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 후에 후손들이 노인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시작한 축제라고 합니다. 샨샨 가사 오도리(우산춤)를 추며 돗토리 시내를 4000명이 행진을 해요. 돗토리시 가장 큰 축제로! 날짜를 잘 맞춰 간다면 진귀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돗토리역에서 택시로 40~50분을 달려 도착한 후도인 이야와도 사실 요나고 관광지를 검색할 때 꼭 가보고 싶었던 곳 중에 하나가 미도쿠산 투입당이었다. 그 모습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동굴 안에 당을 넣었다는 것이 같은 후도인 이야와도는 조금 장엄한 느낌을 받았었다. 저 멀리 산꼭대기에서 흐르는 강을 건너면 보이는 이곳은 들어가서 보지는 못하고 밖에서 구경만 할 수 있었다. 수평을 계산해서 맞춰놓은 지지대를 보고 있자면 인간이란 얼마나 경이롭고 대단한가를 새삼 깨닫는다. 동굴 안에 절을 만들 생각을 한 고보다이시라는 사람이 되어 그곳을 한참을 바라보다 사진을 찍고 다른 곳으로 향했다.


샨뱌쿠다씨의 집

에도시대의 농가를 느낄 수 있는 보호 문화제로 그 당시에 썼던 농기구와 소품들이 전시되어있는 박물관과 함께 있다. 그곳에서 본 옛날 스키는 아직도 충격이다. 나무로 만든 튼튼해 보이고 정교하게 만들어진 스키를 보니 손기술은 우리 한국만 좋다고 생각했는데 동양 특유의 재능인 것 같다.(중국인들도 손기술이 장난 아니다. 북한은 세계적으로 자수 손기술이 유명하다) 산속 중턱에 위치해있는데 관리하는 사람이 한 명뿐인데 어찌나 관리가 잘 되어있는지 정원의 칼 같은 모양과 먼지가 쌓일 법한 곳까지 깨끗했었다. 매일매일 청소를 하러 온다고 하셨다. 샨뱌쿠다씨의 집 거실안에 있는 모닥불을 피고 요리를 해 먹었던 화덕에 앉아 오싱의 주연인 하마다 코코네가 되어 당시의 모습을 떠올려 보기도 했다.

집안뿐만 아니라 창으로 보이는 모든 것들을 상상하며 그날에 그 집에서 살았던 화목한 가족들을 상상하며 간단한 소설 같은 메모를 써 내려갔다. 감정이입을 할 때쯤 현실로 돌아오게 해 준 기사 아저씨의 재촉으로 서둘러 택시에 올랐다.


와카사

다음으로 향한 곳은 와카사라는 곳이다. 일본 안에서도 벚꽃으로 유명한 곳이 몇 군데 있는데 그중에서도 벚꽃시즌에만 열차가 분홍빛으로 물드는 이곳은 조금 특별하다면 특별한 곳이다. 쓰지 않는 철로 사이로 벚꽃들이 만연해있고 그 사이에 있는 오랜 역사를 살아온 와카사 열차가 벚꽃시즌에만 분홍색으로 도색을 한다. 일본 안에서도 한때 유명했는데 위에 보이는 사진은 간장이다. 그 옆에 핑크 카레도 있었는데 비트의 성분을 추출해서 만든 핑크색의 상품들은 돗토리 안에서 시작해 일본 안에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었다. 세계 최초 핑크 간장 너무나도 착한 디자인이지만 가격만큼은 착하지가 않다. 한 번쯤 구매욕을 당기지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트위터를 본 기억이 나서 막 지갑을 열려던 순간 멈춰세웠다.



와카사 거리

흰 벽들과 중앙 거리 사이로 작은 시냇물이 흐르는 와카사 거리는 여느 시골마을과 비슷한 모습을 풍긴다. 너무나도 익숙한 모습에 숨을 크게 한번 들이쉬고 입구에 들어갔던 기억이 난다. 숨을 들이쉴 때 지금은 아무도 계시지 않아 기억조차 나지 않는 할머니의 향을 떠올려 본다. 분명 이런 향이었던 것 같은 확실한 기분이 든다. 일본 안에서는 여기저기 절을 볼 수 있는데 한 블록 건너 절이 있을 만큼 그 수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심심치 않게 참배를 하러 오시는 어르신들이 보였는데 습관처럼 들리시는 것 같았다. 60억 인구가 있다면 그 소망은 60억 개를 훨씬 웃돌 테니

내 사랑 밀크티 깔끔한 단맛은 한국에 와서 느끼지 못한다.

아마 고기도 산속에서 버너에 구워 먹으면 더 맛있듯

분위기에 취해 그 맛을 잊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빠르게 진행된 1000엔 택시의 3시간은 내가 보려던 장소들을 다 보고도 시간이 조금 남았다. 근처 유명한 신사를 잠깐 들리자고 기사님은 말해주셨다. 한 곳이라도 더 볼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어 레츠고를 외쳤다. 가는 길에 만난 왕따 은행. 혼자서만 우두커니 서서 모두의 부러음을 받는 건지 시기 질투를 받는 건지 알 수 없지만 먼저 성숙해져 버린다고 해서 좋은 점도 나쁜 점도 있을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로


사실 이번 여행은 오로지 샌드보드를 타기 위해 온 여행이라고 10번을 말해도 아깝지가 않을 정도로 보드 하나  바라보고 왔다. 돗토리 사구도 특별한 곳이지만 우리나라에도 사구는 있다. 근대 왜 여기였냐? 이유는 낙타와 행글라이더, 샌드보드를 탈 수 있는 곳이라 이 곳을 계획했다. 한국에서 예약까지 완벽히 마무리하고 날 시시각각으로 변해 내 운에 맡겼는데 며칠 전 뽑은 보통운 때문인지...... 오전까지 맑았던 날씨는 야속하게 오후에 폭풍 비슷하게 내리쳤다. 설마설마하는 마음으로 예약했던 '라쿠다야'를 방문하는 순간 도착한 메시지 하나...... 우천으로 모래가 딱딱해져 위험하니 다음 기회에 타자는 문자였다. 들어가 점장님에게 사정을 했지만 오늘 예약한 손님은 나뿐이었고 법이 있는 거라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셨다. 분명 나에게 더 좋은 걸 주시기 위해 이런 아쉬움을 준거라며 애써 위로해주신 아저씨를 뒤로하고 과일 배로 유명한 이곳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들고 나왔다. 힘없이 터덜터덜 사구에 올라갔다.


★혹시나 샌드보드를 타실분들은 여기에서 예약하면 됩니다!★


어찌나 사람들이 개미만 하게 보이는지 크기가 정말 보지 않고는 상상도 하기 힘들다.

자연의 동일한 작은 움직임이 오랜 세월을 거쳐 이토록 경이로운 모습을 만들기까지 상상도 할 수 없는 시간이 흘렀을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생성과정을 버튼 한 번으로 빨리 감기 해 보고 싶지만 그럴 수 없음에 상상만 해본다. 자연에게만 해당하는 내용은 아닐 거라 생각했다. 지금은 비록  작가를 꿈꾸지만 이런 나의 작은 움직임은 언젠간 조금씩 모인 모래알들처럼 단단하고 큰 언덕이 되리라.

하루하루가 모래알이라 생각하기로 다짐했다.

하루가 모여 일주일이 되고 일주일이 모여 한 달이 되며

그 한 달 이모여 일 년이 되고 그 일 년들이 모여 내 일생이 되리라.

흘러가는 삶은 후회와 핑계뿐이지만

채워가는 삶은 감사함과 만족감을 안고 살아간다고 부모님이 말씀해 주셨다.



친구라는 건

꼭대기에서 셀카봉으로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나를 붙잡으며

'젊은이 그렇게 돌아다니지 말고 내가 한 장 찍어 줄 테니 우리도 한 장 찍어주게'

체크 남방에 데님 소재의 캡 모자를 쓰신 분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혼자서 낑낑대지 말고 내가 찍어 주고 싶다고 일본인처럼 생겼는지 한국인이라고 하면 모두들 놀란다. 분명 내 조상중에는 일본인도 아랍계열도 섞여있는 게 분명해....


네분은 회사 입사 동기라고 하셨다. 일본은 장인정신의 나라 아닌가 한번 들어간 곳을 오래 다니기로 유명한 나라다. 요즘에는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잦은 이직이 많지만 어르신 세대에서는 해당사항이 없는 말이다. 40년을 함께한 동료고 가족이고 친구라고 하셨다. 이렇게 매년 같이 여행을 나와서 같이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곳과 별 시답잖은 농담들, 몸에도 좋고 보기에도 좋은 음식들을 먹으로 나올수 있는 간들이 너무나 소중하다 하셨다. 40년 우정은 감히 부러워하지 안을수 없었다. 나에게도 오랜 세월 같이한 친구들이 있지만 요즘 들어 많이 알 수 없는 복잡한 감정들이 있다. 분명 오랜 세월을 같이한 친구들은 편하다. 거기까지다. 비슷한 성향도 방향성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렇기에 오랜 친구 지내왔겠지만 사회에서 만난 내 삶의 방향과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때면 오랜 세월 함께한 친구들보다도 평온함이 있다. 요즘 들어 함께한 시간과 우정은 꼭 비례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된다. 물론 이건 개인적인 생각이라 공감을 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요즘 들어 그런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인간관계에서는 수평이란 존재할 수 없다.

어느 한쪽으로 작게라도 분명 치우치게 되는데 그러다가 내가 치우쳐 있거나 그렇지 않은 걸 눈치 채는 시점이 분명 찾아온다. 얼굴 살색인 것들도 자세히 보면 여러 가지라 예민한 사람에게는 복잡 미묘한 감정들이 수시로 들어오고 둔감한 사람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사소한 일들 중에 하나로 치부할 것이다.

간단하다. 이 세상의 주어는 누구인가 아마 나일 것이다. 그냥 내가 마음 가는 대로 하면 된다.

내가 다가가고 싶은 사람에게는 먼저 손 내밀 어야 할 것이고 다가가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는 소홀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저 그런 사이가 된다. 대신 이것 하나만은 꼭 명심했으면 좋겠다.

손 내민 횟수만큼 손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실망 하지 말기

입장 바꿔 생각하면 답은 쉽게 나온다.


혼자 원맨쇼를 하고 왔다..........

처음엔 오기로 라도 해 질 무렵을 꼭 다며 시간을 보냈는데 구름이 너무 많아 그것 또한 녹녹지 않아 보여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마츠자키에 숙소를 마련했기 때문에 조금 서둘러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 또 그곳에서는 어떤 인연을 만날까 기대하며 코인로커에서 짐을 챙겨 열차에 무거운 몸을 축 늘어 렸다.


마츠자키는 일본의 하와이 호수가 있기로 유명한 곳이다. 그곳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장면이 있는데 수애와 정우성이 함께 야외 노천탕에서 장난을 치는 장면이 있다. 도고 호수(하와이)에 떠있는 탕 보로코 료칸의 배경이 있는 곳이다. 아마 드라마 이름이 아이리스 아테네 전쟁의 여신?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드라마를 잘 안 봐서...

밤늦게 도착한 이곳은 진원지에 가장 가까운 곳으로 여기저기 건물들이 부서지고 도로가 드러나 있었다. 처음엔 유령 도신 줄 알았다. 게스트하우스에 가서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는 지진 때문에 지금은 조금 음산한 느낌이 있다고 거기에서 일을 하는 스탭이 말해 주었다.


배가 고파 10분을 걸어 편의점에서 요깃거리를 사 가지고 게스트하우스 거실에 앉아 저녁을 해결하며 스탭과 머물고 있는 사람들을 쭉 둘러보고 있었는데! 아니 이게 누군가ㅋㅋㅋ 첫날 요나역 근처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또래 여성중 한 명을 여기서 또 만난 것이다. 여행은 항상 이런 예외성 속에 재미를 더해 간다. 반갑고 신나 우린 인연이라고 말했더니 많이 부끄러워하는 것 같았다. 말실수했나.... 밤이 깊어지도록 이야기를 많이 했다. 지진 이야기와 내가 갈 여행지가 지진 때문에 가는 길이 붕괴가 되어 가지 못하는 이야기 등등을 했다. 자고로 여행지를 간다면 그 곳 현지 원주민에게 묻는 게 리얼이라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어! 스탭과 그곳 사람들에게 일본 여행정보를 많이 얻었다. 자전거 코스도 있고 석시대의 무덤으로 된 곳인데 히로시마 근처에 신기한 자연을 볼 수 있는 곳과 오키나와 최남단 섬들의 여행 등등 많은 정보를 얻었다. 다음 일본을 갈 때도 많은 참고가 되리라. 구글에 별지도를 하나하나 추가하다 보니 나중에 10년 후의 내 구글 지도는 분명 빛으로 물들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 날을 생각하며 잠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Authorling  |  JaoL

Photograph|  Ja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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