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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진 Oct 31. 2017

네덜란드를 보다.

#8 숲 속의 미술관 크뢸러 뮐러

사진 많음 주의


네덜란드에서 담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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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를 쫓아 여기까지 왔지. 크뢸러 뮐러

숲 속의 미술관 크뢸러 뮐러를 보기 위해서는 아침 일찍 현관문을 열어야 한다.

전철은 많지만 아르헴과 크뢸러 뮐러 사이를 순환하는 버스의 시간이 촉박하게 적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에서 하루하루를 지내며 느낀 거지만 정말 렌트하기 좋은 나라다.

언덕이 거의 없고 자전거를 주로 교통수단으로 쓰기 때문에 교통체증은 이 나라 사람들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나 다름없다.


눈 비비며 도착한 아름헴.

날이 적당히 우중충하니 고흐의 작품을 감상하기 딱 적당한 날이군.




터미널로 내려오니 어찌나 황금 타이밍에 왔는지 약 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정보가 많이 없는 탓에 무작정 왔더니만 역시나.

크뢸러 뮐러 안에는 근사한 움막집이 카페로 이용되는데 그곳에서 요기할 맥주와 간식거리를 구매하고 목을 축이니 금세 버스가 도착했다.



순환 버스는 K정류장에 정차하고 기사님에게 왕복 티켓을 끊을 수 있었다.

약 10유로 정도로 기억.







도착한 버스정류장에서 호헤 베루어 국립공원 입구까지 걸어서 20분 정도가 걸려.

10분은 자연과 어우러져 생활하는 주택단지를 지나고

나머지 10분은 농장동물들과 자연을 맞다 보면 도착해.



입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네덜란드 뮤지엄 패스카드가 있다면 10유로에 입장할 수 있어.

공원에 출입료와 미술관의 관람료가 합쳐진 금액.





입구에 들어서자 마음이 들뜨는 이유는

다소곳이 줄지어 있는 자전거들 때문이야.

듬성듬성 채워져 있는 자전거들 중 아무거나 마음에 드는 녀석을 골라서 우선 타기만 하면 돼.

자연의 일부가 되었다고 생각할 때쯤 숲 속의 미술관 크뢸러 뮐러와 만날 수 있어.


마음 가는 대로 솟아 있는 나무들이 좋았고

엉겨 붙어 살갗을 보듬는 소리도 좋았고

가로지르는 공간의 흐름도 좋았고

마찰 없이 스며드는 상쾌한 공기도 좋았고

거꾸로 흘러가는 신선한 영상 속에 내가 있음에 좋았고

그 영상미를 풍성하게 해주는 경쾌한 새들의 내레이션도 좋았어

해도 해도 표현할 수 있는 언어를 관통한 이 감정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냥 좋았어 모든 게.





도착했으니 인증샷은 필수!

#멋진 배경에 들어가기


내가 타고 온 녀석

다시 나갈 때도 이 녀석을 타기 위해 사진을 찍었어.





헬레네 뮐러와 안톤 크뢸러의 이름을 따서 크뢸러 뮐러가 되었어.

유명한 작품 수집가로도 알려져 있는 그들은 평생을 모은 작품과 땅을 나라를 위해 오픈했지.

고흐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 <밤의 카페테라스>와 <감자 먹는 사람들>의 원본을 소장하고 있어. 그 외에도 모네, 쇠라, 초기 몬드리안과 피카소의 작품까지 미술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배부른 포만감을 가지고 돌아갈 수 있어. 거기다가 55km나 되는 넓이를 가지고 있는 호헤 벨루어(네덜란드 국립공원) 정중앙에 위치한 이 미술관은 넓은 숲 속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새를 연상될 정도로 편안하고 따뜻해.


유일하게 촬영이 가능한 미술관이라 더욱 와 보고 싶었던 곳이야.



입구의 동상과 한 장! 엣햄



캐비닛에 가방이 들어간 모습이 귀여워 한 컷





일본이나 한국에서 화장실을 쓰고 와서 그런지

유럽에서는 만족스러운 느낌을 받지 못했는데

여기는 아주 정갈하고 관리가 구석구석 잘 되어있어.



초기에는 현대작가들의 작품이 많은데

이 작품은 하늘을 땅에 내려놓은 작품이야.




#들어가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라 마음껏 찍었어.



그림은 시와 자연과 같다고 자주 화가들은 말했다.

순수한 영혼들이 담은 자연과 문자 없이 읊퍼지는 시를 보라면

맛있는 음식이 생각난다.

맛은 볼 수는 있지만 설명할 수 없으니 고스란히 감정만 남는다.

그저 그 순간 내 감정에만 집중한다.

작품을 감상하는 내 태도는 이렇다.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 재미있는 일화와 그 당시 사회 상황들, 작가가 처해있는 여러 사건들과 그 당시 느낀 감정들을 알고 봐도 재미있지만 굳이 공부하고 보지 않아도 상관없다. 미술작품은 책과도 같아서 보기 싫으면 잠시 덮어두면 그만이니까.










저 아름다운 판타지에 주인공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




절묘하게 대칭을 이루는 흰색 벽이 액자가 되어 그림을 밝혀 준다.

좋아하는 사진 중에 하나야. 그림이든 사진이든 나는 사람이 없으면 허전하더라.



한 점 한 점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조르주 쇠라가 고안해낸 독특한 화법인 점묘법은 적은 색으로 효과적인 명암을 표현하기에 용이해.

따뜻한 그의 그림을 보고 있자면 나머지 풍경도 그려져.







줄지어있는 고흐의 습작들

짧게 코멘트가 적힌 작품들을

골똘히 보고 있는 아저씨.





이 그림을 쫓아 여기까지 왔어.



고흐는 밤을 사랑했다. 이 그림을 기점으로 2년간 200점 이상을 남기고 비교적 짧은 나이 37세에 자살을 선택한다. 고흐가 약 900점을 남긴 시간은 고작 10년에 불과하다. 26살부터 시작한 그의 화가로서의 길은 치열했고 거짓 없이 필사적이었다. 밤하늘의 별을 갈구하는 위태로운 호롱불 같았던 그는 태오에게 이런 편지를 쓴 적이 있다.


"죽어서 묻어버린 화가들은 그다음 세대에게 자신의 작품으로 말을 건다. 지도에서 도시나 마을을 가리키는 검은 점을 보면 꿈을 꾸게 되는 것처럼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은 늘 나를 꿈꾸게 한다. 그럴 때면 나는 묻곤 한다. 프랑스 지도 위에 표시된 검은 점에게 가듯 왜 창공에서 반짝이는 별들에게 갈 수 없는 것일까? 타라스곰이나 르왕에 가려면 기차를 타야 하는 것처럼 별까지 가기 위해서는 죽음을 맞이해야만 한다. 죽으면 기차를 탈 수 없듯 살아 있는 동안에는 별에 갈 수 없는 뜻이다. 늙어서 평화롭게 죽는다는 건 별까지 걸어서 간다는 거다."...


밤의 카페테라스는 아를에 있는 한 카페를 그린 것이다. 고흐는 그림만 그렸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편지도 많이 썼다. <밤의 카페테라스>를 그리고 여동생에게도 편지를 남겼다.

"푸른 밤, 카페테라스의 커다란 가스등이 불을 밝히고 있어. 그 위로는 별이 빛나는 파란 하늘이 보여. 바로 이 곳에서 밤을 그리는 것은 나를 매우 놀라게 하지. 창백하리만치 옅은 하얀빛은 그저 그런 밤 풍경을 제거해 버리는 유일한 방법이지. 검은색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아름다운 파란색과 보라색, 초록색만을 사용했어. 그리고 밤을  배경으로 빛나는 광장은 밝은 노란색으로 그렸단다. 특히 이 밤하늘에 별을 찍어 넣는 순간이 정말 즐거웠어."...


그만큼 별을 동경했다. 그의 세계(그림)는 중간이 없다. 이분법적인 그는 가난했던 육신보다 더 허기진 자신의 에고(ego)를 걱정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디자이너로 일할 적 흰색면을 채우는 일이 그렇게 두렵고 어려웠다. 캔버스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진정한 화가 고흐의 끝은 영원히 빛나고 있는 북극성의 시작과도 같다. 적어도 내게는 말이다. 더욱 유명하고 거창한 작품들이 많지만 왠지 나는 이 그림이 끌린다. 고흐의 따뜻함이 끌린다.



절묘한 빛이 아름다워 한 장.








그녀는 그녀의 세계를 열심히 공부하고 들여다보고 있었어.








저 아이들은 어떤 마음일까

멀리서도 꺄르륵 꺄르륵 환청이 들릴 정도로

웃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음식점이 있지만 숲 속에서 먹기 위해 전경만! 찍고 나왔어.






이거는 하나 구입! 임용을 준비하는 친구에게 선물하기 위해서










이런 풍경을 보고 있자면 역시 오길 잘했다 싶어.

크뢸러 뮐러는 나와 대화할 시간과 장소가 시도 때도 없이 도사리고 있으니 주의해!




한참을 앉아 있다가 일어났다.



꼭 찍어보고 싶었던 자리에서 한컷!



이제 관람이 끝나고 맡겨두었던 짐을 찾고 정원으로 나왔어.

걸려있는 작품들 뿐만 아니라 나와있는 작품들도 수준급이라 부족한 시간만 탓했지.






제2의 고흐 미술관답게 테이블에는 해바라기들이.







휴식공간에서 간단한 식음료들을 판매하고 있었고

나는 오기 전에 준비한 과일과 하이네켄을 꺼내어 잠시 사색을 즐기며

아쉬움을 달랬었지. 이제 퇴장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나와서 다시 자전거를 타고 공원 퇴점 시간까지 계속 달렸어 주변에 레스토랑도 있었고 작은 박물관도 있기 때문에 그곳만 보고 돌아가려 했지. 가끔은 이런 우중충한 사색의 날이 있는 힘껏 필요해. 고흐를 보고 와서 그런지.












못내 아쉬워 길바닥에 앉아 버렸어.

오는 길 한 손에는 핸들을 잡고 한 손은 핸드폰을 잡고 10분가량 동영상을 찍었는데

영상을 보면서 그 날의 풍경이 기억났어. 감정은 의식하기 전부터 이미 내 안에 앉아 있었고

그리움이란 어쩌면 그 풍경 안에 있던 사물과 사람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몰라.

각자가 느끼기에 다르겠지만 난 그 당시 느낀 내 감정이 그리웠어.










이제는 정말 해어져야 할 시간

아마 평생을 가도 못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쉬움은 커져만 가.

지금 글을 쓰고 사진을 보며 정리하는 이 시간 속에서도

문득문득 떠오르는 감정들은 전부 그리움이네.

그래서 난 사진이 참 좋아. '그땐 그랬지 하면서'



이날을 오래 오래 간직하고 싶다.


이 곳을 함께 공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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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ling  |  JaoL

Photograph|  Ja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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