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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진 Jan 02. 2019

늦은 연말 리포트

2018


너무 오랜만이라 무슨 말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이야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연말 보고 느낌으로...

수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순차적으로 시작하자면 독립출판으로 책을 만들었다.



서른이 되기 전 막연하게 목표를 잡았던 책 쓰기에 불이 떨어졌다.

해왔던 것들을 되짚어 보니 여행 에세이뿐이 쓰지 못한다는 현실에 좌절하고 또 반성했다.

스무 살에는 더 다양한 글을 쓰기를 염원했는데

브런치에 있는 요나고 여행기를 다시 보니 부끄러워 얼굴이 다 화끈거렸다.

글들을 다시 부시고 재 조합하고 더하여서 지금의 책이 나왔다.

이 책 또한 잘 쓴 책은 아니지만 뭐든 처음이란 의미가 있는 법.

책을 다 쓰고 같이 워크숍에 참여했던 분들과 연남 방앗간'에서 작은 북 콘서트를 열었다.



난생처음 작가라는 손발이 사그라들 것 같은 자격으로 싸인도 해보고

부모님이 좋아하니 더욱 기분이 좋고

부끄러워 지인들을 전혀 부르지 않았는데 다른 분들이 많이 불러주셔서 청중이 가득 찼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조금이나마 나를 꺼내 놓으니 속이 시원했다.

연기를 배웠을 때처럼 신선하게 환기되는 기분도 느꼈다.

회사를 다니며 투고하고 준비했던 과정이 너무 고단 했던 터라 다음은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좋은 분들과 만나 '퍼블리셔스 테이블'이라는 독립 출판계에서는 큰 북마켓도 나갔다.



우리 열두쪽 작가님들을 잠깐 소개드리자면

정말 좋아하는 웹툰 중에 '스피릿 핑거스'라는 웹툰이 있는데 현실판 같아 너무 좋다.

가끔 열두쪽이라 열두명이냐고 여쭤보는 분들이 많은데 일곱 명이다.ㅎㅎ



안녕하세요. 7명의 독립출판물 작가들이 모인 그룹, ‘열두쪽’입니다.     

표지를 넘어 목차를 지나 조금씩 배가 되는 설렘이 보통 12페이지 정도에서 시작된다면 믿으실까요?

당신이라는 책의 가장 설레는 부분에 머물고 싶은 마음으로 7인 7색의 개성들이 모여 ‘열두쪽’ 이 되었습니다.


저희는 비범한 대학생부터 두 아들을 업어 키운 원더우먼까지, 나이도 생김새도 가지고 있는 기질도 모두 제각각 빛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물감은 더하면 더할수록 어두워지지만, 저희는 모여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점점 더 밝아지는 빛과 같은 그룹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인스타 - https://www.instagram.com/page12_authors/



퍼블리셔스 테이블은 올해로 4회째 맞이하고 있는 독립 작가들의 축제의 장이다.

그 당시 아무것도 없었던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디자인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었고 준비할 것들은 태산이었다. 네이밍부터 생각해야 했고 로고, 각자의 책 소개가 들어갈 간판, 입간판, 현장에서 필요한 모든 것. 나는 디자인을 담당했고 각자가 하나하나의 부서가 되어서 역할을 해주었다.

반신 반의 한 마음으로 집어넣은 신청서는 합격통지서로 돌아왔다.


중국가기전 중국어를 가르쳐준 상석이형 교재를 만든다고 하시는데 내가 만들어 줘야지!
미미누나와 나 그리고 희승이!
처음으로 책을 구매해주신 여행지기님 네이버에 여행지기를 검색해 보세요~
옆 테이블에 계션던 에리카 팍님 독립출판계의 거물이라는 소문이...
우리 테이블
사람이 모이니 이렇게 좋고 재미있구나
현장에서 열일 해주신 우리 은선누나
각자가 독려하며 웃음이 멈추질 않았었네
열두쪽 얼굴들ㅋ
브이!

퍼블리셔스 테이블 바로 전에 엄마와 일본 교토 여행을 다녀왔었지 참



나에겐 인생 프로젝트가 있는데 원단을 하던 내가 종이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부모와 자식 간에도 더 마음이 가는 자식이 있듯 자식도 부모 중에 더 마음이 가는 부모가 있다고 믿는다.

열 손가락 깨물어도 아프지 않은 손가락은 없지만 더 아픈 손가락은 있으니. 그게 엄마에게 나고 나에게 엄마다.

엄마와 일 년에 한 번 여행을 다녀와서 그 사진으로 앨범을 만들 생각이었다. 해가 갈수록 차곡차곡 쌓여가는 그 책들은 나중에 엄마가 여행을 더 이상 다닐 수 없는 시기가 왔을 때 추억과 회상의 도구로 삼아 주었으면 한다. 물론 내가 못 가는 경우도 생기겠지만. 결혼한다면 같이 가거나 장모님도 같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열심히 살아야지.



여행 중 엄마 엄미숙이 아닌 인간 엄미숙을 알 수 있는 시간이 너무 감사했다.

엄마와의 여행기를 열심히 편집하고 있다.

아마 2월 중에는 앨범이 나올 것 같다. 쭉 클래식하게 가야 하기 때문에 처음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올해는 엄마와 여름에 터키를 다녀올 생각이다. 벌써 기분이 좋다.

그 후 몇 달 뒤에 회사 워크숍으로 백두산을 다녀왔다.


저 유치한 빨간 경계선이 북한과 중국을 구분 지어주는 국경선이다.  윤동주 생가에 다녀왔다. 자화상이 있는 우물도 보았다.
백두산 천지 위에 있는 비석이다.
장백 폭포 천짓물이 내려와 폭포를 만들었다.
중국에서 일 하기 전부터 알고 지낸 실장형 지금 내 사수다.
장군총과 관계토왕릉비도 보고 왔다.
저 멀리 강건너가 북한 신의주땅이고 이곳은 중국 단동이라는 곳이다.

중국에서 느낀 감정은 너무나도 복잡 미묘해서 간단하게 전할 수가 없다.

역사적으로나 지금 현재 우리나라의 위치 등

내가 중국에서 일할 때도 최종적으로 느끼는 감정은 무력감이었듯.

이번 여행에서도 비슷한 감정에 놓였다.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나가야지.

중국 여행기는 따로 여행기를 쓰도록 하겠습니다.



중국을 다녀와서 얼마 후 전시를 했다.

회사를 다니며 친하게 된 형이 공연 전시를 계획 중이셨고 사진을 찍고 있던 나에게 제안을 주신 것이다.

나는 뭐든 일을 할 때 과거 현재 미래를 보고 내가 할 수 없다고 판단이 되면 정중하게 거절을 잘하는 편이다. 현실적으로도 가능해 흔쾌히 참여했지만 뭐든 작은 부분까지 손을 봐야 하는 성격이라 준비 과정에서 힘든 건 사실이었다. 과정 중에서도 결과 후에서도 많은 경험을 얻었고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사진을 좋아하게 된 이유는 하나의 이미지에 위로받은 경험 덕분이다. 때에 따라서는 열 마디의 말보다 하나의 시각적 위로가 어떤 것보다 비교할 수 없는 위로를 준다. 내 사진이나 이미지가 누군가에게 그랬으면 좋겠다.






그 후 홍대에 있는 경의선 책거리에서 북콘서트가 있었다.

퍼블리셔스 등등 여러 활동을 통해서 그리고 우리 열두 쪽 작가님 수진누나와 은선 누나의 공덕으로 출판사와도 알게 되고 인쇄소, 편집장님, 여러 작가님들 독립출판 기성 출판할 것 없이 알게 되었다.

그로 인해 경의선 책거리에서 열두 쪽 하나의 콘텐츠로 만들어 주셨다.

목표는 50명이었는데 훨씬 많은 인원들이 와주셨다. 너무나도 감사했다.


우리는 프로젝트로 '글길의 00'을 기획했다.

처음은 설렘이란 주제를 가지고 각자가 느끼는 여러 설렘과 마주 할 수 있었다.


글길의 설렘
현장 스케치 영상 mimi누나 감사합니당ㅎ


인트로 영상을 만들기 위해 스튜디오를 렌트해서 이렇게 영상도 남겼다.


시작을 알리는 인트로 영상도 제작

편집에 온 정성을 담아 주신 윤식이 형 고마워요~

각자 책의 좋아하는 부분을 발췌하여 읽어 주었다.

희승이와 윤식이형
우리 수진누나
음악치료사로 정말 바쁘게 사시고 중요한 일을 하시는 우리 은선누나
우리 명천이형 가연누나ㅎㅎ
모두의 책을 모으고 보면 뿌듯하고 대견스럽고 그렇당.
평택에서 역사 선생님을 하고 있는 내친구 종석이 멀리서 와줘서 고마워
열두쪽 가족사진
가장 첫 순서라 많이 떨기도 했고 시원섭섭한 북토크ㅎㅎ

너무 바삐 돌아갔던 한해라 쉼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쉬기 위해 엄마와 제주도를 찾았다.


세상에서 재일 깨끗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시는 우리 사장님ㅎㅎ

제주도 도체비낭게스트하우스를 검색해 보세요ㅎㅎ 정말 추천을 잘 안 하는데 정말 좋아요ㅎ

엄마는 시키면 다 한다.



이렇게 한 해가 갔다.

좋은 일만 나열해도 이렇게 많은데 너무 나쁜 일에만 시선을 빼앗기고 살았는지 모르겠다.

다이어리에 나열했던 버킷들을 지우고 나니 딱 반 정도 했더라.

후회가 되었다. 꾀부린 시간은 없었는지 가무에 흘려보낸 시간은 없었는지

타인의 나무랄 점은 그렇게 잘 보고 속으로 훈수를 잘 뒀는데 정작 '나'는 거울에 서지 못했나 보다.

후회란 불가피한 것이니 덜 할지 더 할지의 선택은 내 몫이겠지.


올해도 얼마나 많은 행복한 일과 괴로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이 또한 모두 감사한 마음으로.


여행을 이제는 많이 가지 못하니까 대신 미루어 두었던 여행기를 차차 작성할 생각이다.

잠을 정말 잘 자는 편이었는데 요즘 정리를 하지 않으면

잠을 설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환기용으로 동시에 자주 일기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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