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생 Oct 13. 2021

여친·아내는 해결책을 주면 왜 화낼까?



女 : 아 나 진짜 열 받는 일 있었어


男 : 왜 무슨 일인데?


女 : 내가 그 매장에서 고로케를 사려고 줄 섰는데, 어떤 사람이 새치기를 해서 내가 못 샀어


男 : 그 사람은 그냥 새치기를 했어? 자기는 왜 그냥 껴줬어


女 : 몰라 오늘 거기 고로케 꼭 먹으려고 했는데 너무 짜증 나


男 : 아니 눈앞에서 새치기하면 뭐라고 해야지 왜 그냥 넘어갔어


女 : 아 됐어 몰라


男 : 왜 그래, 고로케 못 먹어서 그래? 내가 다른 먹을 거 사다 줄까?


女 : (하.. 내가 말을 말았어야 했다)







도대체 그녀는 왜 내 해결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걸까?



이런 대화 상황이 혹시 자주 생기지 않았는가? 아니면, 여자 친구 혹은 아내가 무슨 문제가 생겨도 나한테는 말을 안 하려고 하진 않았는가?



여성들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대화'를 중요시하고, 또 좋아한다. 그런데 여성에서 먼저 대화를 거부했다는 것은 당신이 상당히 중요한 무엇인가를 놓쳤을 확률이 크다. 이렇게 애인과 대화가 단절됐거나, 자주 싸운다면 이 글을 꼭 끝까지 읽어주길 바란다. 딱 5분 투자로 얻은 몇 가지 룰로 당신은 애인에게 생각보다 간단한 방법으로 행복을 줄 수 있을 것이다.



* 참고로 이 글에 담긴 내용들은 진화심리학 및 뇌과학에 근거한다. 아래 글을 선행해서 읽고 온다면, 훨씬 이해가 잘 될 것이다.


우린 아직도 원시인 뇌를 갖고 있다!







남자가 '게임'을 좋아하는 것만큼, 

여자는 '대화'를 좋아한다!



현시대의 남성들은 과거 피 튀기는 경쟁, 도전에서 승리한 우두머리들의 후손이다. 우리에겐 아직까지 그런 선조들의 DNA가 아주 묵직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 지금도 남성들은 경쟁, 도전을 상당히 좋아한다. 그리고 그 욕구를 가장 쉽고 빠르게 해소할 수 있는 게 바로 게임이나 스포츠이다. 우리 주변에 스포츠나 게임을 안 좋아하는 남성은 매우 드물지 않은가.



경쟁과 도전을 좋아하고, 이기기 위해 노력했던 남성들은 생존과 번식에 유리했다. 하지만 여성들은 생존과 번식을 위해 개발된 능력이 남성과 다르다. 여성은 '사회적 관계'를 통해 자신과 아이를 지켰다. 그래서 같은 여성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해 정보를 공유했고, 서로의 아이를 돌봐주며 함께 생존력을 높였다. 간혹 상대적으로 힘이 강했던 남성이 한 여성에게 위협적인 행동을 보일 땐, 여성들이 뭉쳐서 이를 제지했다.



그래서 현시대에도 동네마다 맘 카페 커뮤니티를 형성해 정보를 공유한다. 그리고 여성 친구들끼리의 모임에서는 어김없이 대화를 나누기 위해 카페를 간다. 대화는 곧 사회적 네트워크의 결속을 의미한다. 이 처럼 여성에게 있어 '관계', '대화'는 아직까지도 너무나 중요하다.



남성은 집단에서 누군가에게 물리적인 제지를 받고 얻어맞아 패배했을 때, 가장 큰 좌절감과 굴욕을 느끼지만, 여성은 다르다. 여성은 집단에서 소외되어 사회적 네트워크가 단절되는 것이 가장 큰 벌이다. 여성 선조들에게 사람들과의 단절은 곧 나와 아이의 죽음이었던 공포가 여전히 현대 여성들의 DNA에 남아있는 것이다.



여성에게 있어 대화와 관계의 단절은 남성이 능력 부족으로 직장에 잘리고, 부하직원 앞에서 면박을 당하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중학생에게 얻어맞을 때 느끼는 패배감과 비슷할 것이다.



당신의 배우자 혹은 여자 친구가 왜 대화를 원하는지 이제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됐을 것이다. 그리고 여자 쪽에서 대화를 근절했다는 것이 얼마나 큰일인지 이제는 알았을 것이다.



대부분의 남성들은 여성과 대화하는 방법을 잘 모른다. 과거의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인간의 기본 세팅이 그렇게 되어있어서 그렇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음에 나올 핵심 개념 1가지만 잘 익히면, 당신은 쉽게 여성과의 대화가 가능해질 수 있다. 그리고 확실하게 여성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해결책만 찾지 말고 일단 들어주자



'여자가 원하는 것은 해결이 아니라 공감이다'라는 말을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이 방법은 내가 말하려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우리가 왜 해결보다 공감을 해줘야 하는지를 '이해'한다면 훨씬 더 자연스럽게 여성의 대화에 경청할 수 있게 된다.



여성이 상당히 안 좋은 얼굴로, 남성에게 고민거리를 얘기한다. 그럼 남성은 온 힘을 다해 상대방의 말속에서 문제점을 찾고, 적당한 해결 방법이 떠오르면 "그럼 OOO 해봐"라고 말해준다. 근데 분명 나는 기가 막힌 해결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여성의 표정은 썩고 있다.



남성들은 문제 상황이 발생하면 일단 혼자 깊게 고민한다. 그러곤, 혼자서 해결하지 못하는 정말 어려운 문제라고 판단이 되면 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이런 남성의 대화 목적 자체는 '문제 해결'에 완전히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좋은 해결책을 얻으면 남성은 상당히 만족스러워한다. 그리고 자신처럼, 여성이 대화를 거는 것에는 똑같이 해결책을 원하는 것으로 생각해버린다.



하지만 여성은 완전히 다른 목적을 갖고 자신의 고민을 얘기한다. 여성은 좋은 일이건, 안 좋은 일이건 일단 얘기부터 시작한다. 여성은 종종 본인의 감정이 왜 좋은지, 왜 나쁜지를 스스로 이해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상황을 처음부터 끝까지 말하고 나면 마음이 안정되고, 기분이 좋아진다. 마치 남성이 게임에서 이긴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그저 대화에 경청해 주는 것 하나만으로도 여성은 큰 만족을 느낄 때가 많다.



'경청'은 여성이 화가 났을 때 더욱 필요하다. 뭔가 안 좋은 감정이 들어서 여성이 짜증을 내거나 화가 났을 땐, 일단 왜 화가 났는지를 차분하게 들어주는 것이 우선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잘 들어주기만 해도 싸움으로 번지지 않고, 여성의 마음은 진정될 것이다. 오히려 차분하게 얘기를 들어준 당신에게 고마움을 느낄 것이다.



남성들이 말로 화를 내는 경우는 상대방을 짓누르고 내가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그래서 보통 배려심이 많은 남성들 중에는 여성이 화날 때 '그냥 져주는 방식'을 택한다. 썩은 표정으로 "그래 그래 알겠어 미안"하면서 상황을 넘기려고만 하면, 오히려 상황은 더 안 좋아진다. 남성 입장에서는 최대한의 배려로 승부에서 져줬는데, 왜 여성은 화가 더 나는지 이해가 안 되게 되는 것이다.



이때도 마찬가지로 일단,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맞추고 상대방의 상황과 감정을 들어줘야 한다. 



당연히 여성의 대화 주제 안에는 진짜 해결책이 필요한 상황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도 절대 처음부터 해결을 해주려고 나서면 안 된다. 여성의 말을 충분히 들어주면서 생각과 마음을 차분히 할 시간을 갖게 해줘야 한다. 해결책은 가장 마지막에 제시해줘도 늦지 않다. (사실 해결책 따위 없어도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청의 핵심, '감정 명료화'



명료화란, 말을 하는 사람이 더욱더 보인의 감정과 상황을 확실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대화기술이다. 특히 감정 명료화는 여성과의 대화에 윤활유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필히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예시를 보면 이해가 쉽다.



"나 어제 OOO 때문에 엄청 빡쳤어"

"ㅁㅊ 완전 화났겠다"


"나 다음 주에 OOO 여행 간다~"

"진짜? 엄청 좋겠다 부럽다.."


"나 진짜 사고 싶은 옷 있었는데 품절이래 ㅠㅠ"

"아 그 옷 품절이래? 너무 속상하겠다.."



센스가 있는 사람이라면 예시만 보더라도 이해가 잘 됐을 것이다. 



핵심은, 그 사람이 처한 상황에서 어떤 감정을 느낄지를 생각해보고 그 감정을 단어로 표현하여 

'네 감정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말로써 나타내는 것이다.



여성과 대화가 서툰 남성의 경우, 여행 간다는 여성의 말의 답으로 "어디?"를 가장 먼저 물을 것이다. 그리고 여행지가 어디인지 답을 들은 남성은 본인이 아는 곳이면 자기 지식 자랑하느라 바빠질 테고, 모르는 곳이면 금방 흥미를 잃을 것이다. 이런 식의 대화는 최악이다.






감정 명료화는 특히 사과를 해야 할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그냥 "미안해"라고만 사과하면, 보통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뭐가 미안한데?" 

그리고 이후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다.



남녀관계에서 여성이 화가 나는 경우의 90% 이상은 '감정이 다쳐서'이다. 여성은 자신의 감정이 당신 때문에 다친 것을 알아줬으면 하는 것이다. 당신에게 자신의 감정을 알아주고, 배려해 달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감정 명료화를 사용해 사과 멘트를 수정해보면 다음과 같다.



"내가 자기랑 얘기도 많이 안 하고, 맨날 딱딱하게만 말해서 속상했지? 

미안해. 앞으로는 자기랑 더 많이 얘기하고 잘 들어줄게"



당연히 처음부터 이런 명료화나 공감은 힘들 수 있다. 필자도 처음에는 이런 식의 대화가 오글거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남성은 기본적으로 이런 정서적인 대화를 잘하지 못한다. 그래서 공부해야 하고, 노력해야 한다. 여성에게 필요한 것이 해결이 아니라 대화였다는 것을 알았다면, 앞으로는 문제 해결이 아니라 그녀의 말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제 어떻게 말을 들어야 하는 것을 알았으니, 앞서 봤던 예시를 고쳐보자.



女 : 아 나 진짜 열 받는 일 있었어


男 : 왜 무슨 일인데?


女 : 내가 그 매장에서 고로케를 사려고 줄 섰는데, 어떤 사람이 새치기를 해서 내가 못 샀어


男 : 진짜 너무 속상했겠다. 고로케도 못 먹고..


女 : 그니까 진짜 너무 화났어 ㅠㅠㅠ 게다가 가게 주인은 너무 매몰차게 '다 팔렸다고' 말하는 거 있지? 기다린 사람도 많았는데 좀 너무했어


男 : 진짜 좀 너무했네


女 : 그치 좀 너무했지. 먹고 싶었던 거 못 먹으니까 더 배고픈 것 같아 ㅠ.ㅠ


男 : 그럼 내가 금방 나가서 OO집 도넛 사다 줄까? 아니면 떡볶이?


女 : 헐.. 떡볶이 좋다 고마워 ♥




당신이 공부한 대로 상대에게 10만큼의 배려를 보인다면, 여성은 그에 대한 보답으로 100만큼의 사랑을 줄 것이다. 자존심은 조금만 굽히고, 상대방이 진심으로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노력하고, 행동한다면 훨씬 행복한 미래가 다가올 것이다.



이성에 대한 공부는 한쪽만 하면 안 되고, 남녀가 모두 해야 한다. 그리고 그런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커플들을 위해 참고할 수 있는 글을 몇 편 더 작성해볼 예정이다. 



사실 이번 글에 여성과의 대화에서 필요한 개념을 더 정리하려 했지만 분량이 너무 길어져서 정말 중요한 개념 딱 한 가지만 다뤘다. 다음 글에는 더 세부적으로 여성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추가적으로 담아볼 것이다.



이 글을 읽어준 것에 깊은 감사를 표하며, 독자들 모두가 앞으로 행복한 연애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글을 마친다.



현 시대의 남성이 여성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정서적인 보호이다.
- John Gray (책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의 저자)




함께보면 좋은 글


멀쩡한 대기업 남자가 연애를 못하는 이유?


남친·남편과 왜 대화가 안 되냐면요..


이전 08화 멀쩡한 대기업 남자가 연애를 못하는 이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