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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생 Oct 08. 2021

MZ 세대? 우린 그런 단어 쓰지도 않는다

전 시대를 아우르는 젊은 세대들의 공통점 한 가지?



필자는 최근 언론에서 말하는 MZ세대에 속하는 젊은 인구 중 한 명이다.



사실 내 스스로가 나를 MZ세대라고 규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약간 오글거리기도 하고, '우리가 뭔데 규정지어서 구분하려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썩 유쾌한 표현아니기 때문이다. 정말 간혹 주변 지인들 사이에서 이 MZ세대라는 단어가 언급될 때마다 보이는 반응들은 똑같다.



"MZ세대? 도대체 그게 뭐야 ㅋㅋㅋ"



내 주변엔 MZ세대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알고 있는 사람조차 굉장히 드문 것 같다. 분명한 건, 'MZ세대'라는 표현 자체는 우리들이 쓰려고 만들어진 용어는 아니다. 어원을 쫓아가 보면, 분명 현재 사회 고위층을 맡고 있는 기성세대로부터 나온 단어일 것이다.



'기분 나쁘니 우리를 단어로 규정짓지 마세요!'라며 칭얼거리기 위해 쓰는 글은 아니다. 그 시대의 젊은 층들을 왜 구분 지어 표현을 하게 됐는지가 궁금했을 뿐이다. 그리고 지금 내가 어느 정도 찾아낸 실마리를 글로 공유하고자 한다. 모든 시대를 관통하는 개념을 말할 예정이니, 당신이 어떤 세대에 속하더라도 상당히 유익할 것이다.





요즘 애들은..



기성세대들이 사회의 젊은 세대를 구분 짓는 것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60년대에는 베이비붐 세대가 있었고 90년대 한국 경제 부흥기에 소비 트렌드를 이끌어갔던 7~80년대 생들에겐 X세대라는 별칭이 붙었다. 이후 밀레니얼 세대(Y세대), Z세대를 거쳐 현재는 Y와 Z를 합친 MZ세대라는 혼종 용어가 탄생했다.



이런 용어들은 말이 그럴듯해 보여도 사실, "요즘 젊은 애들은.."의 발전된 표현일 뿐이다. 내가 젊었을 땐, 상상도 못 할 행동들을 하고 있는 요즘 세대 청년들이 이해가 잘 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어른들의 생각은 기원전 1700년 기록에도 나와있다)



최근에는 '나 땐 안 그랬는데..'를 말로 표현하면 꼰대가 되어버리니, MZ세대와 같은 범주로 묶어 '나와는 다른 부류의 사람들'이라 생각할 수 있게 하며 인지부조화를 완화시키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도대체 왜, 언제부터 우리는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 나아가 세대 간의 갈등이 끊이질 않게 된 것일까? 서로간의 삶의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런 현상이 과연 인류에게 꼭 필요한 것일까? 인류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그 해답이 나온다.






시대가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인류는 탄생 이후부터 99%가 넘는 기간 동안 수렵 채집 및 방랑생활을 했다. 아무리 세대가 지나더라도 생활방식이 똑같았다. 그들은 언제나 생존과 번식 그리고 이를 위한 음식물 조달이 최우선이었다. 젊은 원시인들은 부모 세대들로부터 생활 방식을 교육받았고, 그걸 잘 숙지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다. 부모의 가르침에 저항하는 반항아는 새로운 도전을 하다가 죽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우리 인간의 DNA에는 약 200만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아이들 교육을 잘해야 한다'는 것이 뿌리 깊게 자리 잡았다. 자신의 생활방식을 아이들에게 잘 전수해주는 것이 곧, 내 DNA를 후대에 잘 전달할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농경사회가 시작된 1만 년 전부터, 인류의 생활 방식은 완전히 달라졌다. 몇 세대가 지나지 않아 사회는 무섭게 발전했다. 선조들의 생활 방식을 현재에 적용하기엔 구식인 경우가 많았다. 농경사회 때도 그랬는데, 500년 전 과학혁명 그리고 200년 전의 산업혁명 이후 사회는 어땠겠는가? 거기까지 안 가더라도 현시대에 부모님 세대와 청년 세대, 겨우 한 세대 차이의 생활 방식만 보더라도 생활 방식은 너무나도 차이가 난다.



그렇기에 현재 '다음 세대를 위해 철저히 교육해라!'라는 DNA 명령을 받고 행동하는 기성세대와 현재의 삶과 괴리가 있는 교육 내용에 반발하는 젊은 세대들의 갈등이 끊이지 않게 됐다. 지금 반항하는 젊은 세대들이 부모세대가 됐을 때, 자식들에게 본인의 생활 방식을 교육하는 행동을 반복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현시대의 부모님들의 생활 방식을 아이들에게 그대로 교육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최근에는 한 세대도 아니고 거의 10년 단위로 세상이 바뀌고 있으니 말이다.



그 유명한 책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하라리는 '현시대의 학교 교육 중 90 % 는 쓸데없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나 역시 이 내용에 크게 공감했다. 난 지금의 아이들이 그 어떤 세대보다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사회는 어느 때보다 가파르게 변화하는데, 아직도 대입과 취업을 목표로 하는 20년 전 교육 방식에 목숨 걸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젊은이들은 언제나 동일한 가치를 추구해왔다.



아무리 시대가 빠르게 변한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기본 DNA는 거의 일정하다. 부모세대와 자식 세대 혹은 그들의 자식 세대나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세대별로 젊은 세대가 추구하는 것들이 다 제각각인 것처럼 보이지만, 공통된 것 한 가지를 추구한다.



바로 '결핍된 가치'이다.



어떤 시대라도 젊은이들은 사회에 과잉된 것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결핍된 것을 목말라했다.



5~6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세계 최빈국 수준이었다. 그래서 한해 보릿고개를 넘기지 못하고 죽는 인구가 지금은 상상하지도 못할 정도로 많았다. 그때는 제 몸 불사르더라도 돈과 먹을 것을 얻는 것이 1순위였다.  그게 가장 사회에 결핍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시대의 젊은이들은 돈만 준다고 하면 어떤 힘들고 어려운 일도 마다하지 않았고,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



하지만 현재는 그야말로 물질 공급 과잉의 시대이다. 더 이상 '물건'이 귀한 시대가 아니다. 60년대엔 그렇게 먹기 힘들었던 라면이 요즘은 아르바이트만 해도 하루에 10개도 먹을 수 있게 됐다. 어느 정도 일만 하면 기본적인 생활과 함께 여가생활까지 즐길 수 있게 된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돈만큼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젊은 세대들은 무작정 돈만 많이 준다는 회사보단, 적당히 돈 주고 복지가 좋은 회사를 선택한다. 이제는 물질적인 가치만 내세우기만 한다면 더 이상 젊은 세대의 관심을 받기 어려워졌다.



예전에는 물건이 갖는 의미 따위 중요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가치인 돈을 아끼면서 물건까지 얻을 수 있는 싸고 좋은 물건을 골랐다. 하지만, 요즘은 물건이 넘쳐나고, 돈도 풍족하니 젊은이들은 '의미'를 갖는 물건에 돈을 쓴다. 구시대적 관점에서 본다면, 기능도 좋고 A/S도 잘 되는 삼성 스마트폰을 사는 게 맞다. 요즘 젊은이들이 더 불편하고, 심지어 가격도 더 비싼 애플 스마트폰을 쓰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현재 젊은 세대들은 사회에 넘쳐나는 '기능'이나 '돈'은 중요하지 않다. 예전엔 찾을 수 없던 브랜드가 주는 '의미'에 가치를 느낀다면, 흔쾌히 돈을 지불한다. 언제나 혁신을 추구하고, 환경까지 생각하는 기업의 방향성 그리고 넘쳐나는 스마트폰 중 돋보적인 디자인까지. 애플은 젊은 세대들의 갈증을 너무나도 잘 이해했다. 그래서 MZ세대는 애플 스마트폰을 구입한다.






앞서 말했듯 '요즘 애들은 쯧쯧..'이라는 생각을 갖는 것은 인간에게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급변하는 지금 같은 시기에 이런 관점은 세대 간의 관계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팔짱만 끼고 젊은이들을 향해 혀만 끌끌 차는 것보다 현시대에 결핍된 가치와 그들의 행동을 이해해본다면, 세대 간의 갈등도 조금은 완화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시간이 흘러 내가 부모세대가 된다면, 그 시대를 살아갈 젊은 세대들의 행동이 얼마나 다를지 매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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