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 끼어버린 게 아니라 덮어주는 거야

by 나쁘지 않은 교사

이끼는 사실 긍정적인 의미보다 부정적으로 사용될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말은 결국 노력하지 않으면 이끼나 끼어버린다, 는 뜻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의외로 이끼의 꽃말은 모성애라고 한다.


옛날에 어느 나라에 자비심이 크다고 알려진 국왕이 있었는데, 왕이 죽고 무덤에 십자가를 세워두었다. 시간이 지나자 십자가는 이끼에 묻혀버렸지만 왕을 존경하는 참배객들의 발걸음은 끊기지 않을 정도였다. 어느 날, 참배하러 온 남자 한 명이 십자가 앞에서 팔이 부러지는 일이 있었다. 당황하던 일행은 국왕의 자비심을 떠올리며 이끼로 상처를 덮어주었더니 팔이 나았다는 이야기다.


살아있는 것이든, 그렇지 않든 이끼는 모든 것을 포근히 덮어주는 따뜻한 식물이기도 하다. 그래서 모성애라는 뜻을 담게 된 것이 아닐까.


반에 꼭 한 명씩은 있다. 그렇게 나쁜 아이도 아니고, 성적도 무난한데 유독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가. A도 그랬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삐걱임의 정도가 지나치지는 않은데, 삐걱이는 방향이 다른 아이다.


한창 뛰어노는 것을 좋아하는 또래 아이들과는 달리 제자리에서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피해 보는 것에 예민한 아이였다. 처음에 다가가던 아이들도 노는 방법이 다르고 대화에 조심스러워지자 자기들끼리 놀았고 A는 A대로 그 애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사실을 알고 계시는 부모님께서는 방학식 날 학생의 편에 선물을 쥐어 보내곤 하셨다. 엄밀히 따지면 교실에 외부음식을 가져오면 안 되니 돌려보내야 했지만, 어떤 마음으로 보냈는지 알기에 차마 그러지 못했다.



작은 간식과 함께 꼭 직접 쓴 수세미를 같이 보내셨는데 솜씨가 보통이 아니셨다. 수세미를 보고 있으면 귀엽기도 하지만 자식에 대한 걱정을 한 땀 한 땀 엮으신 거 같아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이제는 중학생이 되었을 A는 엄마의 수세미에 담긴 모성애를 이해하게 되었을까? 지금은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있을까? 여러 생각을 하고 있으면 수세미의 거친 감촉이 내 손끝에 생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