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에서 살아남기 ③
두 번째 구속기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두 번째 구속심사날이 되자, 자연스레 올해 겨울이 떠올랐다. 대한민국 역사상 현직 대통령이 처음으로 체포 후 구속됐던 지난 1월. 두꺼운 패딩을 입고 손을 호호 불어가며 법원과 공수처를 돌아다녔던 게 엊그제 같았다. 이제 신분은 현직에서 전직으로 바뀌었다. 물론 현직일 때보다는 관심도는 떨어졌지만, 특검이 야심 차게 던진 승부수가 어떻게 결정 날지 모두가 궁금해 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영장심사는 서관 4번 출입구 3층 복도 끝에 있는 영장심사법정에서 이뤄진다. 다른 일반 공판과 달리 영장심사는 비공개로 이뤄지기 때문에 영장심사의 당사자나 변호인이 되는 게 아닌 이상은 경험할 수 없는 곳이다. 지난 6월 25일 김용현 전 장관의 재구속심문이 이례적으로 공개됐기 때문에 이번 윤 전 대통령의 구속심문도 공개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돌았지만, 비공개로 진행됐다. 취재기자들 사이에서는 복도풀이 구성됐다. 복도풀이란 영장심사 법정까지 향하는 복도에 기자들이 앉아 동향을 서로 알려주는 것인데, 복도에 서있는 경위나 화장실을 오가는 특검 및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이 취재 대상이 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영장심사 복도풀
** 1920~1940
1926 경호처 직원들 복도서 대화 “재판 끝나면~ (잘 안들림)
1927 방호처 직원들 4명 다시 복도로 들어옴
1931 방호처 직원들 교대 관련 대화 2명 out,
1931 특검 관계자 3명 다시 법정 쪽으로 in
- 윤 전 대통령 식사 어디서 하고 있는지
= 아유.. (손 휘저음)
비공개 심문이지만, 나름 유능한(?) 기자들은 또 그 비공개 심문에서 무슨 이야기가 흘러나왔는지 알아내 단독기사를 작성한다. 안타깝게도 내게 그런 재능은 없어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을 많이 먹었다. 타사보도에 따르면 윤 대통령 측은 140여 장에 달하는 PPT를 구성해 대응에 나섰는데, 윤 전 대통령은 직접 건강상태를 호소했다고 한다.
오후 2시 20분쯤 시작한 영장심사는 약 6시간 40분이 지나서야 끝이 났다. 윤 전 대통령은 입장 때와 마찬가지로 퇴장 때도 아무 말 없이 법원을 나섰고,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머무를 서울구치소로 이동했다. 퇴장 시 한 손을 바지에 찔러 넣은 모습에 기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서울법원청사에는 하루 종일 긴장감이 흘렀다. 지난 1월 윤 전 대통령의 구속이 결정되자, 서울서부지법에서 폭동사태가 났었기 때문이다. 경비대와 경찰 그리고 기자들까지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긴장을 멈출 수 없었다. 기다림 끝에 새벽 2시 15분쯤 결과가 나왔다.
[구속영장실질심사 결과]
(전 대통령 사건)
1.피의자 : 윤석열
2.대표죄명 : 특수공무집행방해
3. 구속영장 발부 여부 및 사유
- 발부 여부 : 발부
- 발부 사유 : 증거를 인멸할 염려
4. 담당법관 :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은 두 번째 구치소 생활을 하게 되었다.
특검의 관심은 외환죄로
구속된 윤 전 대통령은 특검의 소환에 응하지 않았다. 특검도 이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분위기였는데, 애꿎은 서울구치소에 탓을 돌리기도 했다. 소환이 힘들어지자, 특검이 조사 없이 구속하는 카드를 꺼낼지도 기자들의 큰 관심사였다. 또 윤 전 대통령 측이 과연 구속의 부당성을 들어 구속 필요가 없다는 구속적부심을 청구할지도 관심사항이었다. 묵묵부답이던 윤 전 대통령 측은 구속적부심을 청구했다고 밝혔고, 지난 18일 약 6시간가량 구속적부심이 이뤄졌다. 당일 같이 점심식사를 했던 한 부장판사는 "가능성이 거의 없다"라고 했는데, 그 말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결과는 너무나 빠르게 '기각'이었다.
예상대로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을 구속 상태로 기소했다. 지난 1월 검찰 특수본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지난 5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기소된 후 세 번째 기소다. 이번 세 번째 기소 혐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허위공문서작성 및 동행사,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공용서류손상, 대통령경호법 위반, 특수공무집행방해, 범인도피교사 혐의였다. 박지영 특검보는 "구속 기간을 연장하더라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실효성 있는 조사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금일 공소를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기자들의 관심을 모았던 외환죄는 공소장에 담기지 않았다. 사실 많은 법조 관계자들이 외환죄를 밝히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특검도 현재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을 소환해 조사하는 등 이를 밝히기 위해 나름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과연 남은 4개월 간 유의미한 성과를 얻어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다.